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근속 직원이 없는 회사

ㅇㅇ2017.11.23
조회16,494

삼십대 후반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고만고만한 학벌과 경력으로 고만고만한 회사에 근무해 왔습니다.

일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맥주 한 잔이나 운동,

영화 감상, 범죄소설 읽기 등 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삶을 지향합니다.

 

그러다 얼마 전, 구질구질한 이유로 퇴사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업무였고 근무조건이나 급여도 대체적으로

받아들일만 하여, 제가 원하는 삶, 일할 땐 일하고 퇴근 후 또는 주말에는 제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장기근속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겁니다.

면접보고 할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심스럽게 확인했어야 했죠..)

가장 길게 근무한 직원이 8개월째 근무 중인데, 이 친구도 관두려고 인수인계 중이더군요.

처음에 아. 이거 뭐지 싶었는데 그래도 쉽지 않은 이직이었기에 어떻게든 노력해보자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니더군요. 사람들이 못 버티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아무리 백인백색, 별의별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 밥줄 달린 직장을 관둘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상무 때문이었습니다.

대표와 상무는 부부. 사실 가족회사의 단점 모르는 바는 아닌데

대기업도 자신들 패밀리 집어넣는 판국에 가족관계로 얽히지 않은 사업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저는 제 일만 잘 하고 눈에 안 띠게 조직생활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근데 이 상무는, 소위 말하는 진상 중의 진상, (혼자만의) 정신승리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더군요.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본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이해합니다.

남편이 대표인 덕에 자리 차지하고 직원들에게 간섭하는 것도 치사하고 더럽지만

뭐 현실이란 게 좀 비루하잖아요?

 

이간질, 음모론 전파, 본인의 조울증 증세에 맞춰 사내 분위기 조장,

기준과 원칙과는 담 쌓은 업무 진행, 본인에게 알랑방귀 뀌는 직원에게만 후한 편협함,

모든 직원들이 자신을 떠받들여야 하는 관종, 그러면서 본인 혼자 회사일 다 하고 있다

고 생각 or 말하는 요상한 정신승리...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싶지만, 워낙 할 일이 많으셔서 네이트판도 어쩌면 볼 지 몰라서요.

그리고 보게 된다면 본인만의 정신승리로 저에게 고소 드립을(하지도 못할 거면서)

날릴 수도 있는 캐릭터에요. 저만 피곤해질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안타깝게도 들으시면 모두 기함할만한 에피소드를 못 푸는 게 너무 아쉽네요.

 

아무튼, 이 직장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 나이에 또 이직을 준비해야 하지만...앞으로 이직할 때는 장기근속 직원이 없는 회사는

무조건 피하고자 합니다. 면접 볼 때 조심스럽게 질문에 얹어 확인하려고요.

 

마지막으로, 이 시간에도,

관두는 직원들 욕만 하고 있을 상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신경정신과 상담, 꼭 받아보세요. 아마 절대 안 받으려고 하겠지만 마음도 아프면

치료받아야 해요. 피 나고 열 나야만 병원 가는 거 아니에요. 매일, 직원들 때문에

힘드시다면서요. 그거 넋두리라도 한다 생각하고 신경정신과 상담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