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때문에 결혼이 무섭습니다.

bkjung2017.12.22
조회4,252

안녕하세요.

결혼/시집/친정 게시판에 올려야 할 글인데,

여성분들만 작성할 수 있다고 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이런걸 방탈?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글 보실 때, 음슴체로 해야 편하실 것 같아서 음슴체로 작성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글쓴이는 나이 30살 평범한 중소기업 직장인임.

연봉 3000정도이고, 회사 근처에서 자취 중.

현재는 이직했는데, 전 직장 친한 형의 소개로 지금 여친을 만남.

3년 6개월 째 연애중임.

여친은 연봉 3400정도이고 나보다 두살 어림.

 

첫 소개자리에 만났을 때, 사실 예쁘진 않았지만

본인은 누군가를 소개받으면 기간으로는 최소 한달, 횟수로는 3번은 만나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임.

한 순간의 멍청한 선택이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임.

 

첫만남 때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 일단 자리를 옮겨서 점심을 먹는데

아.. 정말 재밌고 귀엽고 여성스럽고......

나 정말 긴장 안하는 성격인데, 너무 좋아서.. 내가 잘보이고 싶어서

손도 떨고 두근거리고 했음.

결국 첫 만남에 '내일도 나 만나줄 수 있어?'라고 물었고,

여친도 흔쾌히 허락함.

 

우린 만난지 3일만에 사귀기 시작했음ㅋㅋㅋㅋ

여친이 나한테 더 맞춰줬던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 너무 잘맞았음..

3년 반동안 싸운게 열번도 안될 정도로 우린 잘맞았다고 생각함.

(10번 이내로 싸운게 많이 싸운거라면 죄송..)

 

그렇게 행복하게 만나다가.. 슬슬 서로 결혼 얘기가 나옴.

사실 나는 올해가 되기 전까지는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이었음.

지금 여친이랑 결혼하기 싫은게 아니라, 그냥 결혼 자체가 싫은?

현재를 가장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사람임.

 

그러나.. 나한테 너무 잘하고, 내가 너무 잘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

어느샌가부터 같이 살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짐(그게 올해 초쯤부터임)

 

다행히 여친도 나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해서

정말 눈물나게 기뻤음..

 

 

본론은 여기서부터임.

 

 

글쓴이는 1남 3녀중 막내로, 말 그대로 정말 시집가기 싫은 집안임ㅋㅋㅋㅋ

솔직히 나같아도 무섭고 부담되고 싫을 것 같음.

 

엄하고 무서우신 아버지 덕분에 생각보다 이쁨받고 이기적으로 자라고

그러진 않음.(아버지가 아들딸 차별하는거 엄청 싫어하심)

 

누나들도 본인들은 시누이 많은 집에 와서 결혼해주는 것만 해도

절을 하고싶을 정도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절대 절대!

글쓴이 마누라될 사람한테 말도 안걸겠다고 몇년전부터 굳게 맹세함ㅋㅋ

(쌩까겠다는게 아니라 절대 싫은소리 안하겠다는 말임)

 

문제는 어머니임..

아들 편애하는 경향도 있으신데,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건

'교양과 교육'에 남다른 열정이 있으심... 이게 가장 문제임.

 

 

올해 초에 양가 쪽에 인사도 드릴겸 글쓴이 부모님과 한 끼, 여친 부모님과 한끼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음.

 

여친 부모님은 나를 정말 좋아하시는게 너무 느껴져서

너무너무 감사했음.

 

근데 우리 부모님.. 약간 불편해하는 기색 있으셨음.

나중에는 말씀하셨음.. 외모가 좀 딸린다고..

 

참고로 글쓴이는 키 177 체중 90의 돼지임.

근육량이 좀 있는편이어서 찌찌출렁대고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운전하고 있을 때, 여친이 내 옆모습 찍은 사진 보면 가관임... 정말 못생겼음

턱도 한 3겹정도 되는 것 같고....

 

암튼!

내가 '나한테만 이쁘면된다. 내가 보기엔 정말 여신처럼 아름답고 성격도 정말 최고다'

라고 말씀드렸고, 그 이후에 여친도 우리 부모님한테 편지도 쓰고

나한테 먼저 부모님 찾아뵙자고 하고 식사대접하고..

그런 모습보면서 정말 '아.. 이 여자랑 살면 정말 평생 행복할 수 있겠다' 싶었음.

 

글쓴이 아부지도 처음에는 얼굴이 좀 못난 것 같다고 맘에 안들어하시다가

현재는 여친이 잘하는 모습에 살살 녹아서, 여친 우리집에 오면

아이고 우리 ㅇㅇ이 고기 사주까~? 이러면서 좋아하심.

 

근데 엄마는 아직도 당신 아들이 한참 아깝다고 생각하심.

여기서부터 아까 가장 문제라고 했던

'교양과 교육'에 대한 열정 얘기가 시작됨... 너무 잡설이 많아서 죄송..

 

 

 

우리 어머니... 외할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으로 인해, 또 경제능력의 부재로

중학교까지밖에 못다니시고, 평생을 외할머니와 함께 죽어라 일하고 시달리면서 사셨음.

 

못배우고 나이드신게 한이라고 항상 말씀하시는 울엄니..

