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지 않길 바라

익명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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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새벽이 추우니 잠시 내 얘기를 꺼내볼까.


나는 너를 내 모든 진심을 다해 좋아했어.
아니, 아직 좋아해.
감히 네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넌 알고 있을까?
나는 아직도 너랑 갔던 곳 다시 못 가고
네가 좋아하던 그 노래 못 들어.

너와 같이 천천히 걸었던 길을 걸을 때마다,
네가 좋다고 했던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너는 내 시간과 공간을
예고 없이 불쑥 헤집고 들어와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이렇게 한 철 피었다가 사라질 꽃일 줄 알았다면,
애당초 피어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이제야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야.

그래, 네가 이렇게나 모자라고
부족한 내 옆에 계속 있어줄 리 없지.

네가 요새 좋아한다던 그 아이는
정말 예쁘고 마음도 따뜻한 좋은 아이야.
그래서 더 미워할 수가 없어.

차라리,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영악하고 나쁜 아이였다면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따뜻한 아이라 미워할 수가 없어.

그래도 난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하지만 그 아이로 인해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로 인해,
네 인생에 봄이 왔으면 좋겠어.
그 아이가 네 인생의 따뜻한 햇빛이 되어주고,
꽃이 만개한 꽃밭이 되어주면 좋겠어.

그럼 나는 그걸로 된 거야.
만족해.

하지만 작은 욕심 하나 부려보자면,
너와 내가 함께였던 그 시간은 네 마음 한 구석에
민들레 한 송이로 피어났으면 좋겠어.

언젠가는 민들레 홀씨로 흔적도 없이 날아가겠지만,
노란 민들레로 피어있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 동안은
그 샛노란 민들레를 보며,
가끔 내 생각을 해주면 좋겠어.

어쩌다 네 생각이 나서 잠이 안 오는 새벽이면,
네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들으면서
네 생각 조금은 해도 되지?
아주 조금만 할게.

가장 순수하게 빛날 때에
나에게 잊지 못할 예쁜 추억 하나 만들어줘서 고마워.

날씨가 꽤나 쌀쌀한데 이불 푹 덮고 자고,
창문도 꼭 닫고 자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다녀.

부디 좋은 꿈 꾸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