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 관문 뚫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나름 쉽게
얻은 직장이라 진짜 감사해서 잘 다니는 중.
아 빼먹을 뻔 했네. 본인은 해외에서 사는
중임. 그래서 한국이랑 상황이 많이 다를거라 생각함.
규모가 작은 사립학교라 세 과목을 내가 가르침. 미친소리 같지만 사실이에요..
역사랑 컴퓨터가 그 중 두 과목ㅇㅇ 남의 나라
역사를 내가 가르친다니
이게 무슨... 소리람..
그래서 처음에 직장 제의 받았을때
"왜..
나를..?" 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어쩌겠음. 직장이 필요했고,새로 공부한다 치고 하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출근을 시작함.
내가 사는 지역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라
본의 아니게 내가 눈에 띔. 유치부 애들은
나한테 뜬금없이 다가와서 선생님 이름은 뭔지, 선생님은 어디서 왔는지
재잘재잘 물어보는데
애기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음. 물론 내 책임의 애들이
아니니까 이쁘기만 할 수밖에.ㅋㅋ
그런데 문제는 첫날부터였음. 처음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음.이게 점점 쌓이고 쌓인거.
열 대여섯살 된 남학생이 내 출신지를 물어보고는
흔한 백인들이 하는 "North or
South??" 를 시전함. ㅅㅂ 어디서 왔겠냐
난 첫출근이었으니까 그냥 ㅎㅎ 웃으면서 싸우쓰라고
했음.
그러더니 너무 신기하다며 잘됐다며 북한은 정말
미쳤다며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음. 막 뜬금없이 자기 머리는 진저 (ginger.. 해리포터에
나오는 론 위즐리를 묘사할때 쓰이는 빨간머리를 이 동네에선 진저라고 함) 중에서도 워낙 빨개서 스트로베리
진저라고 부른다, 자기는 외국을 많이 나가보고 싶다 블라블라블라
그래서 나는 ㅎㅎ...아 그랬니 ㅎㅎ
아 그렇구나 ㅎㅎ 그래그래 하면서 그냥 추임새만 맞춤.
처음에는 그냥 아 애가 자기 얘기하는걸 좋아하는
아주 친근한 애구나 그렇게 여겼음. 다들 그렇지 않겠음???
그렇게 점심시간이 됨. 이 학교 소규모라
했잖음? 전교생이 70명에서 80명 남짓함. ㅇㅇ 100명도 안됨 전교생이.
사립인 이유가 다 있음.
그래서 식당도 작은데 선생들이랑 학생들이랑 그냥
한 자리에 어울려서 식사함.
나는 혼밥 좋아하는 사람임. 해외라고 했잖음.
혼밥해도 하나도 이상할 거 없음. 그렇지..않음...?
그래서 나는 내 도시락 까고 식사 시작함. 말 많고 친근한 소년이
내 앞에 앉음. 아 학생이 내 앞에 앉았구나. 간단히 인사 주고받고
식사 하기 시작.
오늘 오후 어떠신가요? ㅎㅎ 저는 다른 나라를
아주 좋아해요. 다른 나라 말 하는것도 좋아해요. 저는 자메이카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저는 자메이카 액센트를 아주 잘 해요! 그러면서 나는
알지도 못하는 자메이카 악센트 시전. 또 주절주절 자기 얘기 늘어놓기 시작함. 나이를 말 안한거 같은데 이 아이는 열 여섯살임. 막 자기는 역사를 제일 좋아한다 구구절절.
나는 추임새만 넣음 ㅎㅎ 그래? ㅇㅇ 그래~ 그러더니 뜬금없이 (얘는 뜬금없는게 포인트인가봄!) 나한테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봄.
본인은 음악 좋아함. 음악 싫어하는 사람
있음? 그당시 뮤지컬 넘버 이것저것 찾아듣던 상태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요새는 뮤지컬 장르를 듣는다
했음. 어머니가 음악 가르치시던 분이라 나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 이정도로 얘기를
했음.
