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응급실에서 뇌사상태가 되었습니다.

ujk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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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어제 일어난 일이고 아직까지 실감이 안나는 상태에서 긴 글을 적어 봅니다.

엄마는 전부터 병원을 오래 다니셨습니다.
지난 10년간 폐섬유화증에서 신부전증까지 얻게 되고 병원없는 삶을 살아가실 수 없게 되셨습니다.
몸이 엄청 약해져 있는 상태고 음식을 제대로 드시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위생관리가 중요한 복막투석도 혼자 하시고 소소한 집안일도 하실 수 있는 엄마였습니다.
어제는 병원 외래예약이 되어있던 날로, 늘 그렇듯 엄마 얼굴 잠깐 보고 추우니 꼭 택시타고 가시라는 인사만 드리고 출근을 했습니다. 엄마는 제 신용카드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점심무렵이면 병원에서 쓴 카드결제 문자가 뜨곤 했는데 그날은 아무런 알림이 없어 좀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날도 있으니 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한참 바삐 일하다 오후 5시 40분쯤 핸드폰을 무심결에 봤는데 친언니한테 부재중전화가 여러 통 와 있는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언니와 한 전화통화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오전에 혼자 병원으로 간 엄마는 신부전증 관련 검사를 받았고 수치가 많이 안 좋아 응급실로 넘어가 CT촬영 등 추가 검사를 받았으며 입원을 해야 한다는 병원 측 말에 오후 3시쯤 언니한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달라는 통화를 했는데 4시쯤 언니 휴대폰으로 엄마가 의식이 없다는 연락이 와 부리나케 병원으로 찾아 갔을땐 엄마는 이미 뇌출혈로 인한 무의식 상태가 되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니는 제가 놀랄까봐 목소리를 꾹꾹 눌러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썼지만 얘기를 듣자마자 전 심각함을 파악했습니다. 갑자기 뇌출혈이라니...

의사의 소견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환자는 지금 자가 호흡이 불가능하고 신체반응이 없어 뇌사상태이다.
2. 뇌출혈로 소뇌와 호흡,의식 등을 담당하는 주요부분인 뇌관이 같이 망가졌다.
3. 수술이나 약물조치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하는데 어떤 방법이든 상태가 호전되진 않는다. 수술은 두개골을 열어 할 것이며 뇌에 고인 피를 빼낼건데 다 제거도 어렵다. 투석중인 환자는 피를 묽게 하는 약을 쓰고 있어 지혈이 어려워 10명 중 9명은 수술 중 잘못되기에 엄마도 돌아가실 확률이 높다. 수술을 안 할 경우 중환자실에서 현상유지가 목표이고 폐에 물이 차거나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상황을 염두해야한다. 그나마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한다면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고 요양병원 등으로 가야할 것이다.


#엄마가 방치되어 신속한 조치가 안된건 아닌지
길거리에서 쓰러져 이송 시간에 지체를 겪은 것도 아니고 엄마는 병원에 있었습니다. 출혈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엄마의 상태는 분명 단계적인 변화가 있었을건데 너무 늦게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엄마와 그 병원 응급실에 몇 번 가 본적이 있고, 앞선 입원시에도 엄마가 응급실에서 얼마나 긴 대기시간을 가졌었는지 알기에 보호자없이 얌전히 누워있던 엄마는 그 삭막한 곳에서 관심받지 못하고 조용히 의식을 잃어갔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물론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더 우선시 되는게 당연하겠지만 엄마도 분명 병원의 지시에 따라 응급실로 간 응급환자이고, 응급실 근무자는 모든 환자를 수시로 살피고 체크해야 하는게 기본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검사는 모두 시행한건지
구토,어지러움 증세가 뇌의 영향일 수 있어 CT를 찍었다는 말이 의사 입에서 나왔다면 미세출혈의 가능성을 열고 미리 다른 검사도 해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면담 시, CT촬영을 했으나 이상이 없었고 미세출혈이 있었을 수 있는데 그건 CT촬영에선 판단이 안된다라고 말함)
하지만 의사는 엄마의 진료기록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투석환자는 구토,어지러움 증상을 가지고 있고 엄마는 지난 입원 시에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 의사는 결과를 보고 원인을 짜맞추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갑작스런 출혈이 일어난게 아니라 엄마가 이미 보이지 않은 출혈이 있었을 거란 말로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뉘앙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의사의 고압적인 태도
언니와 이모가 1차로 설명을 들었고, 늦게 도착한 저는 교대근무 때문인지 바뀐 다른 의사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할 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응급실에는 보호자 한 명만 들여보내줄 수 있어 저 혼자 출입증을 받아 들어갔는데 침대에 늘어져 있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의사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경황도 없고 판단력도 흐려져 버려 응급실을 나와 언니와 얘기를 나누다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아까 못 물어본 부분을 확인하고 최종결정을 하자고 결론내리고 의사를 만나게 해달라 부탁했지만 보안요원이 들고 있는 수화기 너머 의사의 입장은 아까 다 설명했다, 두 번 설명은 안한다 였습니다. 생각같아선 100번도 더 재차 물어보고 싶은게 제 마음인데 의사 입장에선 이미 산송장 같아진 엄마의 상태를 고민하는게 의미없는 발악이라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뇌혈관이 터진 환자,기도삽관해야하는 중한 환자가 생겨 설명을 들으려면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도 계속 기다렸습니다. 전 수술을 했으면 했고, 언니와 이모는 엄마가 더 힘들거같으니 하지말자는 생각이 상반되었기에 아무리 쓰레기같은 내용이라도 전문가의 재설명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한시간을 넘겨 저희를 만나 준 의사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짜증섞인 말투로 설명을 이어갔고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게 되는게 못마땅했는지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한다고 면전에 핀잔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와 다퉈 좋을게 없을거같아 꾹 참고 피곤하고 힘든거 알지만 우리한테는 중요하니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도 했지만 말하다 욱하는지 계속 “아까 다 설명한거를 이렇게 또 물어보면...그래서 아까 설명드렸잖아요...” 라면서 차가운 소릴 해댔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저도 날 선 목소리로 엄마가 뇌출혈이 발생되고 얼마나 방치되었냐 물으니 자긴 호출을 받고 내려왔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합니다. 기록차트가 있지 않냐 하니 원하시면 발급요청해서 보라고도 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환자의 일생도 아니고 반나절의 진료기록도 파악않코 일하는게 부끄럽지도 않고 당당했나 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기계적으로 될 일은 아니라는거 모르고 의사를 시작했나 봅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다는 거 알지만 그렇기에 다른 직업보다 많은 페이를 받을거며 저는 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입니다.. 응급실에서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단지 설명을 더 듣고 싶다는 요청이었는데 그런 제 행동이 병원내에서는 “진상”으로 분류될 행동이었다는게 그런 취급을 한 그 의사의 태도에서 느껴집니다.

재설명 요구를 거부할 때부터 느낌이 쎄해 의사와의 대화를 녹취했습니다. 엄마가 저렇게 된 이상 무슨 의미있겠냐만은 온갖 의료기술자들과 장비가 준비된 대학병원에서 아침에 손 흔들고 눈 마주쳤던 엄마를 축 늘어진 상태로 만나게 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머릿 속이 복잡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엄마는 몸이 안 좋은 사람이지만 이런 급작스러움으로 엄마의 목소리,표정,걸음,손짓,고개끄덕임 모두를 잃게 될 거라고는 생각한 적 없습니다.

지금 고민 중입니다.
이 상황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 들여 엄마의 머지않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아니면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야 하는지.. 다른 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의견이 듣고 싶어 이렇게 긴 글을 적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