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앞에서 남의 편인 남편

2017.10.04
조회288
안녕하세요.
남편과 매번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요,
오늘 또 비슷한 일이 있어 답답해 글을 올립니다.
간단히 음슴체로 갈게요.


오늘 해외갔다 비행기로 귀국함.
중간에 난기류로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승객들 비명지를 정도로)
음료가 격하게 넘실넘실 거의 넘칠듯 하여
잠시 멈춘 사이에 이걸 빨리 마셔버려야 안전하겠다 생각함.

근데 컵을 든 순간에 다시 덜컹 하면서 음료가 천장으로 솟구쳐 내 머리가 파인애플 주스 범벅이 되고 기체 벽면과 앞자리에도 조금 튀김.
앞 분들한테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고 괜찮다 하셨지만 닦을 것도 없어 그 분들께 드리지 못해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남편이 자기 손수건을 건네주며 닦으시라고 함.

어떡해...아 너무 죄송하고 속상해...그러는데
'그러니까 컵을 왜 들어'
이러는 것임.
그 이후에도 '니가 저지른 일이다' 이런 식의 말을 계속 함.

내 잘못이긴 하지만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속상하고 민망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데 갈 곳도 없는 비행기 안의 상황에서
남편이 그런식으로 말하는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음.

잘못한걸 잘했다고 하라는게 아니라,
굳이 거기서 비난을 해서 더 괴롭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들었음.

남편 말로는
그 자리에서 가르쳐줘야 사태의 원인을 알고 다음부터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솔직히 일이 벌어져서 제일 곤혹스럽고 후회되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건 나 본인 아님?

주위에 사과하고 수습이 되었으면
나한테 괜찮냐고 묻는게 맞는거지
시시비비를 거기서 가릴게 아니라고 생각함.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아주 많은데,
만원 전철에서 서양인이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서 있고 내가 그 옆에 서 있었음.
사람들이 보기에 거기가 비어보이니 자꾸 밀고 들어와서
본의아니게 내 머리가 자꾸 그 사람 등에 닿음.
(키가 아주 크고 등을 젖히고 서 있는데 내 머리통이 그 사람 등과 허리 사이에 자꾸 들어감)

영어를 모를거라 생각했는지 날 보곤 영어로 욕을 함.
영어를 잘 못 하지만 순간 화가 나서 작은 목소리로 퍽큐라고 말함.
근데 남편이 그 순간 펄쩍 뛰면서
공공장소에서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나한테 뭐라고 함.
너무 서러워서 그냥 아무 말 안하고 다음 역에서 내렸음.

물론 남편 말이 맞음.
이유가 어찌되었든지간에 그 순간에 나 때문에 주위 분들이 불편했을 거라고 생각함.

하지만 190센치 넘는 남자랑 자기 부인 사이에
뭔가 트러블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상황이 뭔지도 알아보려 하지 않고 무조건 나의 실수를 먼저 잡아내고 탓하는 그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음.


한마디로 뭐가 중요한건지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내가 이상하다고 함.
남편하고 살면서 내 편이 생긴게 아니라
점점 작아지고 늘 눈치보고 피해의식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음.


남편이 뭔가 실수했을 때 나는 감싸주고 은근슬쩍 편 들어주고 위로해주는데
반대가 없으니 이럴 때 마다 나만 손해 본 것 같고 속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