그러더니 자기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자기가
아는 유럽 작곡가 이름을 하나 하나 다 대기 시작했음. 누구나 다 아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부터 시작해서 쇼팽이니
슈만이니 자기가 아는이름 다 대는거 같았음. 근데 내가 여기서 기분이 좀 이상했던건 얘가 내 지식을 테스트하는것처럼
느껴졌다는거임. 클래식 좋아하는게 팝 좋아하는거에 비해서 뭐 고급이거나 이런게 절대 아니지 않음?
근데 내가 고개 끄덕끄덕 웃으면서 대답하는데 끊임-없이-작곡가 이름이 막 나오는거임. 뫄뫄는 아세요? 뫄뫄는요?
뫄뫄뫄는요? 뫄뫄뫄도 아세요??
해박하진 않지만 나도 알 만큼 앎.,,, 근데 얘가 한마디
하는게 내 신경을 긁었음.
아 선생님은 제가 생각했던거 보다 많이 아시네요
딱 이거였음. 지가 생각했던거 보다
많이 아네요 라니. 지금 내가 동양사람이라 뭐 합장하고 산골짝에 틀어박혀 살면서 서양음악이라곤
1도 모르는줄 알았나 이런 생각도 갑자기 스쳤음. 그런데 쟤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잖음. 자기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 만나서 반가웠겠지 뭐. 그런데
여기서 한번 더 터짐.
아시안들은 잘 모르는 줄 알았어요.
에서 나의 당황 트리거를 당겼음. 이 쒸빠새끼가
이쯤 되면 제목이랑 어긋나는거 같지 않음? 짜증나는 앤데 도넘치게
친절해서 부담스럽다니.
근데 그냥 이렇게 빈정대기만 하는 애였으면 나도
그냥 차갑게 대할 텐데 그게 아님.
얘는 진짜 너무 지나치게 친절하고 예의바름.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남.
그리고 뭘 시키면 또 꼬박꼬박 잘 해오고, 숙제 밀리는 일 없어,
특히 내 담당인 역사는 반에서 제일 점수가 높음. 우등생임. 아 이까지 쓰니까 또 답답하네. 스스로도 내가 왜 얘가 별로인지 모르겠음. 내가 결국 이상한 사람인가? 으아아아아 피아식별 불능상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점심시간에 항상 내 앞에 앉음. 항상.
매일. 어김없이. 그리고 내가 궁금하지 않은
자기 얘기를
늘어놓음... 끝을 모르겠음...
나는 본의 아니게 이 아이의 가족관계,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그 스포츠의 승률, 그리고 얘가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5키로를 몇 분 만에 완주하는지도 알게 됨. 그래 작은 학교니까, 작은 사회니까 사람끼리 맞부딪힐 일이 많은거겠지. 학생이 선생이랑 친해지고 싶다는데 선생이
어떻게 매몰차게 거절함?? ㅠㅠ 나는 그냥 아하 그렇구나 그래그래 하면서 적당히 반응해줌. 안 해 줄 수가 없잖음. 무시할 수도 없고. 한 번은
서서 식사하거나 내 교실에서 식사한 적도 있는데 그것도 한 두번이라야지. 얘 피해서 다른 선생님들 하고도
일부러 앉아서 식사하기도 했음. 근데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도 꼭 내 주변에 와서 내 동태를 살핌.
ㅡㅡ;; 신경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가 없음. 어쩌다 지가 내랑 같이 점심 못 먹은 날이면 꼭 내 교실까지 찾아와서 점심 맛있게 드셨나, 뭘 드셨나, 나도 그거 좋아한다! 그 음식엔 이런 역사가
있다! 자기는 사탕을 좋아하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애가 말을 약간 조각보처럼
해서 이상하게 기억이 남. 조카 의식의 흐름인줄.
아니 왜 사람이... 반응이 시원찮으면...
말하는 사람도... 어느정도 정도를 조절하지 않음???
아 이 사람이 내 얘기에 관심이 없구나 줄여야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안 함??
