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남팬이 직접 작성한 글

2017.12.19
조회13,208

남자인 나는 남자 아이돌인 그 친구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처음 그들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출 때만 해도 대형 기획사가 이번에 새로 내놓는 보이그룹이거니 했다.

그 기획사의 다른 가수들처럼 저들도 언젠가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될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과는 비교도 안될 커리어를 쌓을 것이라는 생각에 솔직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미 그 때 내가 응원하던 걸그룹은 해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락세구나 체감하던 순간 거짓말처럼 해체했다.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는 흔적이 가장 크게 남았을 때는 해체 기사가 나갔던 순간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친구들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나 역시 돌판에서 손을 뗐다. 내 걸그룹이 사라진 자리는 딱 그 친구들이 데뷔했을 때, 그 나잇대의 신인들로 금방 채워졌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은 악 소리 나게 치열한 것이었다. 막상 떠나고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마냥 후련했다. 어떻게든 내 가수 성적 잘 나오라고 딱지가 앉을 정도로 그 친구들 노래만 듣던 귀에 다른 가수들의 음악이 들려왔다. 보이그룹 노래가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즈음에 깨달았던 것 같다. 그 친구 목소리를 그때서야 깊이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실력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아니었다. 실망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음색마저 내 취향이었으면 앨범을 주구장창 사들였을거다. 내가 예전 내 걸그룹들의 앨범을 싹 다 구매했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 음악을 소장하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었던 것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그의 손끝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혼자서 끄적였을 글귀, 문구. 그리고 한숨처럼 토해냈을 가사들. 그 모든 것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 끼어 지쳐있던 나를 위로했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아니면 남 몰래 엉엉 울고 싶을 때. 마치 그 친구는 내가 그런 상황에 갇혀 힘들어 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노랫말로 다독여주었다. 내가 그의 노래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가사를 끄적이던 그 순간만큼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상처를 받고 지쳐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친구는 나와는 평생가도 마주칠 일 없는 연예인이었건만 웃기게도 내 상상속에서의 그 친구는 소주 한 잔 앞에 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나누고픈 사람이었다.



그 친구가 떠났다고 한다. 오늘 하루도 어찌어찌 잘 보냈네 하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던 시간이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 제목은 그 친구의 이름 옆에서 있기에는 너무 어색한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눈을 부벼봐도 내 눈에 들어오는 기사들은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마취에서 막 깨어났을 때처럼 몽롱한 기운이 돌았다. 어지럽고 손발이 떨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속에 든 것들을 게워내야했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이 시간까지 잠 못 든 채, 반복적으로 새로고침만을 누르고 있다. 그 친구가 떠났다는 기사가 오보이길 바라면서. 하지만 거짓말처럼 기사들은 그 친구와의 이별을 선고하고 있다.



나는 그 친구로 하여금 위로를 받았건만, 난 그 친구에게 위로 한 번 해주지 못했구나.


잘 가요, 김종현씨. 그 곳에서는 아픔도 외로움도 없이 누구보다 행복하길.


여태 잘 몰랐는데 나는 아마도 당신의 팬이었나 봅니다.


타 싸에 있길래...
보다가 공감되서 가져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