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사랑해2017.12.12
조회28,812

저는 엄마랑 시시콜콜한 얘기를 많이해요.
한번 전화하면 한시간은 기본이에요.


결혼전에 같이 살땐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서 따로 사니까
친정 근처에서 살고 싶고,
언제든지 나 혼자 고향에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요.


오늘도 엄마랑 전화로 수다떠는데
갑자기
“ 엄마가 비밀이 하나 있는데..
엄마는 사실 중졸이야, 고졸인줄 알았지?”
이러는 거에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때부터 저는
엄마가 당연히 고졸이라고 알았어요.


왜냐하면 엄마는 똑똑해서 계산도 잘하고
뉴스 잘 아시고 신문도 많이 보고
스포츠 지식도 알고, 한자도 잘 알고,
무엇보다 역사도 좋아하시고 잘 알아서
평상시에도 역사를 많이 가르쳐 주셨거든요.
책 좋아하셔서 서점도 자주 가세요.


그렇다보니 내가 모르는 것은
인터넷 검색이 먼저가 아니라
당연히 엄마한테 물어봐야하는 것처럼
늘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요즘따라 학력이 한 맺힌 것처럼
마음에 콕 박힌대요.
명절날 식구들이 모이다보면
가끔씩 쓸데없는 거에 꽂혀서
끝을 봐야 직성에 풀리는 그런 일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정말 뜬금없이
“이 물병을 찌그러뜨렸을때
물은 얼마만큼이 들어가는가?” 같은 수학문제나

고3수험생이 있으면
“ 이번 수능에 몇번 문제가 어려웠냐” 며
풀어보자는 얘기 등등 공부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는 자격지심이란 생각에
그 자리를 뜨거나 모르는척을 해버린대요.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것은 더 찾아보고
공부하고 뉴스도 보고 책도 보면서
다양하게 지식을 쌓았던 알고보면
노력파 엄마였던 거죠.


근데 어느날 엄마친구들 중에 한명이
계모임으로 서울에 놀러가서
단체로 옛날 고등학교 교복입고 사진찍은
카톡을 보고 그 순간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속이 상하셨나봐요.


그친구분은 아무 느낌없이 사진을 올린건데
뭔가 일이 꼬이려면 꼬이는것처럼
하필이면 그 사진이 엄마 카톡으로 보내진거였죠.


그러면서 옛날에 외할아버지가
하루는 엄마를 부르시면서


“나는 자식들을 일부러 차별하면서 살았어.
잘 사는 자식한테는 일부러 용돈도 더 받고
못 사는 자식한테는 내가 안 받으면 안 받았지
왜 용돈 안주냐고 타박한 적은 없었어.

그래도 자식들 다들 잘 살아서 좋지만
너는 그중에 제일 아픈손가락이었다.
내가 너 고등학교를 안 보내준 게
지금까지도 참 미안하다” 라며 말을 하셨대요.


그말을 듣고 엄마는
“아버지, 그때는 집안형편도 안좋았고,
사정도 안좋았으니까 나도 안가고 싶었죠.
그래도 동생들은 다 공부시켰고,
지금 이렇게 다들 잘 살고 효도하면 된거다” 하면서 할아버지 마음 아프실까봐 덤덤하게 말을 했대요.


그래서 할아버지 살아계실때
할아버지 소원이 엄마 고졸 졸업장이라는데
지금이라도 검정고시라도쳐서 졸업장 받을까?
생각은 했는데 상황도 여의치 않고
집안일도 잘 안풀려서 기회가 없었대요.
할아버지도 엄마의 졸업장을 못 보시고 하늘로 떠나셨죠.


그말을 듣고 너무 너무 속상해서 전화기 잡고 울었어요.


“엄마, 그런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말하지~
내가 옆에서 엄마를 도와줬을텐데” 했더니


엄마는
“ 다 큰 자식들 앞에서 검정고시 부끄럽잖아” 하고
자신을 낮추시더라구요.


“엄마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자랑스러워.
아는 것도 많고 퀴즈도 좋아하고,
모르는거 있으면 꼭 찾아보는 습관이 있잖아.
지금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고
배우다보면 공부의 즐거움이 남다를테니까
엄마가 하고싶은 공부 꼭 했으면 좋겠어!!”
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엄마가 책보는거 좋아해서 집에 책이 많아요.
책에 대한 재미가 기본으로 있기 때문에
시작만 잘 한다면 엄마 소원을 제가 꼭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을 해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검정고시문제집 부터 사야하나요?
아니면 공무원 국어처럼 심화학습으로
깊게 파고 들면서 접근해도 되나요?


검정고시 학원 다니는 건 힘들 것 같아
인강이랑 교재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자료가 방대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와요.