나도 참을성 없고 감정 못 숨기는 사람이라서 한
번은 나도 싫은 티를 냈나봄.. 선생 자질 없는 행동이었긴 한데 ㅠㅠ
내가 선생님은 밥 혼자 먹는걸 선호한단다, 했더니 아 그러시군요! 하면서 대각선에 앉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죄송하게 됐다면서,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다,
혹시나 앞으로도 그러시다면 제가 미리 죄송하다며(이건 또 뭔소리야;;
__) 사과를 또 부담스럽게 구구절절이 늘어놓음. 지나치게 친절하고 공손하다는 말이 이제 뭔지 좀 감이 오심???;;;;;;;;;;;;;;;;
그래서 내가 얘가 너무 부담스러움. 다른 애들처럼 나를
그냥 다른 선생님 대하듯 대하고 가끔 재미날때 농담 던지고 그런 정도였으면 좋겠는데 얘는 나를 너무 짜증나게 함! 근데 선생이 학생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잖음 그래서 죄책감 개쩔었음 ㅡㅡ...지금도 사실 개쩖.
작은 학교라 무시하기도 그렇고...
내가 수업을 하잖음. 특히 뭐 세계사 시간에.
나도 노력 많이 함.
해외에서 살 정도로 언어공부도 많이 했고 그런데
원어민이 아닌 한계가 또 있잖음.
가끔 발음에서 무의식적인 실수를 함. 그때 이 아이는 항상
나한테 지적을 함. 4학년때 발표수업 전공 교수님인줄.
그래 내가 잘못한거니까 아 그렇지. 고맙다 ㅎㅎ 하고
고침.
근데 얘가 수업중에 한두번도 아니고 내 말 끊어먹고
하니까, 예를들어
“그런데 말이죠, 뫄뫄는 뫄뫄뫄해서
뫄뫄뫄 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주 흥미롭죠! 하하!”
나는 짜증이 나지 않겠음...? 자꾸 내 말
잘라먹고 끼어들고 꼭 한마디씩 첨언하려 드니까.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든가. (아예 수업 니가 하든가) 몇 번은 틀린 사실을 나한테 맞다고 했다가 좀 어색해져버린 때도 있었음.
그래. 학생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한 번은 내가 ㅇㅇ 선생님이 수업 끝나면 그때 말하고 싶은거 말해줄래. 했는데 또 그놈의 방해할 의도 아니었다, 맘상하셨으면 죄송하다, 그냥 말한 거 뿐이다... 구구절절 길고길게 두뇌속의 디폴트 사과문을 낭독함. 아......................
그리고 얘가 내가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자기는
역사를 좋아한다부터 시작해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자기는 다 기억한다고
하는데 나는 반응을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겠음. 그냥 웃어주면서 어 그래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구나 정도로 대답해주면 자기는 역사가 너무 좋으며, 어떻게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부분임) 드라마틱하게 반응이 또 옴.ㅎㅎㅎㅎㅎㅎㅎ
그래. 대단해.
대단한데, 나대는것도 그래 다 괜찮은데. 내
말 끊어먹고 사과하기가 정말 사람 신경을 긁음.
뭐 학생 입장에서는, 그리고 우등생 입장에서는
수업에 참여하고 싶고 선생이랑 교감도 하고 싶은 거겠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쓸데 없는 데서 또 말 끊어먹고
그래서 내가 “그렇구나” 하고 반응해주면 앗,
죄송해요~ 디스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기분나쁘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하고 엄청 예의바르게 물러남. 이게 예의가 바른걸까?
나도 진짜 고민 많이 했음. 괜히 나이 좀 더
먹었다고 내가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는건가 하는 생각도 엄청 많이 했는데
판에 교직에 몸담은 사람들 있으면 나한테 조언
좀 해주라. 학생과의 선 긋기 어떻게 해야하는거임??
교직 처음 시작한 사람 - 학생 하나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직도 여기서 음슴체 씀? 일단 본론으로 들어감ㅇㅇ
본인은 대학 졸업 후 운이 좋아 한 사립학교에 취직하게 되었음.
