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의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읽어주세요2017.11.05
조회2,721
저는 대한민국의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아직 제가 신고했던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새 뉴스를 보면 굉장히 성범죄 뉴스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신고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 피해자 입장으로 뭘 해야 하는지 매뉴얼이라고 생각하고 써보려고 합니다.


1. 전화기를 드세요. 신고하세요.
저는 경찰에 바로 신고하기 전에 네이버에 성범죄 법률 사무소 몇 군데에 전화했고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경찰서에서도 고소장을 쓰지 않고 상담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상담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실 그래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도 확실히 저에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위로도 해주지 않고 신고 꼭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명백한 증거가 확실히 있는 것도 아니고 목격자가 있지도 않습니다. 보통 진술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유죄가 확실히 나올 거라는 확신을 아무도 주지 않습니다. 무죄가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고, 유죄가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알면 쉬울 텐데 그렇게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판례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 있을 리도 없고 다 다른 케이스로 미래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소하는 게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를 위해 신고했습니다. 지금의 저도 정말 힘들지만 미래에도 힘들어할 저를 생각하니 더 괴로웠습니다. 먼 훗날 제가 이 과거를 떠올렸을 때, 괴로운 상처보단 최선을 다했던 저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늦었다는 건 없습니다. 어릴 때의 성범죄도 일관된 진술로 처벌받은 사건도 있는데 어느 정도 늦었다고 망설이지 말고 꼭 하세요. 바로 신고하지 않고 고소장을 늦게 접수하게 된다면 변호사 통해 법원으로 직접 고소하는 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 경찰통해 고소장 쓰는 것보다 진행은 느리지만 법원거쳐서 경찰서로 가면 사건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좀 더 잡힐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얼마나 지나서든, 가해자가 누구였더라도 꼭 신고해주세요. 내가 용기 내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상처도 모르고, 그 가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2. 기록하세요.
자, 앞으로 정말 수십번도 더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게 될 겁니다. 기록 정말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인 이상 까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까먹기 전에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모든 것을 기록하세요.사건 발생시간은 몇 시 몇 분인지, 가해자와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그 날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정말 사소한 것부터 그 날의 대화까지 만약 술을 먹었다면 자기 자신의 주량은 몇 병인지, 그 날은 무슨 술을 먹었는지..특히나 사건 당시의 상황이 정말 중요합니다. 관계 당시 나를 붙잡았다면 왼쪽 팔인지 오른쪽 팔인지 같은, 까먹기 전에 상세히 적어야 합니다. 관계 중 유사성행위가 있었다면 한 줄로 간략히 말하는 게 아니라 자세히 묘사하고 그때의 내 기분도 같이 적는 것이 좋습니다.경찰서에서 수사받게 되면 한 번이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불러서 같은 얘기를 다시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 가게 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진술할 때는 발로 맞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뺨을 맞았다고 말을 바꾼다던가 말을 바꾸면 안 됩니다. 그냥 솔직하게 일기를 쓰면 됩니다. 기억이 안 나는 건 기억이 안 난다고 쓰면 되고요. 당시 느꼈던 감정과 배신감 등을 자세히 적으세요. 그렇게 한 번 써두면 잊어버렸다가도 또 이야기해야 할 때, 다시 읽고 참고할 수 있습니다.또한, 가해자와 그 전까지 했던 카톡, 문자는 캡처, 전화는 녹음 필수이며 기록해 둔 건 메일과 외장 하드 등 여러 군데 백업해두세요.

3. 해바라기 센터에 가세요. (24시간)
저도 성폭행 사건이 있기 전에는 이런 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이름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원래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행 전문 센터는 아닙니다. 가정폭력 등 다른 지원도 같이하는 센터입니다.처음에 이 센터를 모르고 동네 산부인과를 가서 의사 선생님과 얘기 중 "성폭력 응급 진료 키트" 라는 걸 해야 되는데 그걸 하려면 대학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학 병원으로 갔습니다. 한참 검사를 받는데 .. 그 대학병원에는 응급키트가 마련되지 않아서 해바라기 센터로 가야 한다고 해서 또 해바라기 센터로 이동했습니다...응급키트는 정액채취를 하여 경찰서에 바로 전달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응급키트가 아닌 다른 검사로 채취가 된 건 증거 자료가 안 된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은 저처럼 모른 채로 고생하시지 마시고 바로 해바라기 센터(미리 전화는 해보세요)로 가세요.  그리고 해바라기 센터에는 여자경찰관님과 간호사님이 상주하십니다. 아 그리고 검사를 위해 사건 이후 샤워도 하지 말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손톱도 깎지 않고 바로 가야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검사는 똑같이 받을 수 있으니 빨리 가세요. 다른 긴급 사고처럼 성범죄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가해자의 DNA를 얻기 위해 72시간 이내라고 합니다. 검사를 받고 고소를 진행 안 할 수도 있으니 고소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방문해서 검사 꼭꼭 받으세요.

