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의식의 흐름대로의 연애

두해브비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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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높은 가을이다.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 청량함. 먼지 한톨 묻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늘에 비친 내 마음도 맑아진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긴 가디건 하나면 괜찮은 계절인 가을을 나는 사랑한다. "딱 지금같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것도 가을이다.

이런 가을과 같은 순간들이 인생에도 있었다. "우리,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 "지금처럼만 나를 사랑해줘"처럼 내 인생에 평생 가을같았으면 하던 순간들말이다. 지금, 그 순간들은 사라져 영원히 다시 올 수 없는 기억 저 뒷편으로 사그러 갔지만, 어김없이 가을은 다시 돌아왔다. 그는 없는 이 자리에 여전히 딱 좋은 풍경과 날씨를 들고 가을은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가을과 마주한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뭐라 말해야할까.. 참 좋았는데, 참 좋은데... 다시 참 좋을 수 있을까? 나의 가을이었던 너가 사라진 빈 자리에 나는 또 다른 가을을 채울 수 있을까? 푸르른 녹음의 여름이 지나 불타듯이 타오르는 가을이 오는 것을 보며 아름답다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멀리서 비극을 바라봤기 때문이 아닐까. 연인이라는 그 청명함과 싱그러움이 사라진 자리에 온 이별이라는 이름의 성숙을 내가 아름답다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나뭇잎이 아니어서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삶을 계절에 종종 비유하곤 한다. 청춘은 봄이다. 너와 헤어지고 난 뒤 공허한 마음을 그 무엇으
채울 수 없었지만, 채우는 행위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무엇이라도 해야했다. 너를 지우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쇼핑에 몇시간을 보내며 옷도 사고, 열심을 다해 화장도 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팠던 모양인지 살은 자연스레 빠졌다. 그런 나를 보며 사람들이 예뻐졌다고 말한다. 울긋붉긋, 나는 아름다운 단풍처럼 붉게 타고있다.가을을 지나는 봄은 시리도록 어렵다. 성숙이라는 이름의 붉은 단풍은 어쩌면 이별이 토한 붉은 피일지도 모른다. 가을을 지난다. 시리도록 청명하고 아름다운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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