요즘 취업 관문 뚫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나름 쉽게 얻은 직장이라 진짜 감사해서 잘 다니는 중.
아 빼먹을 뻔 했네. 본인은 해외에서 사는 중임. 그래서 한국이랑 상황이 많이 다를거라 생각함.
규모가 작은 사립학교라 세 과목을 내가 가르침. 미친소리 같지만 사실이에요..
역사랑 컴퓨터가 그 중 두 과목ㅇㅇ 남의 나라 역사를 내가 가르친다니
이게 무슨... 소리람.. 그래서 처음에 직장 제의 받았을때
"왜.. 나를..?" 이라고 생각했지만 뭐 어쩌겠음. 직장이 필요했고,새로 공부한다 치고 하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출근을 시작함.
내가 사는 지역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라 본의 아니게 내가 눈에 띔. 유치부 애들은
나한테 뜬금없이 다가와서 선생님 이름은 뭔지, 선생님은 어디서 왔는지 재잘재잘 물어보는데
애기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음. 물론 내 책임의 애들이 아니니까 이쁘기만 할 수밖에.ㅋㅋ
그런데 문제는 첫날부터였음. 처음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음.이게 점점 쌓이고 쌓인거.
열 대여섯살 된 남학생이 내 출신지를 물어보고는
흔한 백인들이 하는 "North or South??" 를 시전함. ㅅㅂ 어디서 왔겠냐
난 첫출근이었으니까 그냥 ㅎㅎ 웃으면서 싸우쓰라고 했음.
그러더니 너무 신기하다며 잘됐다며 북한은 정말 미쳤다며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음. 막 뜬금없이 자기 머리는 진저 (ginger.. 해리포터에 나오는 론 위즐리를 묘사할때 쓰이는 빨간머리를 이 동네에선 진저라고 함) 중에서도 워낙 빨개서 스트로베리 진저라고 부른다, 자기는 외국을 많이 나가보고 싶다 블라블라블라
그래서 나는 ㅎㅎ...아 그랬니 ㅎㅎ 아 그렇구나 ㅎㅎ 그래그래 하면서 그냥 추임새만 맞춤.
처음에는 그냥 아 애가 자기 얘기하는걸 좋아하는 아주 친근한 애구나 그렇게 여겼음. 다들 그렇지 않겠음???
그렇게 점심시간이 됨. 이 학교 소규모라 했잖음? 전교생이 70명에서 80명 남짓함. ㅇㅇ 100명도 안됨 전교생이. 사립인 이유가 다 있음.
그래서 식당도 작은데 선생들이랑 학생들이랑 그냥 한 자리에 어울려서 식사함.
나는 혼밥 좋아하는 사람임. 해외라고 했잖음. 혼밥해도 하나도 이상할 거 없음. 그렇지..않음...?
그래서 나는 내 도시락 까고 식사 시작함. 말 많고 친근한 소년이 내 앞에 앉음. 아 학생이 내 앞에 앉았구나. 간단히 인사 주고받고 식사 하기 시작.
오늘 오후 어떠신가요? ㅎㅎ 저는 다른 나라를 아주 좋아해요. 다른 나라 말 하는것도 좋아해요. 저는 자메이카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저는 자메이카 액센트를 아주 잘 해요! 그러면서 나는 알지도 못하는 자메이카 악센트 시전. 또 주절주절 자기 얘기 늘어놓기 시작함. 나이를 말 안한거 같은데 이 아이는 열 여섯살임. 막 자기는 역사를 제일 좋아한다 구구절절. 나는 추임새만 넣음 ㅎㅎ 그래? ㅇㅇ 그래~ 그러더니 뜬금없이 (얘는 뜬금없는게 포인트인가봄!) 나한테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봄.
본인은 음악 좋아함. 음악 싫어하는 사람 있음? 그당시 뮤지컬 넘버 이것저것 찾아듣던 상태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요새는 뮤지컬 장르를 듣는다 했음. 어머니가 음악 가르치시던 분이라 나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 이정도로 얘기를 했음.