5. 사건 진행
사건의 순서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법은 잘 모르지만 제가 아는 선 내에서 쉬운 말로 표현하여 적어보겠습니다. 성범죄는 민사가 아닌 형사 사건입니다.
경찰 -> 검찰 -> 법원
5-1. 용어정리강간 :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제로 간음/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준강간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성에 관한 범죄(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있는 상태) / 3년 이상의 유기 징역강간치상 :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상해 입힌 것 /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유사강간 : 성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이용하여 강간 / 2년 이상의 유기 징역가해자, 피의자, 피고인 : 셋 다 가해자송치 : 경찰 조사가 끝나고 경찰서에서 검찰청으로 사건이 이동함기소 : 검찰에서 내리는 결정으로 기소가 되면 법원으로 사건이 이동함(경찰에서도 송치하면서 기소의견을 적어 송치하기도 함)불기소 : 무혐의기소 유예 : 전과 기록이 남지 않으며 말 그대로 유예집행유예 : 법원에서 내리는 결정으로 여기서부터는 무죄가 아니라 유죄입니다. 그래서 전과 기록이 남으며 미국 입국 거부, 취업 제한 등이 따라서 옵니다.구치소 : 기소까지 되어 법원에서 집행 유예가 아닌 유기징역이 되면 구치소로 먼저 갑니다. 구속재판이 진행될 경우 임시로 수용되는 곳이며 항소를 하더라도 구치소에서 진행하게 됩니다.교도소 : 수사 후 재판까지 완전히 끝나 형이 확정되면 들어가는 곳입니다.친고죄: 2012년에 법이 개정되어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권 없음 또는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혐의가 인정되면 벌금형, 집행유예, 실형 중 어느 하나라도 받게 됩니다.
5-2. 신고와 고소신고는 사실 빨리할 수록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진술할 때도 왜 신고를 늦게 했나? 이건 꼭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거든요. 신고를 늦게 했다면 부모님이나 친구에게라도 바로 고민을 얘기했다거나 그런 증거 있으면 더 좋습니다. 
5-3. 경찰사건은 여성청소년과에서 진행이 됩니다. 요즘 경찰이 많이 욕먹고는 있지만 그래도 경찰 조사 중요합니다. 경찰에서 피해자조사를 먼저 하고 피의자(가해자) 조사를 합니다. 3~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 같지만 더 빨리 끝날 수도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기다리지 말고 물어보세요. 그래도 피해자가 믿을 건 경찰뿐이지 않습니까.피의자 조사 때 서로 진술이 맞지 않거나 경찰에서 추가 질문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조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 첫 진술 때 경찰관님에게 대답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 달라고 했었습니다. 가해자 처벌이 저에겐 중요했으니까요. 아래에도 적었지만, 변호사와 동행하고 받을 수 있고, 해바라기 센터에서 여경에게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 그냥 빠른 사건 진행과 처벌을 위해 그냥 경찰서에서 받았습니다.솔직히.. 진술할때 경찰관의 질문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이런 말은 기대도 안 했지만 구해달라고 소리는 왜 안 질렀나, 어떤 자세로 저항을 했는가,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자세한 대답은 가해자에게 공격할 수 있는 총알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자세히 진술해야 합니다. 전 그림이라도 그려서 보여드려야 하나 했네요. 안 물어보는 것이라도 마지막에 시간제한 없이 할 말 적으라고 하니까 기록했던 거 기억해서 자세히 적으면 됩니다.그래도 솔직하게 기억 안 나는 건 안 난다고, 굳이 꾸며서 거짓말로 대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진술을 바꾸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변호사랑 먼저 만나서 조언받으세요. 그리고 변호사에겐 불리한 얘기도 감추지 말고 다 얘기하세요. 나중에 법원가서 빠뜨린 얘기 나오면 그걸로 사건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하네요.
