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친한 척 하는 친언니가 불편하다는 글쓴이 입니다

oo2017.12.19
조회1,851

안녕하세요 달아주신 댓글들 모두 잘 읽어보았습니다.너무 속이 상해서 답답한 마음에 적은 글이었는데 댓글이 생각보다 많이 달려서 깜짝 놀랐네요.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들 감사합니다.
몇 분께서 의문을 제기하신 부분이 있어서 덧붙여보고자 합니다. 글이 길어질수도 있으니 양해부탁드려요.

첫 번째로, '자격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더러 보였습니다. 
글쎄요, 전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은 오히려 언니에게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매나 형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보통 학원을 같은 곳에서 다니게 되죠. 저와 언니도 그랬습니다. 
그곳에서 몇 달에 한 번씩 숙제를 열심히 해오거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에게 주는 상장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무슨 상장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말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별것 아니었어요. 그냥 개근상 같은 거죠. 보통은 전 학생이 다 받았습니다. 
근데 한 번은 언니는 못 받고 저만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 생각없었습니다. '아, 언니가 숙제를 안해갔거나 선생님 말씀을 안들었나보구나' 싶었죠. 그런데 제가 받은 상장들을 정리하다 보니 왠걸, 언니가 제가 받은 상장에서 제 이름을 액체 화이트로 덕지덕지지우고 자기 이름을 적어놨더라고요. 
뭐랄까, 헛웃음이 나더군요. 그 때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으니 8살이나 9살쯤이었을 겁니다. 근데 워낙 평소부터 '내 것' 이라는 것이 없다 보니 제가 받은 상장에 언니 이름이 삐뚤삐뚤하게 적혀있어도 별 생각이 안들었어요. 그냥 언니가 갖고 싶었나보다, 싶었죠. 그런데 그 날부터 언니의 이유모를 짜증이 늘더니 별 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더라고요. 
그 때 저는 언니랑 같은 방을 썼는데 연필을 끄적이는 소리가 짜증난다고 화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냥 한 번 소리를 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언니한테서 혼이 났었어요. 아니 연필로 글을 쓰는 소리가 나봤자 사각사각하는 소리밖에 더 납니까? 근데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한 짜증이 언니의 사춘기까지 이어졌어요. 네, 장장 10년동안이요. 자기 구두에 묻은 진흙을 닦았다고 혼이 나본 적 있으십니까? 전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한테서요. 
그리고 친척어른들께서 저를 많이 귀여워해주셨어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안하던 애교도 부리고 그랬습니다.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께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요. 근데... 제가 친척분들과 얘기를 할라치면 어른들 다 계신 자리에서 제가 했던 실수들이나 창피했던 일들을 모른척 크게 얘기하더라고요.
 "(쓰니)가요! 그저께 넘어져서 다른 사람들 다 있는데서 펑펑 울었어요! 저는 넘어져도 안우는데!"
 "(쓰니)는 맨날 콩 안먹어요. 저는 가리는 거 없어요!"
 "(쓰니)는 취미가 책 읽는 것 밖에 없어요! 저는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색칠 공부도 하고, 피아노도 연습해요!"

뭐, 지금 생각해보면 오글거릴정도로 유치한 말들 뿐이네요. 근데 저는 저를 착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귀여워해주시는 어른들 앞에서 언니가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걸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했어요.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해서 언니한테 하지 말라고 하면 반드시 부모님께서 "어디 언니한테!" 하고 혼내셨거든요. 제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사실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란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구요. 


아 그러고보니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저도 제가 언니에게 완벽한 동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본인의 우월함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니가 저에게 원하는 것은 뭐든 했어요. 자기 방 대신 청소해주기, 밤 10시에 30분거리에 있는 슈퍼에 혼자 가서 아이스크림 사오기 (그 때 7살이었습니다), 언니가 좋아하는 인형은 절대로 갖고 놀지 않기, 언니가 입고 싶은 옷은 내가 지금 입고 있더라도 당장 벗기. 정말 착실한 노예였죠?