그러더니 자기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자기가 아는 유럽 작곡가 이름을 하나 하나 다 대기 시작했음. 누구나 다 아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부터 시작해서 쇼팽이니 슈만이니 자기가 아는이름 다 대는거 같았음. 근데 내가 여기서 기분이 좀 이상했던건 얘가 내 지식을 테스트하는것처럼 느껴졌다는거임. 클래식 좋아하는게 팝 좋아하는거에 비해서 뭐 고급이거나 이런게 절대 아니지 않음? 근데 내가 고개 끄덕끄덕 웃으면서 대답하는데 끊임-없이-작곡가 이름이 막 나오는거임. 뫄뫄는 아세요? 뫄뫄는요? 뫄뫄뫄는요? 뫄뫄뫄도 아세요??
해박하진 않지만 나도 알 만큼 앎.,,, 근데 얘가 한마디 하는게 내 신경을 긁었음.
아 선생님은 제가 생각했던거 보다 많이 아시네요
딱 이거였음. 지가 생각했던거 보다 많이 아네요 라니. 지금 내가 동양사람이라 뭐 합장하고 산골짝에 틀어박혀 살면서 서양음악이라곤 1도 모르는줄 알았나 이런 생각도 갑자기 스쳤음. 그런데 쟤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잖음. 자기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 만나서 반가웠겠지 뭐. 그런데 여기서 한번 더 터짐.
아시안들은 잘 모르는 줄 알았어요.
에서 나의 당황 트리거를 당겼음. 이 쒸빠새끼가
이쯤 되면 제목이랑 어긋나는거 같지 않음? 짜증나는 앤데 도넘치게 친절해서 부담스럽다니.
근데 그냥 이렇게 빈정대기만 하는 애였으면 나도 그냥 차갑게 대할 텐데 그게 아님.
얘는 진짜 너무 지나치게 친절하고 예의바름.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남.
그리고 뭘 시키면 또 꼬박꼬박 잘 해오고, 숙제 밀리는 일 없어, 특히 내 담당인 역사는 반에서 제일 점수가 높음. 우등생임. 아 이까지 쓰니까 또 답답하네. 스스로도 내가 왜 얘가 별로인지 모르겠음. 내가 결국 이상한 사람인가? 으아아아아 피아식별 불능상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점심시간에 항상 내 앞에 앉음. 항상. 매일. 어김없이. 그리고 내가 궁금하지 않은 자기 얘기를
늘어놓음... 끝을 모르겠음... 나는 본의 아니게 이 아이의 가족관계,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그 스포츠의 승률, 그리고 얘가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5키로를 몇 분 만에 완주하는지도 알게 됨. 그래 작은 학교니까, 작은 사회니까 사람끼리 맞부딪힐 일이 많은거겠지. 학생이 선생이랑 친해지고 싶다는데 선생이 어떻게 매몰차게 거절함?? ㅠㅠ 나는 그냥 아하 그렇구나 그래그래 하면서 적당히 반응해줌. 안 해 줄 수가 없잖음. 무시할 수도 없고. 한 번은 서서 식사하거나 내 교실에서 식사한 적도 있는데 그것도 한 두번이라야지. 얘 피해서 다른 선생님들 하고도 일부러 앉아서 식사하기도 했음. 근데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도 꼭 내 주변에 와서 내 동태를 살핌. ㅡㅡ;; 신경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가 없음. 어쩌다 지가 내랑 같이 점심 못 먹은 날이면 꼭 내 교실까지 찾아와서 점심 맛있게 드셨나, 뭘 드셨나, 나도 그거 좋아한다! 그 음식엔 이런 역사가 있다! 자기는 사탕을 좋아하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애가 말을 약간 조각보처럼 해서 이상하게 기억이 남. 조카 의식의 흐름인줄.
