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돈쓰는걸 아까워 하는 남자친구..

찌질아꺼져2017.12.07
조회3,892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요즘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하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해결 방법도 모르겠고..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부끄러워 말을 꺼낼 수도 없습니다.

익명을 빌어 조언을 구하려구요. 다른 판보다는 결시친에 여자분들이 많이 글을 읽으시니까..

 

 



제목 그대로 남자친구가 저에게 돈을 쓰는 것을 너무 아까워 하는 것 같습니다.

만난지 3년이 되어가는데, 지금까지 선물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교제 시작한지 1년 만에 장거리 커플이 되었기 때문에,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선물 보다 만나서 얼굴보고 같이 식사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운하다 못해 '나를 봉으로 생각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연애 초반에는 둘 다 학생이었지만, 데이트 비용은 거의 제가 부담 했습니다.

데이트를 할 때 주로 남자친구가 부모님 차를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식비나 데이트 비를 제가 내는 것에는 별로 불만이 없었어요.

둘 다 학생이였지만 제가 여윳돈이 남자친구보다는  많았거든요....

 



저는 운좋게도 22살 때부터 사무보조, 인턴십, 팀비서와 개인과외 등 학생 신분치고는,

급여도 많고 몸도 고되지 않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대학 졸업하면 1원 한푼 안줄테니,

졸업 전까지는 용돈 받으라고 하셔서

제가 번 돈은 고스란히 통장에 모을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히 졸업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어서 백수기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저보다 나이가 4살이나 많았고, 중간에 외국에 유학을 오래 다녀와서

졸업도 늦었고 취업 준비도 저보다는 오래한 편이죠.

남자친구네 집안이 넉넉한 걸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이 먹고 취업도 못했는데,

여자친구한테 돈을 쓴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경제부담은 제가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이십대 초반 어린나이에 경제적 여유를

누려서 어느샌가 씀씀이가 헤퍼졌던 모양이에요.

남자친구가 뭐 갖고 싶다, 필요하다 지나가는 말로 하면 자꾸 선물 해줬거든요.

네, 제 잘못으로 시작된 일이에요.

제가 워낙 뭘 잘 사주니까, 남자친구가 제가 되게 부자인줄 알아요.

아무리 아니라고, 알아듣게 내 돈의 출처를 다 말해줘도

부잣집아가씨라고 장난처럼 말해요....

친구들한테 소개 해줄 때도, 얘네집 잘한다고 장난처럼 말하고.

장난이지만, 혹시 이게 이 사람 진심인지..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손수건으로 시작했어요.

아직도 선물 받고 너무 좋아하던 남자친구 모습이 생각나네요.

손수건, 속옷, 향수, 지갑, 신발.....휴....



 

원래 워낙 퍼주는 성격이라 아깝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선물을 해줘도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아주 고가의 물건을 사달라고 하지는 않아요.

자잘한 것을 여러번 사달라고 해요...

예를 들어, 양말, 속옷, 손수건, 이어폰, 열쇠고리, 필통, 가방 등등.

심지어는 싸이월드 도토리나 모바일?소액결재?부터 커피전문점 기프티콘 같은 것 까지요.  

(남친은 부모님 신용카드 사용하는데, 주로 커피숍에서 공부하거든요. 근데 카드 청구서에 5000원짜리 커피가 뜨면 좀 그러니까 저한테 기프티콘 같은걸 사달라고 해요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무슨 기프티카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그런걸 몇만원어치 사줘버렸어요)



 

또 인터넷 쇼핑 했는데, 저보고 계좌이체좀 해달라고;; 본인이 하면 직접 은행 가야하니까

나중에 돈 주겠다고 하는데 17500원, 6700원 이런 자잘한 금액이라

그냥 오빠가 나중에 밥사 이러고 말았는데 결국 만나면 밥은 또 제가 사고..



 

사실 이런 자잘한 물건을 해달라고 하니까, 거절하기가 어려워요.

차라리 아주 고액의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아 이사람은 아니구나 싶었을 텐데

이렇게 자잘하게 돈이 나가니 긴가 민가 싶기도 하고..

20만원 넘는 선물은 2번 정도 해줬고, 나머지는 다 자잘한 것들이에요.

근데 오늘 판을 쓰다가 대충 천원단위는 떼고 지금까지 제가 해줬던 것들을 헤아려 봤어요.

그런 자잘한 것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70만원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ㅠㅠㅠ 

 



근데 왜 지금까지 선물 한번 못받았냐 하시면,

제 입으로 선물 사달라는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남자친구한테 선물 받고 싶은 욕심에 악세사리 작은거 사달라고 말한적이 한번 있어요.

