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 먹다가 누가 쓰고 버린 냅킨 나옴

5313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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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이가 없으니 음슴체로 쓰겠음.

엊그제 있었던 충격적인 일임.

아직도 속이 메스꺼움.

 

밑에 글이 길 수도 있으니 간단하게 읽고 싶으면 항의 메일 본으로 읽으면 될 듯.

 

 

 

 

 

 

 

  

 

 

 

 - 상황 설명

 

16일 아*라 코엑스 스타필드점에서 커플 세트를 시켜 먹음.
주문 후에 식기와 음료가 먼저 나온 후, 차례대로 음식이 나왔음. 배가 고파서 정신없이 먹었음.

나는 원래 뭐든 먹을 때, 피클류를 꼭 먹음. 이 날도 양배추 피클이 나왔길래 나 혼자 열심히 먹었음.

남친이랑 대화를 나누며 먹다가 거의 다 먹을 때쯤, 마지막으로 피클을 먹으려고 포크로 찍었는데 안 찍히는 거임.

피클 통이 가로로 넓은 게 아니라 세로로 깊었고, 절반 정도 먹었는데 피클이 남친 앞에 있다보니 통 안이 잘 안 보였음.  

그래서 포크로 안 찍혀서 들어 올리려고 살짝 휘적거렸는데 이게 내가 먹던 양배추 크기가 아니라 조금 커 보여서 '아 덜 잘렸나보다' 하고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너무 크고 색깔이 좀 이상하게 더 하얀 거임.

설마 하면서 들어보니까 냅킨 같길래 남친한테 "이거 냅킨 같은데?..." 라고 말했음.

남친이 살짝 놀라면서 '설마...' 하더니 손으로 집어 올린 후 살짝 당기니 찢어지는게 이건 냅킨인 거임.

근데 찢어질때 냅킨이 살짝 펴졌는데 그 안에 커리인지 탄두리 치킨 소스인지 모를게 묻어 있는데... 할 말을 잃음. (진짜 그때는 너무 충격적이라 멍해졌는데, 이 글과 항의 메일 쓰면서 사진 다시 보고 그러다 보니 메스껍고 다시 체한듯)

남친도 그걸 찢고 냅킨인 걸 아는 순간 바로 매니저를 찾았음. 그런데 직원이 먼저 와서 보더니 죄송하다며 매니저님 불러 드리겠다고 하고 그 피클 통을 가져감.

난 너무 충격받고 경황없이 그 피클 통을 사진도 못 찍고 그대로 뺏겼고, 매니저가 밖에 있다며 기다려달라길래 기다렸음.

남친하고 잘 먹다가 다 먹고 이게 뭐냐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며 얘기를 하고 있었음. 이때는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그냥 헛웃음이 나옴. 

 

그때 매니저가 왔음.

피클 통을 가져간 후라 매니저가 이게 어떤 사태인지 정확하게 확인이 안된 거 같았음.

죄송하다면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음료 리필이라도 해드릴까요? 이러는데 나간 정신이 찬찬히 돌아왔음.

난 원래 컴플레인을 언성 높이면서 못 내기 때문에 (왠지 눈치 보임...) 조곤조곤 매니저한테 말했음.

"음식을 다시 다 주신다고 하셔도 저희가 어떻게 믿고 여기 음식을 먹겠어요?"

그러니까 매니저가 멋쩍게 웃으면서 무마하려 했음. 그리고 그들은 절대 피클 재사용을 안 한다고 설명을 함. 그릇들은 전부 바로 주방 설거지통으로 가고, 피클 통은 밖에 따로 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고, 난 납득이 안되니 할 말을 잃었음.

 

그때 남친이 매니저한테 명함을 요구해서 매니저가 알겠다며 명함을 가지러 간 사이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건 음료 리필로 퉁치려고 할 사이즈가 아닌데 왜 이렇게 가볍게 무마하려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음. 솔직히 이건 식사 값을 안받는 정도가 아니라 매니저고 직원이고 이 상황이 벌어진 이유라도 알아와서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했음.

물론 이게 매니저만의 잘못은 아니니까 그렇게 개진상을 피우지도 않았음.

뭐 그런걸로 유난떤다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진짜 난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남친이랑 데이트를 하려고  왔는데 기분만 잡친 수준이 아닌거임. 그리고 이게 누가 쓰고 버린 냅킨인게 너무 역겨운거임.

 

그래서 명함을 들고 왔는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매니저한테 그 피클 통 직원이 가져갔는데 그거 보셨냐고, 그거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해서 매니저가 주방으로 들어감.

남친이 뒤따라 일어나서 쫓아감. 그리고 둘이 컴백했음.

난 그걸 다시 보니까 속이 메스꺼웠음. 매니저도 그걸 보고 충격을 먹었던거 같음.

그러고 매니저가 말했음.

이정도 일 줄 몰랐다고, 그냥 냅킨 쪼가리 정도 나온 줄 알았다고...

그래서 내가 그냥 머리카락이나 쪼가리 정도면 안 이랬다고, 안에도 보여줬음.

이거 보시라고, 이거 새 냅킨도 아니고 누가 쓰고 버린 거라고.

내가 지금 이 위에 있던 피클 다 먹었다고.

(사실 난 머리카락 정도는 그냥 말도 안하고 버리고 먹음. 나름 관대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아무튼 매니저가 무슨 할 말이 있겠음. 그저 죄송하다고 할 뿐.

나도 매니저가 뭐 해줄 수 있는게 없는걸 아니까 그냥 조용히 명함 받고 사진 찍어가겠다고 말함. 남친이 사진 찍고, 매니저는 오늘 드신 거 계산 안하셔도 된다고 해서 찜찜한 기분 그대로 나왔는데 너무 역겨워서 헛구역질 나고 하루 종일 생각나서 기분 다 망침.

 

 

- 여기까지가 그날 전체 상황임.

 

 

아무튼 이렇게 글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시간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잡친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님. 내가 이 가게 망하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님.

그들도 나도 재수없어서 생긴 해프닝이겠지만 너무 화가 나고 역겨움ㅠㅠ

그래서 하소연이라도 해야겠음.

너무 화나지만 젠틀하게 글 쓰려고 엄청 노력한 거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올린 이유는 나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님들도 피클 먹을 때 이게 새로 담아서 나온게 맞는 지 확인 후 에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음. 난 이제 앞으로 트라우마 생겨서 매번 확인 할 것 같음. 아마 이런 기분 느끼는 것 보다 나을 거임.

(자꾸 안좋은 생각이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데 막 저게 만약 찍혔으면 내 입안에 들어가서 내가 확인했겠지.. 라던가, 저 안에 묻은 저 소스들이 차라리 손 닦은거면 나을텐데 누가 뱉은거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도움도 안되는데 왜 자꾸 뇌에 떠오르는지 내 뇌지만 개빡침)

 

그리고 모든 식당들은 제발 재활용 좀 안했으면 좋겠음. 여기도 재활용 안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활용 하는 식당들은 있을거임. 너 나 우리 모두가 소비자라는 걸 염두하고 역지사지로 양심껏 장사 하셨으면 하는 바람임.

 

아*라 대표메일로 일단 어제 메일 보냈는데 확인할 지 모르겠음.

사진은 남친이 필터 낀 채로 찍어서 저렇게 나옴.

 

아무튼 두서없이 긴 하소연 읽어줘서 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