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과 임신

ㅇㅇ2017.12.13
조회19,654

매일 글만 봤었는데 제가 글을 다 써보네요

저랑 제 남편은 오랜 친구사이로 어렸을때부터 "우리 30까지 결혼 못하면 그냥 둘이 하자"

이렇게 장난식으로 말하던 사이였어요

그리고 정말 30넘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간 과정은 너무 길어 생략합니다)

양가 부모님들도 서로 부모님들끼리 잘 아시는지라 결혼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구요

 

정말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고 여러가지 사정(집에서 선보라는 압박 등등등)으로

사랑없이 서둘러 한 결혼이었어요

제 남편은 호감형이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요 또 학창시절 다 모쏠이었고

대학교때 1명 2년 정도 사귀었었어요 저는 연애 많이 했었구요

여튼 결혼전에 둘이 부모님들 모르게 계약서를 썼어요

 

계약서 내용은 요약하자면 집안일 분배에 관한 것

 / 수입 분배에 관한 것(서로 급여 터치 금지 등) /

잠자리 하지 않는 것과 아이는 낳지 않는 것 / 양가 행사에 빠짐 없이 참석할 것 /

서로 누구든 결혼생활을 지속하길 원하지 않을 경우 미련없이 헤어질 것 등 20가지 정도 되네요

 

초기에는 서로 어차피 며느리, 사위 노릇 역할 등에 대해서 합의를 했었기 때문에

둘 다 사랑없이 이렇게 작성 할 수 있었던 거구요 물론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양가에서는 혼인신고 하신줄 알지만요)

 

어릴때부터 볼꼴 못볼꼴 보고 자란 친구라서 딱히 사랑하게 될까, 얘랑 어떻게 잠자리를?

이런 생각이 많았었는데 사람이 참 이상해요 같이 살고 매일 얼굴을 보다보니 그것도 정이라고

저희 아빠에게 잘하는 모습, 자상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어느새 저도 모르게 남자로 이 친구를

보고 있었네요

 

침대는 슈퍼싱글로 2개 구입했기 때문에 한방이지만 잠도 따로 자긴 했어요

(양가 부모님 오셨을때는 2개를 하나로 붙여놨어요)

 

처음에는 서로 취미생활같은거 일절 터치 않하고 결혼전처럼 저도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러다니고

그냥 집에서 독립한게 좋았어요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너무 엄하셔서 자취라던지 9시 넘는

술자리는 꿈도 못꿨었거든요 취업 후 회식이 있어도 꼭 9시 전에 들어왔어야했어요

 

서론이 길었네요

지금은 이렇게 결혼생활을 한지 3년 좀 넘었어요

집에서 남편이랑 술을 1주일에 2,3번 정도 먹는데 아는 지인이 집들이 선물로 양주 2병을

선물해줘서 2개월 전쯤에 둘이 각 1병씩 먹은적이 있어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옷이 다 널부러져 있고 그 좁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었구요

의심되는건 이날밖에 없네요

그 이후로 한달정도 생리를 안했는데 (생리불순이 심해서 6개월에 한번할때도 있었어요)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그냥 해봐야할 것 같아서 저번주에 테스트기를 해봤어요

두줄나왔고 남편 말고는 만난 남자도 없기 때문에 임신이라면 그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께 남편에게도 이야기했고 그날 저녁에 남편이랑 얘길했는데

남편이 지웠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가족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고

저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말로 들으니 참 섭섭하더라구요

지금은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지우면 지금처럼 안정적인 가정에서 비록 쇼윈도부부라도 살 수 있지만

지우지 않는다면 지금 이 평화가 깨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 아이가 낳고싶기도하고

참 복잡한 마음이 들어요

남편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을까요? 남자분들 한번 친구로 본 여자는 영원히 친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