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모티브 단편소설 써봤는데 어때?

ㅇㅇ2017.11.05
조회176
ㅈㄱㄴ! 취미로 소설쓰는거 좋아해ㅎㅎ 전에 올렸었는데 의견 궁금해서 다시 한 번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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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고, 여렸고, 안일했으며 또 외로웠다. 사춘기의 미숙함이 일궈낸 그 시절의 나는 그리도 연약했던 것이다. 난 늘 다가올 불행만을 걱정하고 기다렸으며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행복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게 햇살 한 줌이 스며든 것이다. 풀내음이 천천히 번지던 그 여름날, 맑은 밤하늘 아래서 나는 그를 만났다. 새벽녘의 옅은 달 아래 홀로 영롱히 빛나던 그 소년을.

고작해야 나와 동년배로 보이는 그 소년은 잿빛으로 물든 도시의 밤에서 혼자 고고히 별빛을 둘러싸고 있었다. 고요한 바람 소리와 그 바람에 한 겹 얹히는 매미 소리가 마냥 평화로웠다. 그 평화로움 탓인지, 소년이 주는 신비로움 탓인지 나는 그에게 홀린 듯 다가섰다.

내가 밤공기에 차갑게 식은 잔디밭에 앉자, 소년의 고개가 내 쪽으로 향했다. 맑은 두 눈이 거울이라도 된 양 별을 담아 반사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년이 벌떡 일어섰다. 달빛을 등에 업은 그가 나에게 달려왔다.

"나 좀 도와 줘."

그게 그 소년이 내게 꺼낸 첫 마디였다. 그는 주섬주섬 흰 와이셔츠-교복의 상의로 보이는-의 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넸다.

바스락거리며 종이를 펴자, 종이 안에는 단출한 선 몇 개로 이루어진 직육면체 모양의 빈 상자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소년은 눈을 반짝이며 내 빈 손을 꼭 붙잡았다.

"도와 줘."

"......뭘?"

"그 상자 안에 저기 있는 큰 별을 담아 줘."

희고 가는 소년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자, 둥근 달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젓고는 소년에게 종이를 돌려주었다. 필히 어딘가 이상한 아이가 틀림없으리라.

"미안하지만 못 해. 저 달은 이만한 상자에 들어가기는 너무 크고, 내가 가져오기에는 너무 멀어."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자, 소년은 내 손목을 붙잡으며 다시 끌어당겨 나를 앉혔다. 내가 째려보듯 그를 눈으로 흘기자 소년은 배시시 웃으며 다시 종이를 건넸다.

"넌 할 수 있을 거야.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내게 종이에 양을 담은 상자를 그려 주었거든."

황당한 소리만 주절거리는 아이였다. 하지만 유독 때묻지 않은 환한 미소에 나는 종이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를 다시 찾아가 보는 건 어떠니?"

"그럴 수 없어."

"왜?"

"그 아저씨가 어른이 됐을까 봐 무서운걸. 어른은 답답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 꽉 막힌 사람들이야."

'그 아저씨'는 소년이 '아저씨'라 부르는 것에서 어른인 것이 분명했지만, 나는 구태여 토를 달지 않았다. 어차피 대화가 통할 상대도 아닌 듯 했고, 굳이 소년의 이상야릇한 환상을 깨트릴 마음도 별로 들지 않았기에.

"저 큰 별을 담아줄 수 있어?"

"으음, 글쎄. 그런데 왜 나야?"

"왜냐니, 넌 내 옆에 앉아서 같이 별을 바라보아 주었잖아. 너는 어른이 아니야. 남자애가 이 밤에 홀로 밖에 나와 있으면, 이상한 시선을 던지곤 쫄래쫄래 도망쳐 버리는 약아빠진 사람이 아니란 말야."

"그야 난 어른이 아니지. 미성년자인걸."

"미성년자?"

호기심 가득한 눈이 나를 올곧게 담았다. 그 두 눈은 어찌나 맑은지,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는 것이었다. 내 속내까지 일일이 훑어보는 듯한 그 눈에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가 둘러싼 겹겹의 보호막을 하나둘 내려놓았다. 오직 진솔함과 순수함만이 남은 상태로 나는 그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을 미성년자라고 하는 거야."

"어른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데?"

"나이가 스무 살이면 성인이지."

"그건 말도 안 돼! 내가 지나온 어느 별에는 아흔아홉 살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매년 그 할아버지의 행성을 지나쳐 가는 별에게 인사를 해 주었단 말이야. 어른이라면 지나쳐 가는 별에게 인사는커녕 자기가 먼저 발견했다면서 이름을 붙이기 급급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걸."

"이상한 나라네. 그럼 너희는 스무 살이면 모두 어른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관점은 달랐지만, 나도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년은 내게 스무 살이면 어른으로 변해 버리는가를 물었지만, 난 스무 살이면 모두 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글쎄. 기준이 약간 애매하긴 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