매일매일 책을 끼고 사심.

그리고 정치 관련 뉴스 빼놓지 않고 체크까지 해가시면서 보시는 울엄니.

어쩔때 보면 그 연세에 아직도 그렇게나 열정적이신게 정말 존경스러움(올해로 환갑)

 

근데, 문제는 이런 것들을 남편과 자식들에게도 강요함.

쓴이는 책을 정말 싫어함.

거의 읽은 책이 없음.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 2명의 책은 거의 다 읽음. 가네시로 가즈키, 아멜리 노통브 작가)

 

한국인이 읽어야 할 도서? 그런 것들을 매번 추천해주시며

관심없어하면 거의 미개인 취급하면서 치를 떠심.

글쓴이가 오바하는게 아니라 당장 지난주에 집에 갔을 때도

무슨무슨 책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는데, 내가 딱 짤라서 싫다고 하니까

'너는 인생을 왜 그렇게 사냐?'라고 딱 이렇게 말씀하셨음.

마치 그 책을 읽지 않고 사는게 인생을 잘못살고 있는 것처럼..

 

지난주에 그 대화를 한게 여친이랑 같이 갔을때임.

나한테 저런 소리를 하시다가, 내가 평소에도 싫어해서 듣는둥마는둥 하니까

관심이 여친한테로 감..

 

대학은 어디나왔니.. 평소에 책은 얼마나 읽니..

여친은 해맑게 웃으면서, 저 책 잘 안읽어서 몰라요 어머니~헤헤

이랬는데.. 정말 그 눈빛........ 잊을 수가 없음..

울엄니 눈이 말하고 있었음.

'저런 무식한년'

 

약 5초간 정적이 흐르고..

엄마는 본격적으로 옆에 여친을 앉혀놓고,

책과 교양프로그램 시청을 추천함.. 이 프로가 좋다.. 이 방송사것이 좋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된다. 한국사람이라면..

그 말씀을 하시면서도 표정이 정말... 휴....

여친은 울엄마 불편해하실까봐 네네하면서, 웃으면서 주의깊게 들어주고..

 

그 눈빛을 본 나는 참지 못하고 엄니한테 한마디 했음.

'엄마. 엄마가 좋다고 생각하는거 상대방 의견없이 강요하면

그걸보고 딱 꼰대라고 불러'

 

내가 그 말을 뱉자마자, 엄마는 서운한 표정 지으시면서 말을 줄이셨음.

나도 말하고나서 후회했음.. 엄마를 무안준것도 미안하고,

이 일로 인해서 혹시나 내 여친이 더 미움받을까 불안했고..

 

엄마는 이전에도 여친 별로라고.. 하나도 마음에 안든다고 하시는거.

글쓴이가 맘 돌려보려고 1년을 넘도록 여친 칭찬만 함.

 

울 아부지는 완전히 여친 편이 되셨지만(쓴이가 느끼기에는 그럼)

울 엄니는 아직도 별로이신 것 같음..

 

사실 별로인것뿐만아니라.. 결혼을 반대하시는 분위기임.

결혼은 신중해야된다는둥... 다른사람도 만나보라는둥..

이대로 결혼하게 되면 고부갈등 생길까봐 걱정도 되고..

내가 과연 중재를 잘 하는 현명한 남편이 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러움.

 

그래도 굳이 그런 표정까지 지을 필요는 없잖아..

여친은 울 엄니의 경멸과 무시로 가득찬 그 눈빛을

못본척 했으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캐묻자

'오빠.. 나 사실은 손이 벌벌 떨리고 무서웠는데.. 오빠가 어머님한테 뭐라고 할까봐

그냥 못본척하고 웃었어. 나 잘못한거 아니지?'

라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날 보는데.. 진짜 미안하고 창피해서 쥐구멍으로라도

숨고싶은 심정이었음.

 

글쓴이는 사실 한성깔하는 스타일이고, 해야하거나 꼭 하고싶은 말은

목에 칼이들어와도 하는 성격임.

이대로 가다가는 엄마랑 크게 싸우고.. 사랑하는 여친도 놓칠것 같아서 무서움..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엄마가 네이트판에서나 보던 그런 못된 시어머니가 될까봐...

그게 가장 무서움..

 

 

 

 

자극적인 에피소드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사소한 일일지 모르나.. 여기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바로 얼마전까지는 결혼 생각도 없었고,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자라는

마인드로 살아온 저는..

나이 서른을 먹도록 돈을 거의 못 모았습니다.

벌이에 안어울리게 비싼 신발 수집하는게 취미였구요.

(현재는 모두 끊고, 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성실하고, 경제관도 뚜렷한 사람이라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습니다.

(여친 부모님께 생활비 드리느라 많이는 못모음..)

만약에 결혼을 한다면.. 서로 양가에서 한푼도 받지말고,

우리끼리 월세로라도 행복하게 살면서 모아서 좋은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땡전한푼 못모으고 이렇게 못난 저인데.. 그런 저를 사랑해주는 여친이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한데.. 저랑 결혼한 여친이 불행해질까 벌써부터 고민이네요.

 

 

두서없이, 또 재미도 없었을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 보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저희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