5-4. 검찰경찰 조사 후 검찰로 거의 사건이 보통 넘어간다고 합니다. 검찰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기소/기소유예/불기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기소는 법원으로의 기소를 말하고, 기소유예는 전과 기록이 남지 않으며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불기소는 무혐의이며 마찬가지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경찰 조사 이후에는 사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힘내서 잘 기다리기?경찰 조사 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면 사건이 송치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송치된 사건 번호가 나오며 형사 사법 포털 홈페이지에서 사건번호를 조회도 가능합니다. 경찰이 기소 의견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하게 되는데 검찰의 기소 의견과 불기소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가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검사가 기소를 하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갑니다.

5-5. 법원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걱정을 덜어도 됩니다. 기소되고 나면 무죄가 나올 확률은 낮다고 합니다. 피의자는 여기로 오면 피고인이라는 이름으로 바뀝니다. 여기서는 유기징역/집행유예/무죄 아마 이 세 개 중에 하나로 갑니다. 단 합의를 하고 상대방이 초범이라면 집행 유예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유죄징역을 피하기 위해 합의하려고 연락이 올 겁니다. 직접 연락할 필요 전혀 없고 변호사 통해 거절하던가 얘기하면 됩니다. 가해자가 법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면 법원에 출석할 일이 없지만, 무죄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증인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변호사와 함께 참석해서 사실대로 대답만 하면 됩니다. 미리 신청하면 가해자와 마주할 일 없습니다.

6. 기타
신고하기 전에 걱정 많으실 겁니다. 
6-1. 진술하는 것이 무섭다.경찰서에서 혼자 진술하는 게 무서울 텐데 변호사에게 요청하면 같이 가줍니다. 전 무조건 같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스로는 어떤 질문과 답변을 했는지 기억 못 할 수도 있고, 진술하기 전 변호사가 이런 질문 할 겁니다.. 알려주면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고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여경에게 진술하는 것도 가능하고 해바라기 센터에서 진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전 빠른 사건 진행을 위해 변호사 동행 후 경찰서에서 남자 경찰관에게 받았습니다. 진술할 기회가 많지도 않습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일찍 인정한다면 검찰이나 법원에서 출석하지 않고, 경찰서 처음 진술 1회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6-2. 금전적인 문제신고해서 진행하면 사건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정신과 진료도 금전적으로 지원이 되며, 산부인과 쪽으로도 추적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모두 지원이 됩니다.변호사 또한 국선 변호사가 지원됩니다. 직접 법률사무소를 통해서 하게 되면 상담비도 내야 하는 데가 있고, 몇 백만원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몇군데 알아보았을 때, 10퍼센트 부가세 제외하고 3~700만원정도 되었으며 할부, 카드결제 가능했습니다.) 사실 변호사쪽에서는 고소장 써주는 것 말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위해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경찰쪽에서도, 해바라기센터에서도 국선 변호사를 추천해 줍니다.특히나 외상/내상에 대한 치료는 피해자 지원 센터라는 곳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치료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신고 먼저 하러 가면 됩니다.
6-3. 평일에 시간이 없다.저도 평일 낮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전화로 미리 시간을 정하고 진술을 한밤중에 했습니다. 야간 조사 가능하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야간 조사 후 귀가하는 범죄 피해자는 교통비 지원이 됩니다. 저도 추후에 택시비를 지원받았습니다. 해바라기 센터 또한 24시간이기 때문에 걱정 없이 가시면 됩니다. 저도 주말 밤 9시쯤 해바라기 센터 검사 시작해서 새벽에 끝났었네요. 상담센터도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가능합니다. 해바라기 센터에 문의하면 상담센터를 연계 받을 수 있는데, 상담센터도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하는 곳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사건 신고하고 나서도 생활에 영향 안 끼치고 지낼 수 있습니다.
6-4. 가족에게 알려질까 봐 두렵다.아무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다만 우편이나 등기로 사건 경과에 대해서 오기 때문에 송달 주소 변경을 신청하면 됩니다. 자세한 건 변호사님에게 물어보세요. 전 가족들에게 사건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필요했습니다. 변호사가 있는 법률 사무소로 주소를 변경하고 제 주소도 다 변경했습니다. 전화도 집 전화가 아닌 핸드폰으로 연락 옵니다. 
