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네생각이나2017.09.04
조회752

너무 엿 같네요.

 

그 녀석은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1, 2학년 때는 바로 옆 반이라 그냥 저런 애도 있지 정도로 관심 없이 살다가

 

고3 때 같은 반이 됐어요.

 

근데 같은 반이 되고도 친하게 대화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랑 관심사가 너무 다르더라구요.

 

그래도 잘생기고, 돈 많고, 성격 좋은 애라서

 

반 전체랑 친하게 지내다보니 저하고도 인사 정도는 주고 받는 사이였어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서로 별로 안 친한데 안 그런 척 인사만 하는 사이.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3년간 얼굴 한번을 본 적 없고

 

연락도 전혀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걔 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어서 카톡에도 있긴 해요.

 

문제는 군대 다녀온 이후로 카톡 목록을 정리하다가

 

그 녀석 프로필 사진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걸 본 겁니다.

 

원래도 잘생겼지만 진짜 엄청 잘생겨졌더라구요.

 

부러운 새끼다 하고 한숨 푹푹 쉬다가 걍 바로 숨김처리했는데

 

어느 날 밤에 자꾸 생각났어요.

 

그 녀석이 다시 제 카톡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사진을 뒤로 넘길 수록 걔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게 되고

 

알게 될 수록 더 궁금해졌습니다.

 

매일 밤 상태 메시지랑 사진을 훔쳐보다가 페이스북에 이름을 검색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페북 계정은 못찾았는데 인스타그램은 프로필 사진에 스크린샷을 찍어올렸더라구요.

 

덕분에 제 음침한 염탐질이 계속 늘어갔습니다.

 

이젠 시도때도 없이 걔 생각이 나요.

 

일할 때나, 놀 때나, 자기 직전이나, 눈뜨고 일어나서나 걔가 뭐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는 걔 생일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카카오 선물하기 들어가서 케잌을 고르고 있더라구요.

 

어차피 주지도 못하는데 ㅋㅋ

 

여자친구도 사귀었던 애한테 뭐하는 짓인가 싶어요.

 

제 얼굴도 잊어버렸을 애한테 목메는 걸 볼 때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이게 사랑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중학생 때는 여자친구랍시고 이젠 이름도 안떠오르는 여자애랑 붙어다녔던 것 같은데

 

머리에 똥만 가득 차있던 시절 일이니 당연히 사랑이라고는 발톱 때만큼도 없었겠죠.

 

그래서 결론은

 

제가 하고 있는 게 짝사랑이라면 제 첫사랑은 예비범죄자마냥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염탐하며 욕망하는, 그런 비참하면서도 경멸스러운 모양새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뭐라고 할지 상상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이렇게 아는 사람 1도 없을 인터넷상에 휘갈기고 있어요.

 

근데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전 진짜 뭐죠? 뭐하는 종류의 괴물인 겁니까?

 

 

 

 

졸리네요.

 

지나가시던 분들

 

제발 저한테 '다 잊혀진다'고 한마디씩만 해주세요.

 

언젠가 이불 박차면서 떠올릴 학창시절 흑역사처럼 그냥 손가락 오그라드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