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흡연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ㅇㅇ2017.12.16
조회267
안녕하세요, 2n세 여성 흡연자입니다.

며칠 전 밤, 퇴근길에 담배 하나를 꺼내들었어요. 제 직장 근처는 금연거리라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멀리 나와서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죠.
제가 다니는 퇴근길 골목은 정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런 골목이구요, 금연거리도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주로 피우는 골목입니다. 아무튼 그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골목을 지나갔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소위 길빵이라고 하죠. 그러면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 골목에서 갑자기 차가 지나가며 빵빵거리길래 지나가라고 비켜주니 제 옆에 차를 멈추곤 저를 보며 뭐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엔 뭐라고 하는 건지 못 알아들어서 한 번 더 물어봤는데도 못 알아듣겠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통화하니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그 차가 지나가고 나서 통화하고 있던 친구가 그랬습니다. 여자가 길에서 담배피우는 거 아니라고 뭐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 같더라고.

그 당시에는 뭔 병신같은... 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생각해보니까 빡치는 거예요. 아니 나는 금연거리도 아닌 곳에서 피우고 있었는데? 심지어 사람도 없는 골목이었는데? 굳이 길에서 담배 생각 나면 그런 골목만 찾아다니는데? 더 생각해보니 그렇더군요. 왜 굳이 '여자가'라고 한 거지? 그 남자가 과연 제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어도, 거기다 험상궂게 생겼었어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흡연자는 비흡연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불쾌한 공기를 제공해선 안 되는 거죠. 하지만 굳이 사람이 없는 거의 대부분의 흡연자들 사용하는 무언의 흡연구역에서 굳이 그렇게 한소리를 하고 갔어야 했을까요?

혹자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담배 자체를 피우지 말라고. 그렇게 치면 대체 흡연구역은 어딨단 말입니까? 여긴 촌이라 시내에도 흡연구역이라고 굳이 명시되어 있는 곳이 없습니다.

대개 여성 흡연자들은 눈총을 받습니다. 저는 굳이 직장에서 흡연자라고 티내지도 않고, 집에서도 티내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에 한두 번, 많으면 서너 번 땡길 때 조용히 나가서 피우고 탈취제를 뿌리고 다니니 비흡연자라고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 흡연자가 받는 고충을 잘 몰랐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 보니 생각보다 여성 흡연자들이 받는 사회적 눈총이 남성 흡연자들이 받는 사회적 눈총보다 더 많더라구요. 왜죠? 왜 그래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때는 금연을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연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여성 흡연자라고 말하고 다닐 겁니다. 올바른 방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명이라도 더 당당한 여성 흡연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담배를 권장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직장 내에서 여성 흡연자라고 하면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니까, 보수적인 사람들이 여자는 담배 피우는 거 아니라고 하니까 숨어서 피우고 계신 여성분들이 아직도 계신다면 괜히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한 마디 하셨던 남자분 같은 사람들께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여자가 길에서 피우면 안 된다고 칩시다. 그럼 남자는 됩니까? '금연구역'에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겁니다. 법적으로 금연구역이란 금연구역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실내/외 공간 전부를 말하는 겁니다. 생각 좀 하고 삽시다, 우리.

길거리를 전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소리도 있긴 하다던데... 그렇게 되기 이전에 꼭 흡연실 구비를 충분히 해 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