아니 왜 사람이... 반응이 시원찮으면... 말하는 사람도... 어느정도 정도를 조절하지 않음???
아 이 사람이 내 얘기에 관심이 없구나 줄여야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안 함??
나도 참을성 없고 감정 못 숨기는 사람이라서 한 번은 나도 싫은 티를 냈나봄.. 선생 자질 없는 행동이었긴 한데 ㅠㅠ
내가 선생님은 밥 혼자 먹는걸 선호한단다, 했더니 아 그러시군요! 하면서 대각선에 앉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죄송하게 됐다면서,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다, 혹시나 앞으로도 그러시다면 제가 미리 죄송하다며(이건 또 뭔소리야;; __) 사과를 또 부담스럽게 구구절절이 늘어놓음. 지나치게 친절하고 공손하다는 말이 이제 뭔지 좀 감이 오심???;;;;;;;;;;;;;;;;
그래서 내가 얘가 너무 부담스러움. 다른 애들처럼 나를 그냥 다른 선생님 대하듯 대하고 가끔 재미날때 농담 던지고 그런 정도였으면 좋겠는데 얘는 나를 너무 짜증나게 함! 근데 선생이 학생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잖음 그래서 죄책감 개쩔었음 ㅡㅡ...지금도 사실 개쩖. 작은 학교라 무시하기도 그렇고...
내가 수업을 하잖음. 특히 뭐 세계사 시간에. 나도 노력 많이 함.
해외에서 살 정도로 언어공부도 많이 했고 그런데 원어민이 아닌 한계가 또 있잖음.
가끔 발음에서 무의식적인 실수를 함. 그때 이 아이는 항상 나한테 지적을 함. 4학년때 발표수업 전공 교수님인줄.
그래 내가 잘못한거니까 아 그렇지. 고맙다 ㅎㅎ 하고 고침.
근데 얘가 수업중에 한두번도 아니고 내 말 끊어먹고 하니까, 예를들어
“그런데 말이죠, 뫄뫄는 뫄뫄뫄해서 뫄뫄뫄 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주 흥미롭죠! 하하!”
나는 짜증이 나지 않겠음...? 자꾸 내 말 잘라먹고 끼어들고 꼭 한마디씩 첨언하려 드니까.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든가. (아예 수업 니가 하든가) 몇 번은 틀린 사실을 나한테 맞다고 했다가 좀 어색해져버린 때도 있었음. 그래. 학생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한 번은 내가 ㅇㅇ 선생님이 수업 끝나면 그때 말하고 싶은거 말해줄래. 했는데 또 그놈의 방해할 의도 아니었다, 맘상하셨으면 죄송하다, 그냥 말한 거 뿐이다... 구구절절 길고길게 두뇌속의 디폴트 사과문을 낭독함. 아......................
그리고 얘가 내가 던진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자기는 역사를 좋아한다부터 시작해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자기는 다 기억한다고 하는데 나는 반응을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겠음. 그냥 웃어주면서 어 그래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구나 정도로 대답해주면 자기는 역사가 너무 좋으며, 어떻게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부분임) 드라마틱하게 반응이 또 옴.ㅎㅎㅎㅎㅎㅎㅎ
그래. 대단해. 대단한데, 나대는것도 그래 다 괜찮은데. 내 말 끊어먹고 사과하기가 정말 사람 신경을 긁음.
뭐 학생 입장에서는, 그리고 우등생 입장에서는 수업에 참여하고 싶고 선생이랑 교감도 하고 싶은 거겠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쓸데 없는 데서 또 말 끊어먹고 그래서 내가 “그렇구나” 하고 반응해주면 앗, 죄송해요~ 디스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기분나쁘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하고 엄청 예의바르게 물러남. 이게 예의가 바른걸까?
나도 진짜 고민 많이 했음. 괜히 나이 좀 더 먹었다고 내가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는건가 하는 생각도 엄청 많이 했는데
판에 교직에 몸담은 사람들 있으면 나한테 조언 좀 해주라. 학생과의 선 긋기 어떻게 해야하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