음, 그리고 언니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제가 언니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는데... 저는 옷이며 방이며 청소하고 깨끗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더러운 것보단 깨끗한 게 좋으니까요. 뭐 유난스러울 정도로 줄을 맞춰 물건을 세우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언니가 저한테 자기 방을 청소하라고 명령아닌 명령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명령을 듣고 난 후에 언니가 어땠을까요?
책을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왜 꽂아놓냐고 화내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왜 올려놓냐고 화냅니다. 연필을 필통에 넣어놨다고 혼나보신 적 있으십니까? 전 있습니다. 한 번은 저도 억울해서 "그렇게 내가 청소하는 게 맘에 안들면 언니가 청소하면 되잖아." 하고 말했더니 어디 언니한테 말대꾸냐고 무릎을 꿇고 두꺼운 백과사전 다섯권을 들게 했습니다. 한시간 동안이요. 제 팔이 조금 내려가는 것 같다 싶으면 한 권씩 추가했고요. 그 때 전 10살이었습니다. 똑똑히 기억해요.

제가 이런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이유는 언니가 화를 낸 이유들이 정말 사소한 것들이라 쓴다한들 누가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적어야겠네요. 저는 의자에 앉는 자세, 걸음 걸이, 머리카락 색, 하다못해 숟가락을 잡는 모양까지 트집을 잡혀야했습니다. 부모님 앞이라면 넌 왜~~해? 정도로 끝나지만 부모님께서 안계실 땐 갑자기 제 방문을 쾅 열고 들어와서 야 너 ~~ 하지마!! 짜증나!! 하고 혼자 화를 내고 가버려요.

한 번은 엄마한테 여우짓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사실 훨씬 격한 말이었지만 순화해서 적었습니다). 엄마 생신을 맞이해서 꽃다발, 케이크, 그리고 작은 악세사리를 선물해드렸다는 게 그 이유였죠. 혹시나 싶어서 덧붙이지만 제 용돈을 모아서 선물해드린 겁니다. 이 때 언니가 중3, 저는 중1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언니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고 남처럼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말이 통하질 않아요. 어처구니 없는 이유에 불같이 화를 내니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을 해봤자 '아니야 내 말이 맞아! 너는 ~~해!' 하고 혼자 결론을 지어버리니, 제가 말을 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습니다. 뭐, 원맨쇼를 보는 느낌에 가깝겠네요.

아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사과도 안받아주냐/ 어쩜 그렇게 남처럼 생각하냐' 같은 댓글도 보였네요. 위의 글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과연 언니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정말 남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자라왔는데 제가 왜 언니를 가족처럼 대해야하나요? 이제와서 언니가 반성하면 답니까? 저는 그 당시 아무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까지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들을 들어야했습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저런 언행들이 과연 친동생에게 할만한 것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러시다면 뭐, 제가 달리 드릴 말씀은 없겠네요. 아무래도 저와 당신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왜 언니랑 같이 or 연락하고 지내냐/독립해라/ 는 댓글도 보였습니다만 현재 저는 자취 중입니다. 대학생거든요. 언니는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종교는 없지만 남자친구는 있습니다. 아마 2,3 년정도 됐을거에요. 아, 그러고보니 갑자기 잘해주면서 자기 남자친구랑 같이 만나서 놀자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안만났지만요.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기에 대해서 잘 말해달라고 아부한걸지도 모르겠네요. 

몇몇 댓글대로 저도 노력해봤습니다. 밤늦게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나 그 때 정말 힘들었다, 왜 그랬냐, 조곤조곤 대화도 시도해봤고 울어도 봤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언니의 반응은 변함없었어요.

 "내가 언제? 너 되게 웃긴다. 그렇게 언니를 못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너 피해망상 있는거 아냐?"

 이게 한 두번이었을까요? 아니요. 제 인생동안 정말 저는 언니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자랐고 교육받았으니까요. 그리고 이젠 지쳤습니다. 억지로 마음 속 상처들을 감추고 언니와 친구 같은 사이인척 하는 거, 언니의 철없던 시절을 용서한 척 하는 거.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서서히 언니와 남같은 사이가 되도록 연습중인 지금 언니가 친한 척을 하네요. 평생 안하던 사랑한다는 말, 언니한테 동생인 네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등등... 솔직히 같잖아요. 이제와서 뭐하잔건가 싶기도 하고요.
음, 최대한 댓글들에 쓰여진 의문들에 답해드린 것 같네요. 주작이라고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당사자인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정돈데 남들이 보기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지 이해도 잘되고요.

글이 생각보다 정말 많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가족에 대한 일인만큼 예민할 수도 있는 주제라서 여러 댓글을 읽게 되었는데 어떤 댓글이든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언니와 남처럼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굳혀졌어요.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될지 모르겠네요. 모두들 좋은 하루/밤 되시고 앞으로도 좋은 일들만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