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한 날들이 후회됩니다

ㅇㅇ2017.09.14
조회658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에 휴학했다가 이번에 복학한 여대생입니다

저는 현재 전문대를 다니고 있는데요. 전문대 2년제에서 여자가 휴학하는 일은 잘 없습니다.

그런 제가 휴학한 이유는 저의 집 경제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그닥 잘 사는 편도 아니었고 가게일을 하며 겨우 벌어먹고 살고 있었는데

오빠가 결혼을 하게되면서 가족들이 이것저것 지원해주다가 빚이 생겼습니다.

저를 앉혀놓고 아빠가 휴학을 해서 빚을 갚기위해 가게일을 하라고 하더군요.

갑작스러운 말이긴 했지만, 그때에 전 오빠 빚을 제가 갚는다고해서

화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 오빠도 많이 힘든거알고있고 가족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아빠도 미안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셨고 주 3일 정도는

하고 싶은거 해도 된다고 4일만 나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학년 1학기 어중간한 시기에 휴학을 했습니다

먼저 말하자면 저희 아빠는 조금 가부장적인? 이상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빠는 가정을 일으킨 사례를 되게 좋아하십니다.

양희은이 가정을 위해 몸바쳐 힘든고생 다하며 가난한 집안을 성공으로 이끈...

그러니까 여자가 가난한 가정을 보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해

능동적으로 행동해 성공한 케이스?를 어디서 듣고 열변을 토하는데...

은근히 '당차게 집안을 이끌어야 된다'는 인식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얘기 듣는것도 뭔가... 여자에게 희생을 바라는 것처럼 들립니다

 

또 저희 부모님은 제가 보기에 워커홀릭일 정도로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가게일 출근시간이 8시이면 7시부터 나오는 건 기본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납니다. 빨간 날 쉬는 날에도 안 쉽니다

제가 보기엔 안 해도 될 일, 또는 한달에 한 번만 해도 될 일을 찾아서 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한심해 보이나 봅니다

그게 시선에서 느껴집니다

제가 초등학생때부터 지금 대학방학까지.. 방학때도 7시에 일어나길 바라고

방학 때 학원보충에다 쉬는 기간이 있으면 어디 학원이든(예체능포함) 등록해서

제가 집 안에서 쉬면 짜증내고 책이라도 읽으라고 합니다

대학생들 종강만 기다리고 방학때 오후까지 자고 폰보고 늦게자고 놀고싶고

그러지 않나요? 저는 새나라 어린이처럼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고 책읽어야 좋아합니다

지금도 집순이라 어디 안가고 얌전히 집에서만 쉬겠다는데

너무 반듯한 생활관을 저한테 주입합니다

심지어 저는 수능끝날때도 못 쉬었습니다 가게일 도왔어요

수능 끝날때 사실 제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싶었습니다

그런데 못 쉬게 하더군요 사람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린 궁극적인 이유는

아빠 때문도, 엄마가 반듯한 생활패턴을 저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에게 선택권이 없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제가 뭘 선택해서 행동하고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휴학도 제가 선택한게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빚때문이지요

그래도 주 3일 정도는 쉬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돕다보니 그게 안되더라구요

휴학을 하면 뭘 가장 하고 싶나요? 여행.. 자기개발.. 힐링

여러가지 저도 하고 싶었습니다

계획도 짰어요 자격증 학원도 다니고 싶었습니다

저희 집 가게가 아닌 다른 곳에 알바를 해서 사회경험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직 가게 일만 돕게 하고 아무것도 못 하게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까지 풀로 일한다고 했죠? 학원 갈 시간이 모자라요

그래도 짬내서 하고 싶어서 1시간만 비우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아빠가 불같이 화를 내요 이유는 모릅니다 학원에 '학'자만 내도

일 제대로 안 돕는다고 화내요 다른 곳에 알바도 못 하게 합니다

3일 가게일하고 주말에 친구랑 알바하겠다고 하니까 안된데요

면접까지 다 본 상태였는데.. 취소했습니다

오직 집.. 가게.. 집.. 가게..

가게일 자체는 힘든게 없었지만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왔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데... 나태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면 누워서 폰보고 자고 일가고..

그 와중에 밤이 되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면접관이 나중에 왜 1년 휴학한다고 물으면 어떡하지?

집안 가게에서 일한게 기록이 남나? 돈만 벌었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웃긴게 돈 번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게일하면서 얼마 받았는줄 아세요?

시급 3750원 아빠한테 받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처음에는 다 괜찮았습니다

시급은... 위로금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돕고 있으니까

저는 휴학을 한게 물론 빚을 갚기위해 가족들이 모두 힘드니까 한 것도 있지만

'도울려고' '가정내에 쓸모있는 인간이 되고싶어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일을 한건데....

얼마 전 아빠가 술취해서 저보고 그러더군요

가게일하는 걸 니 일처럼 여겨야 된다 앞서말한 여성상을 저한테 말하며

가족이 힘들땐 니가 당연히 합심해서 일해야 된다

저한테는 당연한 것, 제 일이 아니었습니다

1년동안 희생한거구요 저는 일을 돕고 가족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생각해줬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한 걸로 치부하고 은연중에 어차피 휴학하고 할 거 없는 애로

만들어 버리더라구요

그 순간 '할 거 없는 애 아빠가 일 시켜줬으니 감사하게 여겨라'라고 들렸습니다

 

어중간한 시기에 1년이란 시간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만약 니가 진정으로 도울 생각이었으면

시급을 받지 말아야 했다며, 집안 살림도 요새 돕는다는 소리 안하는데

고집피우지 말라고 저를 힐난하더라구요

돕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정내 일이니까 잘못된 표현인가요

그때 많이 싸웠습니다 그 어느 말도 인정하지 못하겠더라구요

 

현재 2년제라 당연히 아는 사람은 다 졸업하고 저 혼자 다니고 있는데

소수과라 모두 다 같은 시간표에 다들 무리가 있더라구요

가게일이 바깥에 나가는 일도 있어서 피부가 망가져 외적인 상태는 당연히 관리가 안되어있고

자기개발 뭐 이런건 당연히 못 하고 일만 하다 끝났습니다

빚은 다 갚았구요...

그런데 왜 이렇게 억울할까요 저한테는 일한다는 의미가 되게 중요했어요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라 부모님 원하는대로하면 부모님이 좋아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오직 무기력증과 많이 낮아진 자존감으로 복학했습니다

 

구구절절 많이 썼는데

혹시라도 읽어주신분들은 객관적으로 말해주세요

정말 이게 희생이 아니었나요? 가정이 경제적으로 힘들면

제가 하던 일 또는 하고 싶은 일 내팽겨치고 가족을 위해 일해야되나요?

 

회사원분들은 회사그만두고 한 두 달만이라도 쉬고 싶지 않나요..

자기개발도 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 않나요...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보람있게 일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것들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도 제 고집을 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