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불면증...

개구리2004.01.28
조회1,148

2004년이 시작됐다.
2003년이 다사다난했다는 상투적인 말은 피하고 싶지만...
짧은 국어 작문실력으로는 영 땟갈나는 말을 할수가 없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3년이었었다.

 

2004년...서른다섯...

 

숨이 컥, 막힌다.
젤 처음 쓴 글이 '서른셋...그 낯선 느낌..'이었었는데,
서른다섯은 정말 더더욱 낯선 느낌이다.

 

(가끔 댓글에 보면 서른셋, 동갑이라는 분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그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면사무소 직원알씨의 실수로 인해 한살을 더 먹어버린(ㅠ ㅠ) 저는
주민등록상의 공식지정은 서른다섯이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만나이인 서른셋을 고수할거랍니다.^^)

..................

 

2004년, 시작....

 

별 큰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불면증이었다.

1월. 그 시작부터, 나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면증.
나도 모르는 새 몸이 스멀스멀 앓아눕기 시작하더니,
급기얀, 이성마저 손을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별수 없다. 그럴땐 정말 별 수가 없다.

이미 시작된 새 해를 숨겨놓을 수 없는 한은, 그저 앓아야한다.
실컷 땀흘려 앓고나야 한다.
그렇게, 지쳐 잠들때까지 말똥구리같은 눈을 뜨고 있어야했다.

 

2004년 나의 1월은 불면증으로...시작됐다.
.
.
.
 무겁다.
서른 다섯, 이 나이는 참, 무겁다.
할말조차 잃고 만다.
지나보면, 그냥 살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첫발은 언제나 두려움으로 부산스럽다.

 

그리고...1월.

 

서둘러 급히 가야할 것 같은데, 정작 갈 곳이 없다.
맘은 너무나 급해 내 발에 걸려 곧 넘어질 것같은 조바심으로 바쁜데,
몸은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이미 저 문밖을 나서고 있는 맘을 쳐다만 보고 있다.

 

 '뭘 해야하지? 뭘 하고 싶은거지? 왜 이렇게 외롭기만 하지? 왜 즐겁지가 않지?
  이 멍한 기분,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이 조급한 기분은 뭐지? 뭐지...?'

 

열정.
열정이 없다. 내겐...열정이 없다.
그걸 잃어버리고 있었기에, 그 어떤 하루도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그래서 택한게 사랑이었다.
그래도 얻지못한 게 사랑이었다. 아직은...


      -   그리움에서 벗어나야한다.
          삶의 길을 다 가기 위해서는 그리움쯤은 가볍게 생각하자.
          인생은 연습이 아니기에...

                                              

                                                                          노을 그리움....서정윤


 나와 내가 맘이 맞지않아서,
애꿎은 고향 면서기 아저씨만 욕해대던 일을 이젠 멈출려고 한다.
물론 여전히 억울한 맘은 들지만, 그래도, 나이를 단지 숫자에만 맞추었던 어리석음은
버릴려고한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아직 내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이미 다 해봤다고, 이미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었던 내 일들도 정리해야겠다.
빈 구석을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으면서도, 게으름으로 묻어두었던 나를 다시 꺼내,
먼지 털어내고, 깔끔하게 잘라낸 후, 가득 채워야겠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서른 다섯.
아니, 서른 넷. 그리고 서른 셋.
내 나이는 단지 숫자가 아니다.
젊음과 조금씩 자리를 바꾸고 있는, '여유로움'의 깊이다...바로 나다.


맥주 한캔이 갈증을 가셔준다.
칼칼한 이 맥주 한잔이 시린 뒤통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서른 다섯...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2004년. 1월...불면증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