엄마랑 둘이 여행가서 고등학교 교복입고
사진찍는 것은 혹시 불편할 수도 있을까요? ^^
+저희 엄마 나이를 말씀안드렸네요.
50대중반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이 있었거나
해결하신 분들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댓글 34

ㅇㅇ오래 전

Best지역이 어디신지 모르겠지만 성인들 다니는 학력인정고등학교가 있어요. 2년 다니면 고등학교 졸업장이 나와요. 시간표에 맞춰서 공부도 하고 시험도 보고요. 소풍도 가고 입학식, 졸업식 다 해요. 졸업장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도 원하시는 거라면 학교 다니시는 거 추천할게요. 제가 학력인정학교에서도 교직생활을 몇 년 했었는데 성인분들이 거의 배움에 한이 있어서 오신 거라 일반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공부 정말 열심히 하셨고, 대학도 많이들 가셨어요. 어머니가 어느 쪽에 뜻이 있으신지 한 번 의향 여쭤보세요. ^^

ㅇㅇ오래 전

Best검정고시 학원 있어요. 혼자서 가능하시면 검정고시 책 사서 보시면 되구요. 시험이 자주 있는게 아니니 시험등록 부터 하시고 공부하시라고 하세요. 한정없이 공부만 하는것보다 시험날 잡아두고 하는게 효과가 더 좋아요. 하루만에 시험과목을 다치니까 당일날 도시락이랑 간식 챙겨드리세요.

오래 전

제 어머니도 학력인정 고등학교 늦깍이 신입생으로 들어가셨어요. 가서 또래 친구들 만나고 선생님~선생님~ 부르고 교가도 외우고 수업듣고 소풍가고 수학여행도 갑니다. 시험도 쳐요. 그런데 중요한건 가서 노는 친구 무리가 갈리고 만나면 서로 간식 나눠먹고 수다떨기 바쁘고 학업은 그냥 출석채우는 것으로 만족하게 됩니다. 수업료 교재비 통학비 일일이 따로 들고 공부보다 친목과 졸업장이 목적이 되기 쉬운 분위기예요. 어머니랑 잘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제 어머니는 한학기만 다니고 그만두셨어요. 차라리 혼자 하는게 더 낫다고.

오래 전

그냥 졸업장만 필요하신거면 그정도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진짜 짧은 기간으로도 충분해요 검정고시가 정말 쉽거든요... 일단 졸업장따서 한을 풀어드리고 그담에 원하는 공부시켜드려요

ㅁㅇ오래 전

힘내세요

굿굿오래 전

꼭 도와주세요^^ 후회되지않을거예요~ 저희 친정엄마 60 넘어서 대학원까지 가셨어요~ 힘들지만 너무 공부하는게 즐겁고 활력소가 된다고!!공부시작하고 더 젊어지신거 같아요~~ 늦지않았고 그런분들 정말 열심히 하십니당^^

ㅇㅇ오래 전

저희 엄마는 초졸이셨어요 저 결혼전에 공부 하시고 싶다 하셔서 중학교 검정고시는 학원이랑 제가 사드린 책으로 공부 하셔서 졸업장 따셨구요.고등학교도 검정고시 보신다는걸 제가 방통고등학교 추천해드렸어요 3년동안 학교생활 하는게 어떠냐고.. 일요일만 학교 가시는 거였지만 친구도 많이 생기고 추억이 너무 많이 생기셨다고 좋아하셨어요.공부 못한 한을 풀었다고 너무 행복해 하셨습니다. 졸업하시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다니세요. 엄마가 행복해 하니 너무 좋더라구요.

오래 전

어머니는 59살 이시구요. 어느날 공부가 하고 싶다 하시길래 처음에는 내가 영어를 알려드릴까 하다 방문 학습지 신청했습니다. 저랑 일본어 학습지 수업 같이 듣고 따로 영어도 들으세요ㅋㅋ 아빠랑 짧은 영어로 대화도 하시고 어머니랑 수업 들으니 기분 묘하고 참 졸습니다. 학습지 추천드려요

ㅇㅇ오래 전

검정고시랑, 저번에 TV에서 방송통신대 나오던데 한번 알아봐드리세요. 같이 등록도 해드리구요. 보니까 나이드신분들, 늦어도 배움에 뜻이 있는 분들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70대 할아버지가 새벽부터 늦게까지 도서관에 계시는 모습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시작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옆에서 응원해드리시길!!

오래 전

어휴 글 읽으면서 주책맞게 왜이리 눈물이 줄줄 흐르는지...ㅠ 글만 봐도 어머님하고 따님분 모두 참 따뜻하고 좋은 분들인지 알겠어요. 지성인이 달리 지성인인가요. 학력 상관없이 어머님 참 훌륭하시네요. 젊을 땐 동생들 뒷바라지 한다고 애쓰시고, 지금까지 다양하게 지식 쌓는데 힘쓰시고.. 따님도 어찌나 훌륭하게 키우셨는지.. 따님분도 어머니 하고싶은거에 관심 쏟아주시니 참 마음이 예쁘시네요. 검정고시나 학교에 관한 정보는 다른분들께서 댓글 많이 달아주셨네요~ 어머님과 상의 하시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잡아주시면 될듯해요.ㅎㅎ 늘 행복하고 평안하시길♡

ㅇㅅㅇ오래 전

우리할머니도 양원초등학교, 양원중학교, 일성여자고등학교 다녀요. 한번 검색해보세요. 등록금도싸고 친구들사귀는거 정말 재밌어하심

ㅇㅇ오래 전

학력인정고등학교는 어때요?? 학력인정은 물론 또래 어머님 친구들도 만나실 수 있고 시험이나 소풍도 다녀서 혼자 공부하시는 것보다도 더 많은 추억을 쌓으실것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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