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허무하게 끝날거면 도대체 사랑은 뭐고 연인 관계란 뭘까요

허무함2017.12.25
조회3,042

안녕하세요

 

사이다 같은 스펙타클한 글이 아닌

그냥 잔잔한 둥글레차와도 같은 내용이니

재미없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에겐 얼마전 여친이 있었습니다

사귄 기간은 두달이 채 안되구요

몇년전에 알게되서 처음에 남녀사이를 전제로 잠깐 만나다 흐지부지되고

전화번호나 저장되어있던 그런 존재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시 재회하게 되고

또 평소 제 스스로 그 친구를 여친 감으로 손색없다고 생각해왔고, 기나긴 솔로생활

이제 끝내고 싶은 생각에 약간 우격다짐 식으로 사귀자고 제안했고 그 친구도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본래 전제 자체가 이성으로서의 미약한 호감을 깔고

있는.. 다들 아시죠 그런 관계 ㅎㅎ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 몇년만의 귀한 인연!

정말 잘해주고 싶었고 내가 그친구 인생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 그간 쌓아두었던

애정을 몽땅 투자하는것과 동시에 절대로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그친구는 너무 성급하게 사귄다고 한것 같아서 몇번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잘 설득해서 넘어갔고 저의 진심이 통했는지 이 친구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럴듯한 케미가 오가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결혼이야기도 하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까페나 술집에 가면 서로 즐겁게 수다떠느라 1시간이 5분처럼 흐르기도 했었고

전화통화는 일부러 짧게 할때도 있었지만 보통 한번 붙잡으면 40분 1시간..

집에서  10분거리라 집근처 데이트도 많이 하고 마트에서 장 봐서 제 자취방에 와서

요리도 해주고.. 사귀는 동안 정말 많은 일상을 함께하고 또 해운대 바닷가의 멋진 곳에

놀러가서 근사하고 멋진 밤을 보내는 등..

 

어쨌든 누가봐도 전형적인 연인관계였고요

초반에는 제가 좀 갑자기 사귀자고 한 탓에 다소 어색하고 서먹한건 확실히 있었죠

하지만 어쨌건 시간이 흐르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어색함은 눈녹듯 사르르 녹아없어지고

본래 연락을 잘 하지 않던 친구가 먼저 연락하는 횟수도 잦아지고, 애정표현도 늘어나고..

우리는 확실히 연인의 요소를 갖춰나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친구는 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좋은 친구였고 그래서 우리는 만나는 짧은기간동안

싸울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서로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지적하거나 토로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우리는 각자 사과하고 이해할 정도로 정말 순조롭게 잘 흘러갔었죠

이 친구의 장점이, 연락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화통화할때 본인 스스로 자기의 스케줄을

브리핑(?)해서 내일 자기 일정을 다 알려주고 저로하여금 아 이 친구가 지금 뭐 하는 중이겠구나

그럼 연락이 잘 안될수도 있겠네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연락이 잘 안되는 본인 캐릭터를 보완해주는 배려를 할줄 아는 친구였죠.

 

그러다가 제가 근무지를 옮기게 되고 만나기가 어려워져서 만남이 좀 뜸해지고

그러다보니 확실히 서먹해지는것 같았습니다만 어쨌든 그와중에 오랜만에 잠깐 만났는데

(이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제게 와서 쏙 기대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등 분위기는 달달했고 

짧은 데이트를 즐기고 헤어져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중이길래 그냥 자려고 했는데 곧바로 저에게 전화를 되걸어

친구랑 통화중이었는데 오빠전화와서 끊고 걸었다는 이쁜 말을 하여

또 분위기가 훈훈해져 그대로 1시간가까이 통화하는 등..

명불허전 명실상부, 말그대로 달달한 연인관계가 지속되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그후 연락이 엄청 뜸해지고..

