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남과 결혼한 언니가 말했다. "넌 왜 그런 남자 만나니?"

무앙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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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열 살 연상의 한국남자와 사귄 적이 있었다.

이 개새의 만행은 끝이 없어서 여기 다 쓸 순 없지만

대략 병신 오브 병신, 탑 오브 더 병신,

미친 루저남과 늙은놈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그 자체인...

놀라운 한국남자였다.

전문용어로 '스몰 앤 어글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날, 그 한남충이 운영하는 가게에 낯선 여자사람이 찾아왔다.




뭐지? 저 예쁜 사람은?

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얼굴 곳곳에 주름이 눈에 띄는 걸로 보아 30대 중후반쯤 돼 보였는데,

주름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는 듯한 _풍당당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자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우리끼리 얘기를 좀 하자고 했다.




나는 그 갓치와 인사를 하고, 한남과 그가 단순한 지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가 곧 스웨덴남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랜 롱디 연애 끝에 결국 결혼하기로 했단다.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건 뭐 한 마디로 '빅 앤 핸섬'이었다.




어디서 만나셨어요? 의사소통은 어떤 언어로 해요? 같은 질문을 하려는데,

갓치언니가 갑자기 훅을 날렸다.




"그런데, 왜 저런 남자 만나요?"

"네?"

"음.. 저런 스타일이 어린 여자한테 먹힌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성숙한 여자는 저런 남자한테 관심 없어요."




처음엔 갓치언니가 날 안심시키려고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한남이 자리로 돌아오자 갓치언니는 한남과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한남이 뭔가를 주장하면 갓치언니가 그에 대해 논박하는 식이었다.

잘 하면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한남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무래도 잔뜩 짜증이 난 눈치였다.




아니나다를까, 언니가 가고 나자 한남이 ____을 했다.

쟤는 꼭 저렇게 먼저 싸움을 건다고.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자, 그러니까 그 한남이 나를 사귀는 이유는?

내가 '안 피곤한' 어린 여자이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확실했다.

그동안 난 그 새끼가 날 후려쳐도, 비웃어도, 무시하고 농락하고 이용해도,

혼자 질질 짜기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까 그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맞아, 성숙한 여자라면 저딴 새끼한테 관심이 있을 리가 없지.




나는 그 한남이 고학력자라서 매사에 이지적일 거라 기대했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자기연민에 잘 빠지는 거라고, 안타까이 여겼다.

무엇보다 어쨌든 나이가 _나 많으니까 나보다는 훨씬 성숙할 거라고,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월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ㅈ팔.




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걘 또래 여성에게서 외면당한, 번식 탈락된, 도태된 한국남자였으니까.



그래서 굴러굴러 나한테까지 왔던 거다.

그가 나와 헤어진 이후 더 어린, 또 더 어린 여자를 만난다는 얘길 전해들었다.

아마 그 새낀 계속해서 그렇게 굴러다니다 죽을 게 분명하다.

난 어린 여자만 만나는 능력자야! 라고 자위하면서.




후에 그 언니의 블로그에서 결혼 생활에 대한 글들을 읽었다.

매우 놀라웠다.

남편과의 갈등은 대부분 대화로 해소되었고,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싸우고 난 뒤엔 늘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아서 싸운 게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한다 했다.

아내는 남편의 화를 풀어준답시고 유아적인 애교를 피우거나

남편 기를 살려주려고 억지로 화를 참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동등한 인격체야, 라고 그들 부부는 말하고 있었다.

가사노동을 정확히 나눠서 하는 건 기본이었다.




몇 년 뒤 언니는 결혼 후 처음으로 스웨덴 시가에 갔다.

둘은 직장문제로 한국도 스웨덴도 아닌 제3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느지막이 도착해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식사준비를 위해 새벽녘에 일어난 며느리는

주방에서 몹시 희한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아버지가 혼자서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_풍당당한 한편 한국여성의 코르셋을 완전히 벗지 못했던 언니는

제가 할 테니까 아버님은 쉬세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내 일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들어가서 더 자라."


"아버님이 이러고 계신데 제가 어떻게... 제가 할게요. 들어가서 쉬세요."

"이건 내 일이다.

나는 네가 나를 손님을 무례하게 대접하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해하겠니?"




갓치언니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고, 이내 잠들었다.

요리를 끝마친 시부가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보라, 이게 현실이다.


'현실'은 헬조선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웨덴에도, 그리고 또 다른 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현실적'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결코 안락한 삶을 도모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그건 그냥, 체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