사주겠데요. 제가 사래요. ^^ 사면 돈을 주겠다고..

그래서 그게 뭐냐고 됐다고 그냥 웃고 넘어갔죠.

 



남 일 같으면 당장 헤어져! 라고 하겠지만, 막상 자기 일에는 눈뜬 봉사 되잖아요.ㅠㅠ 

저 정말 바보 같게도 남자친구가 취업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몰랐어요.

네 ㅠㅠ저 정말 슈퍼 등신이죠. 휴..

남자 친구가 고생 끝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데이트 할 때 당당하게

오빠가 계산 할께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날뻔 했어요...

또 취업 기념으로 선물 사준다길래 백화점에서  시즌 지난 막 60%세일상품 이런걸 사달라고 했어요. 



겨우 6만9천원 짜리 가방을 사달라고 말했는데...

그 날도 니가 사면 오빠가 돈을 주겠다. 이러는거에요. 휴.

그래서 그 날 처음으로 선물 얘기를 하면서 싸웠어요.

선물 필요없다, 난 지금까지 오빠한테 선물 한번 하면 작은거 하나라도 포장 이쁘게 하고,

오빠 좋아할 거 생각하고 선물 했는데, 어쩜 이럴 수가 있냐.

이런 얘기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좀 자존심도 긁었어요.

내가 비싼거 사달라고 했냐, 지금까지 내가 오빠한테 해준 물건값다 합쳐도 이것보다 10배는 넘는다..

넌 왜 나한테 뭐 사달라고만 하냐, 내가 니 봉이냐..ㅠㅠ

이런식으로요. 일방적으로 제가 막 울면서 화를 내버리니까

남자친구도 놀랐던지, 미안하다, 그런게 아니다 하면서 사과하더라구요.

네. 사과만 받았어요.




그 상황에서 가방 사달라고 말하기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그냥 넘어갔어요.

내심 남친이 사주길 기달렸지만...ㅠㅠ

 




어쨌든 남친 취업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데이트 비용은 절반정도 부담했어요.

일단 직장이 있어서 그런지 항상 말은 '내가 낼게' 하는데,

그냥 제가 적당히 눈치 껏 '아냐, 아까 오빠가 밥 사줬잖아^^ ' 이럼서 계산하는 상황.

근데 이 상황도...정말 딱 3개월 만에 끝났어요.




남자친구가 회사를 작년 11월쯤에 그만 뒀거든요.

남자친구 일하는 직종이 석사나 박사를 하면 승진 속도나 월급이 다르데요.

뭐 안그런 직종이 어디 있겠냐마는... 암튼 미래를 생각해서 석사를 하기로 했대요.

외아들이고 부모님들이 여유가 있으셔서 그런지 지원을 해주신다고..

  



그리고 모든 상황은 다시 제가 데이트비용 다 부담하고, 또 자잘한 물건 사달라고 하는

상황으로 되돌아 갔어요. ㅠㅠ 저 어떻게 해야하죠?

몇개월 동안 하도 속앓이를 하고, 내면의 나와 상의도 해보고.....

돈 때문에,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이 사람의 다른 좋은 면을 못 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정말 혼자 노력도 많이 해봤어요.




근데 어느 정도 상황 까지 왔냐면. 이제 제가 싫어져요.

돈 때문에 이런 감정을 가지는 저 자신이 싫고, 스스로 봉 노릇을 하고 있는 내가 싫고,

그 사람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서(이게 가장 큰 이유인듯) 괴로워하는 내가 싫고,

결국은 돈 때문이면서 속물처럼 보이기 싫어서 남자친구한테 솔직히 말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져요.




왜 나는 대접도 못받고, 왜 이런것 때문에 속상해야 하나,

왜 내 남자친구는 나에게 선물을 안사줄까? 나한테 돈 쓰는게 아깝나?

내가 너무 잘 사줘서 내가 부자인줄 아나?

 

 

여기 글을 올리게 된 것도, 이 상황이 저를 너무 슬프게 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 혐오로까지 이어져서..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식으로 남자친구한테 말을 해야 할까요?

주변의 누구에게 말도 할수 없고, 이제는 남자친구를 만나도 미소 짓기가 힘듭니다.

남자친구는 어제도..기분이 안좋냐며 피곤하냐며 조심스레 물어보다가,

저번에 사준 이어폰이 고장 났다면서 좀 사다 달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