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언니한테 자리 양보한썰

그언니는안녕한가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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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첫 직장 잡고 매일 야근과 술을 반복하는 피고난 24세 신입이었음

여의도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나름 퍼스트클래스자맄ㅋ인 뒷문 바로 뒤 자리에 앉아가는데
신길인가 대방쯤 지나면 만삭 임산부가 만원 버스에 끼어서 뒷문 계단에 매달린 채 탑승 하더라
만삭 임산부가 계단에 매달려 탄건 두고 볼수가 없어서
양보는 했는데
솔직히 마음까지 착하게는 못가지겠더라
아 나도 피고나고 만삭 임산부면 위험한데 걍 돈내고 택시 좀 타지 라는 기분으로 보일때마다 그언니를 내자리에 앉혔음

여의도행 만원버스 타본사람은 알거야 계단에 매달려 탈정도면 얼마나 콩나물시루인지
내가 그언니한테 자리를 양보해도 여럿 사람이 길을 터
줘야 간신히 부픈 배를 안고 자리에 와서 앉을 수 있었어
언니가 앉고 나면 그 난장판인 버스에 내가 비스듬히 끼어 가야 했지 가는 길은 또 왜케 막혀

여튼 몇번 하니 이쪽도 날 알아보더라 "아, 저 저번에도,
매번 미안해요.." 라고 하는데 눈빛에서 느꼈어 아 이사람 지금 진짜 졸라 미안하고 고마운 표정이다
그제야 머쓱하더라 그래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말았지모


그리고 내가 서른 둘이 됐어 곧 서른 셋이겠네
임신준비한지 언 일년됐는데 어제 또 생리가 시작 됐네..
뭐 일년이면 오래 한거 아니니까 하고 혼자 위로 해 보지만 왠지 씁쓸하긴 하다

어제 속옷에 피비치는 걸 보고
오씨 혹시 생리아니고 착상혈 아닐까? 아 10월 생이면 나랑 생일 같아서 생파 한번밖에 못하는데! 하고 김칫국을 솥채로 원샷하고 결국 현타 제대로 왔다
이제 생리를 보고도 딴 생각을 하는구나 벌써 십이월이구나..

여튼 매달 다른 종류의 설레발을 매달하고 현타올때마다 파워 자괴감☆
이렇게 맘대로 안되는 줄 알았으면 신혼 기간 갖는다고 피임하지 말 걸
신랑 피곤하다고 빼먹었던 날 깨워서라도그냥 할 걸 프로젝트고 뭐고 야근하지말고 그냥 집에 와서 한번이라도 더 할 걸
그 날은 바로 씻지말고 좀 누워 기다릴 걸 포기하지말 걸
친구가 내 태몽 아니냐며 얘기해준 꿈 너무 좋던데 진짜 내거였음 좋았을 걸..

여튼 그래.. 그래서 씁쓸해서 맥주한캔 깠어
까는 중 막돼영애씨 버스장면을 보고 갑자기 그언니가 생각났어
내가 잠깐 양보했던 그자리는 얼마나 기쁘게 얻은 생명이었을까
이름도 모르는 쌀쌀한 표정의 젊은 여자가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을까
부른 배를 안고 만원 버스에 매달려 가며 지키고자 했던 커리어도 아기도 얼마나 절박했을까
아가는 아홉살 남짓 되었을라나 학교도 갔을까


취했나 말이 길어진다
쓸데없는 소리 읽어줘서 고마워
임신 육아 출산 판이니까 정기 받아갈께
예쁜 아가와 예쁜 엄마들 모두 축하해 건강하게 순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