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2년, 이젠 정말 행복하다.

ㅇㅇ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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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을 사귀고 헤어진 지 2년이다.
2년동안 친구들에게 얼마나 하소연을 했는지, 인터넷의 모르는 사람들이게 얼마나 상담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억도 다 안난다. 나는 이제사 구구절절히 내가 이렇고 저러했고 너는 이렇고 저래서 헤어졌다고 길게 말을 하는 대신, 그냥 잠시 똥을 밟은거라고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6년을 사귀는 동안 그놈은 두 번 바람을 피웠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이다.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난 집에서 관심도, 사랑도 못받고 커서 거의 처음인 그 연애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었다. 집안문제, 인간관계문제, 장래문제 등 한치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연애는 유일하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빛이었다. 그리고 그놈은 그걸 아주 잘 이용했다.

처음엔 내가 온전히 그놈에게 의지하기를 바랐다. 나에게 집착했다. 친구도 만나지 말고 주말에 다른 것도 하지 말고 다른 취미도 갖지 말고 그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몇 년이 지나 나에게 질릴 쯤엔 왜 너는 친구도 안만나고 혼자하는 취미도 없냐는 식으로 자기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6년 내내 주말에 만나는 것이 습관이었고 그게 그놈의 두번째 바람때문에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많이 집착을 했다. 그놈이 원하지 않는데도 찾아가고 애원하고 울고불고 잡았다.

그놈의 첫번째 바람은 만난지 3년쯤 됐을 무렵 같은 학교 아는 여동생이었다. 너무 옛날이라 구구절절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아직까지도 마음에 상처가 된 것은 이거다. 그 여동생이 몸 상태가 안좋아 본인이 성병에 걸린지 의심을 하며 나를 지목했고, 그놈은 아무렇지 않게 나더러 성병 검사를 받아보란다. 걸릴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는 검사를 해서 무혐의(?) 판정을 받아서 보여주고 그놈은 그 여동생이 썩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뻔뻔하게 다시 돌아왔고 나는 그걸 또 받아줬다. 그러면 안됐는데.

그리고 두번째 바람은 6년쯤 됐을 무렵. 정말 손이 벌벌 떨리고 식은땀이 나더라. 그땐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잡히지 않을걸 알면서도 잡으려고 했다.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거라 생각했기에.

난 거의 매일, 매주 연락하다가 그놈의 어머니한테 연락을 받고 만나고서야 연락을 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놈의 어머니조차 본인 아들이 잘못한거라며 잘 말해보겠다며 내편을 들어주시면서 그놈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시험 끝나고 다시 얘기해보자 하셨다. 그말이 진짜든 아니든 그 당시엔 위로가 되었고 간신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카톡 프사도 안보고 연락도 한 통도 안하니까 몇달 뒤 크리스마스에 전화가 오더라. 흐느끼는 목소리로 아무말 안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화가 났다. 새 여친이랑 잘 지내고 있을거면서. 짜증이 나서 그냥 끊었다.

그러다 또 그 뒤로 몇 달 뒤에 회사 전화로 연락이 오더라. 다급한척 화내는척 하면서. 나를 닮은 여자를 야동에서 봤다고 한다. 헤어진지 몇달이나 지났다고 그런 짓 자체를 한적 없는데 무슨 야동이냐고 화를 내니 나랑 비슷한 여자가 혼자 옷갈아입는걸 봤단다. 아마 내가 너랑 헤어지고 다른 놈이랑 잤나 안잤나가 궁금해서 떠봤나보다. 진짜 구질구질하고 역겹다.

그 뒤로 연락을 몇 번인가 해서 긴 시간 통화를 했고, 난 멍청하게도 아직 너를 완전히 잊은게 아니라 다시 잡아보려고도 했다. 근데 참 사람이란게 원래 그런지 내가 6년간 누구 못지않게 잘해주고 헌신하던건 잊은채 마지막에 또 바람폈다는 사실에 눈뒤집혀서 집착하고 미친년처럼 군 것만 기억하면서 그 모습을 잊지못하고 무섭고 용서못하겠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니가 내게 저질렀던 그 모든 쓰레기짓에도 불구하고 난 가끔씩 니 생각을 하며 눈물지었다. 함께했던 시절이 그립고 돌아가고 싶었던 적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이 그리 대단한 걸까? 그 긴 시간동안 우린 변변한 여행 몇번 가보지 못하고 대학로에 사는 널 거의 3년은 매주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변변한 연극이나 뮤지컬 한 편 본적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가까운 공원에 가자 집밖에라도 가자고 해봤자 넌 공부를 핑계삼아 집에서 자거나 게임을 했다. 우리의 추억은 긴 세월치고 너무 빈약했다.

오히려 난 헤어지고서 자유롭고 행복해졌다. 처음엔 혼자라는게 미칠듯이 어색해서 가는 곳마다 너를 떠올렸다. 니가 함께 온다면 이렇게 말하겠지 이런 표정을 지었겠지... 아니 너와 아직도 함께라면 절대 가보지 못했겠지. 그리고 더이상 니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니가 없던 먼 과거에 힘들고 불행했던 나는 니가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고 너로 인해 인생이 행복해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저 어리던 내가 그 당시엔 극복할 힘이 모자랐던 것뿐이다. 넌 그저 내 옆에서 처음엔 힘을 보태주었지만 나중에는 짐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몇 주 전에 우리가 잘 만났다면 8주년이 됐을 쯤 해서 니가 예전에 우리 집으로 보냈던 택배를 다시 너에게 보냈다. 장난감들 너네 엄마한테 걸리면 혼난다고 하면서. 그걸 수년간 맡아서 가지고 있었다. 헤어지고 얼마안되선 이걸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이걸 핑계로 너에게 연락이 오겠지 싶었지만 그래, 연락이 오긴 왔다. 생각보다 훨씬 찌질하고 역겨운 내용이었지만. 차라리 장난감을 핑계대지.

오래 전부터 다시 보내고 싶었지만 시간도 안되고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편의점 택배라는 편리한게 있더라. 거기에 그간 보관하고 있던 니 액자사진까지 넣어서 같이 보냈다. 나에겐 이제 필요없지만 너에겐 소중한 인생의 한 장면이니까 보관하고는 있었다. 보내면서도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아 이제 정말 끝이다.

너와 나는 너무 먼 길을 돌았고 서로에게 상처주었고 이제 다신 만날 수 없다는거 잘 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예전만큼 가슴시리게 와닿지 않는다. 시간은 점점 흐를 것이고 그만큼 너는 점점 잊혀질 거고, 나의 머리나 마음속엔 새롭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찰거다. 나는 그럭저럭 너를 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