그와중에 뒤끝이 좋지않은 냉랭한 통화를 몇번 하고

나중에 알게 된건데 바로 직전 만남 그러니까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린 그 달달한 데이트때

제가 이야기하는 도중 여자 입장에서 기분 나쁠 말실수를 한 듯 합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친구가 내색도 안하고 오히려 분명 더 달달하고 훈훈한 분위기였는데

이해는 잘 안갔지만 그래도 여자이고 한참 동생인데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갑자기 관계가 급 냉랭하고 서먹해진듯 합니다.

 

그러는 와중 그친구 친동생이 갑자기 많이 아프다고 간병인이 자기뿐이라고 해서

앞으로 보름간 병원에서 갇혀 살아야한다고,

그 주말에 보기로 한걸 포함해서 당분간 만나기 힘들것같다고 새벽에 톡이 와있더군요.. 

저는 일단 놀래서 걱정과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그러고 그 후 한 며칠을 더 지냈습니다. 병원에서 간병하느라 만나지도 못하고 연락도 잘

못하니 자연스레 관계가 서먹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마침내 어느날 잠시 쉬는시간에 

전화를 걸어 밥먹었냐 그래 건강 잘 챙겨라 제가 생각해도 정말 하나마나한 대여섯마디

주고받은 이야기로 통화를 마치고 난 저는 정확히 5분후 이런 카톡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오빠 그동안 많이 생각해봤는데 오빠랑 저는 나이차이도 많이나고 말도 안통하고

별로 맞지 않는것 같네요 오빠랑 맞는 여자 만나세요 만나지 않는게 좋겠어요'

 

어이도 없고 난리(?)가 난 저는 그날 일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정신 나간상태가 되었고

만나자고 했으나 자기 병원에 있어서 못만난다.. 자기가 이따 전화하겠다.. 해놓고 전화안함..

결국 기다리다 지쳐서 제가 전화하니 받기는 받음.. 또 막상 통화해서 이야기주고받으니

평소에 별 이상없는 통화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나 어쨌거나 내가 일주일간 숙려기간(?)을

갖자고 제안.. 그리고 통화끝 일주일간 연락없음. 그후 연락해봐도 모두 두절. ㅋㅋㅋㅋㅋ

 

제가 이 글을 올린 이유는 그 친구를 못잊어서, 마음의 상처를 하소연하고자 올린게 아닙니다.

 

제가 궁금한건 이겁니다.

 

이해와 배려,

이성과 감성,

우리의 미래 이야기,

그리고 섹슈얼 스킨십

 

이게 사랑과 연애의 구성요소라고 본다면,

 

좀더 쉽게 말해서

그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함께있으면 편하고 좋고

육체적 사랑도 나누고 미래에 대한 속삭임이 분명 있었는데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상대로부터 이 모든게 하루아침에 모두 부정당해버린다면

그토록 열심히 했고 상대방도 마음을 여는게 분명히 느껴졌었는데

그런 것들이 그냥 한번 훅 부니 날아가버린듯한 이 허무함

 

사랑이란 원래 이렇게 허무한건가요?

그럼 도대체 사랑과 연애란 무엇일까요?

저와 그친구가 함께 보낸 시간들과 함께 한 이야기들은 뭐죠?

 

그후로 그친구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았지만 매번 읽씹에

어제 우연히 페북 들어가보니 친구조차 끊겨져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

약간 과장하자면 마치 자신을 농락한 쓰레기같은 남자를 대하는듯한 느낌이랄까

 

원래 사람이 가장 허무할 때가 노력을 부정당했을때입니다.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바라지 않는것과 노력 자체를 부정당하는것은 천지차이이죠

그친구에게 최고의 남자가 되고싶어했던 결과가 결국 읽씹에 친구차단이라니 ㅎㅎㅎ

 

제가 걱정되는건 이부분입니다

 

사랑의 요소를 하나둘씩 모두 갖추어 어쨌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 모든것이 훅 불면 날아가는 잿더미처럼 흩어져버렸다.

그럼 이 친구 말고 다른 여자에게 이렇게 해도 결국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럼 전 뭘믿고 사랑을 해야하나요?

 

여기 여자분들 많으실텐데 생각들이 좀 듣고싶어서 올려봤습니다

노잼글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