6-5. 가해자의 보복이 두렵다경찰서에서 조사를 처음 받을 때 그 점을 강력히 얘기하세요. 저는 경찰에서든 검찰에서든 다른일로라도 연락올 때마다 가해자에게 저한테 연락 절대 하지말아달라고 얘기해달라고 신신당부 드렸네요. 검사 통해서 얘기하면 조심하겠지 싶어서요. 그리고 찾아오든 연락이 오든 하면 경찰에 전화해서 바로 얘기하세요. 변호사랑 상담했을 때 전화나 문자는 무시하라고 들었네요. 정도가 심해지면 접근금지 같은 쪽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끝나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라고 들었네요. 가해자가 법원 쪽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사건 조회를 할 수 있어서 피해자의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7. 상담 치료상담 치료 꼭 받으세요. 꼭이요. 꼭.정신과 진료와 병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받고 나면 산부인과와 정신과를 연계해줍니다. 외상이 있다면 다른 외과로도 연계가 아마 되겠죠? 정신과에 대해 안 좋은 생각 있으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는 치료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생 다니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건 직후 6개월이라도 다니면 훨씬 도움 될 겁니다. 그리고 그래도 못 다니겠다는 분이 있다면 상담소라도 꼭 가세요. 상담 선생님이랑 안 맞을 수도 있겠죠, 그러면 센터 많으니 다른 데로 옮겨서 계속 진행하세요.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는 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내 얘기를 하고, 또 공감받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저도 머리로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알고 있는데 혼자 고민하고 하는 게 굉장히 외로웠습니다. 상담은 필수입니다. 또한, 상담 진행이나 정신과 심리 검사 기록 등도 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8. 스스로 힘을 기르자전 부지런히 인터넷으로, 전화로, 직접 바로 뛰면서 정보를 많이 모았습니다.. 아무도 친절하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제가 위에서 얘기했던 야간 피해자 조사 후 지원, 해바라기 센터에서의 상담소 연계,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병원비 지원 등등 제가 직접 인터넷에서 전화번호 찾고 전화해서 물어보고 찾아가서 관련 서류 제출하고 절차 밟아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신고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받는 것부터해서 수치스럽고, 주사도 많이 맞고 약도 많이 먹습니다. 전화로든 만나서든 똑같은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계속 해야 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본인을 위해 꼭 하세요... 그리고 사건의 진행이 정말 깁니다. 일년 이상을 염두에 두세요.. 처음에는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도 받아야 하고 경찰서에서 진술도 해야 하고 변호사와 얘기도 해야 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기다림입니다. 사건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심지어 무죄가 나오면 어떡하지.. 검찰로 넘어가면 기소유예가 나오면 어떡하지... 법원으로 가더라도 집행유예가 나와서 나에게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또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해코지하면 다 무시하시고 경찰서와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세요. 다 처벌이 강화되는 요인이 됩니다. 그리고 정말 하루하루 기다려야 합니다. 경찰서에서, 검사에게, 법원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서 모르는 번호도 다 받았습니다. 사건이 늦어지면 또 제가 직접 여기저기 전화해서 왜 늦어지는 거냐고, 잊혀진 건 아닌지 두려워 해야 했습니다. 그럴 수록 힘내셔야 합니다. 밥 잘 드시고 운동도 하시고 친구 만나서 가해자 욕도 하면서 건강히 기다리세요. 그리고 친구나 가족, 친척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손잡고 같이 경찰서와 해바라기 센터에 꼭 가라고 응원해주세요. 72시간 골든타임 기억해주세요.



저도 아직 사건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건이 끝나고 나면 더 자세히 적으러 오겠습니다. 다 끝나면 적으려고 했는데 이번 한샘 피해자분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판에 글을 적었던 것이고 다른 누군가도 또 질문을 올리겠죠. 저 또한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날 줄 몰랐고, 아무도 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인터넷에 물어봐도 모르는 사람 많았고 어려웠습니다. 뉴스만 봐도 징역 몇 년이니,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 지에 대해서만 나오고, 어떻게 해야 될지는 어디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나중에 사건이 마무리 되고 마음 추스리면 정리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또 있는데요. 양 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분들 많으시죠?
신고를 하고 나서 사건이 종결되기 까지의 시간은 다들 오래걸린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절차가 많기 때문에 넉넉잡아서 1년 넘기 쉽습니다.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가해자를 같이 욕해 달라고 등 떠밀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자를 비판하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용기있게 사건과 싸웠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용기는 없어서 아무에게도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못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누구에게도요. 위에서 적었다시피 성범죄 사건은 굉장히 늦게 끝납니다. 하지만 판결이 끝날 때까지 사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주세요. 
잘못된 정보있으면 수정해서 아무데나 퍼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