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친구가 맡기고 간 고양이

csh2017.11.10
조회229,554

 

친구가 얼마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죽기전에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만약 자기가 죽으면 고양이를 부탁한다고

그런소리 하지말라고 했지만 끈질기게 말하더군요

그냥 하는 소리니까 알겠다고 대답만 아니 그것도 아니고 고개만 끄덕여달라고

만날때마다 그 소리를 하길래 저도 결국 어쩔수없이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안돼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친구는 분명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운전자의 부주의였죠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친구는 자살을 했다는것을

그냥... 알 수가 있었어요

내가 고양이를 맡아주겠다고 하니까

정말 뭔가를 털어냈다는 표정으로 웃었거든요

평소에 감정도 잘 안들어내는 애가 아주 환하게

 

나는 약속대로 고양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죽음때문에 고양이를 제대로 돌볼수가 없었어요

호텔에 맡겨놨다가 삼일전에 찾아왔습니다

지금 제 자취방 있구요

 

힘드네요

고양이를 케어하는게 힘든게 아니라 얘를 보면 친구가 계속 생각이 나요

그리고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아마 제가 끝까지 고양이를 맡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친구는 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친구는 가난한집의 기둥같은 존재였어요

학자금대출로 겨우겨우 졸업하고 취직했지만 월급의 반이상을 빚갚는데쓰면서 또 일정부분을 집에 계속 보태주고

특히 그 집 오빠라는 인간이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녀서 그 와중에 조금씩 모은 적금같은것도 다 깨부수고 그랬더군요 오빠 여자친구 낙태비도 대준걸로 알고 있어요

친구는 자기돈을 자기가 거의 쓰지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고양이를 기르게됐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해준거 같았어요

저도 친구집에 놀러갈때면 항상 캔이나 장난감 같은걸 가지고 갔구요 

자기는 안써도 고양이한테는 꼬박꼬박 투자를 하더군요

고양이랑 있으면 친구의 항상 우울하던 얼굴이 조금은 밝아 보였습니다

동물이상으로 많이 의지를 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친구의 정확한 상황은 잘 몰라요 딱 저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저에게 말하지 못했던 더 큰일이 있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건 저도 친구의 죽음에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약속대로 고양이를 맡긴했지만 친구의 죽음을 계속 떠올리면서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다른사람에게 주지도 못하겠죠

내귀에만 그런지 몰라도 고양이가 뭔가 슬프게 우는것 같기도 하네요

얘도 친구가 죽은걸 아는걸까요?

 

아무한테도 말을 못해서 너무 답답하네요

그냥... 익명의 힘을 빌려 몇자 적어봤습니다

 

 

 

 

 

 

 

 

 

 

 

 

 

 

 

 

 

 

 

 

 

 

 

 

 

 

 

 

 

 

 

 

 

 

 

 

 

 

댓글 102

ㅇㅇ오래 전

Best그렇지 않습니다... 님이 맡지 않는다고 하면 친구는 아마 카페 통해 모르는 사람에게 고양이를 맡겼겠지요. 저도 동물 키우는 입장이라 잘 압니다. 적합한 주인을 고르고 골랐겠지만 아마 마음은 계속 불편했을거에요. 님이 고양이를 맡아줘서 친구는 고통으로 가득했던 인생을 마지막에나마 든든하게 떠났을 것입니다. 쓰니님과의 추억은 덕분에 친구가 끝까지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한 기억으로 남겼겠군요. 큰 일 하신겁니다... 친구는 아쉽게 먼저 하늘로 떠났지만 언젠가 두 분 다시 만날 그 날 기다리며 친구 몫까지 많은 행복 누리다 가시길 바랍니다.

쌤킴오래 전

Best고양이를 맡아주든 아니든 똑같은 선택했을겁니다. 맡아준다해서 맘편하게 간것뿐이죠. 각박한 세상에서 상처많았던 그친구에게 정말 좋은 친구였군요 미안해하지말아요.

오래 전

주작이여 불타올라라

윤석희오래 전

가슴이 찡합니다~ 실화라면 넘 슬프구요, 작가시라면 대성하시겠습니다~~ 가슴한켠에 삶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꾸뻑~~

박선희오래 전

에구... 힘내세요. 너무 많은 생각은 독이 됩니다.

고양이가오래 전

착해서 너 같은 주작질을 아직 살려두는 것이여

ㅇㅇ오래 전

죽음을 부르는 고양이네.. 진짜 사실이라면 연락드려요.. 죽음을 부르는 고양이 로 궁금한 이야기 Y에 제보하겠습니다

화곡동오래 전

친구분은 글쓴님 덕분에 마음 놓으셨을거에요.. 그리고 글쓴님이 고양이 맡아준다셔서 그런 선택하신건 아닐거에요.. 저도 항상 제 고양이 맡아달라고 제가 무슨일생기면 꼭 고양이 부탁한다고 하고 다녀요.. 혼자살고 혼자라서 고양이가 집에서 저 기다리다가 굶어죽을까봐 항상 불안불안하거든요ㅠㅠ 하루이상연락안되면 고양이좀 보러와달라고 집 주소, 비번도 알려준 친한 친구가 있어요 단지 그렇게 마음놓고싶어서 말씀드렸었던걸거에요 그리고 고양이도 글쓴님도 주인과 친구를 잃은 아픔을 서로가 위로가 되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ㅁㅁ오래 전

쩝 나도 가족이랑 연 끊고 힘들게 사는데 울 냥이 때문에 살고 있음 울 애랑 닮았네 주변에 맡길만한 친구 있으면 나도 편하게 갈 수 있을텐데 같이 죽으까 생각도 하고 안락사 해서 먼저 보내고 따라갈까 생각도 하다가 이 시키는 나 만난 죄로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했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나 죄책감 들었음 고양이 카페에 입양 보낼까하다가 나같은 주인 만날까봐 혹시나 학대 당하거나 버려지면 내가 얼마나 죽은게 후회될까 눈물만 나고 그럼 친구가 참 마음이 든든했을것임

ㅇㅇ오래 전

고양이도 인간감정 앎 키우던 고양이가 엄마혼자우울증으로 멍하게 있을때 건미역 물어다줬었음 끼니챙겨먹으라는 거같았다고 엄마가이야기해줌

ㄴㄱㄴㄱ오래 전

정말 친구분이 자살한거라고 확신하실 수 있는지요? 그게 자살이었다면, 자살징후가 보였다고 가족을 비롯한 경찰 등에 알리셔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죽였다는 운전자의 자책감과 보상금은 어떡합니까...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건 안타깝고 슬프지만 산 사람의 고통도 외면하셔선 안됩니다. 그게 생면부지의 남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000오래 전

어려운친구가 자가용을???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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