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묘 열세번째]외모만 보고 판단은 금물. 반전의 반전의 고양이 도로.

ㄱㅇㅇ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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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서두가 길 것 같아요. 양해 부탁드려요 ^^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땅거미가 져서 어둑해졌을 무렵에 저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제가 타고 있던 차는 후륜구동이었기 때문에 미끄럼에 취약해서 특히 안전운전 중이었어요.

앞서 달리던 봉고차는 과속 방지턱을 날아갈 듯이 쌩하니 지나가고 제가 탄 차도 턱을 넘으려는데 갑자기 멈추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앞에 뭔가가 있다고 하길래 봤어요. 

웬 털 뭉치가 땅에 있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어서 저는 인형 머리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 그 작은 털 뭉치가 부르르하고 움찔하더니 아장아장 걸어서 차도를 가로질러 걷더라고요. 

뒤에 빵빵거리는 차들에게 꾸벅꾸벅 양해를 구해가며 얼른 주워왔는데 그게 도로랍니다.

그때 남친의 판단력에 감탄했어요. 역시 항상 운전을 하고 다니니 남다르더라고요. 저는 늘 고양이를 보는데도 구분이 안 갔거든요. 아마 그냥 지나쳤으면 로드킬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합사 당시 도로가 어리기도 했고 조로와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에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도로에겐 총 세번의 시련이 주어집니다.

 

첫 번째 시련은 조로와의 관계인데요.

어린 고양이의 4개월은 큰 차이여서 조로는 도로에게 돌봄을 가장한 상위 서열 굳히기를 항상 시도했고 비교적 작고 약했던 도로는 늘 당했지요.

큰 형들(키이, 로이, 쵸이)은 그들만의 싸움에 참견 없이 방관을 했어요.

실제로 피가 보일 정도의 심한 서열 싸움이 아니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서열은 성묘가 되고서도 지속되었습니다.

새 스크래처가 온 날. 서로 쓰겠다고 펀치를 날렸으나 맞기만 하는 도로.(팔이 짧아요.)

 

도로는 분노로 인해 금강불괴가 되었지만 조로가 힘이 세서 화를 낼 수 없었어요.

(도로의 입장에선 슬프게도, 조로의 덩치는 점점 더 커졌어요.)

 

그리고 두 번째 시련은 도로의 발정이었는데요. 호르몬의 영향으로 활동량도 증가했고 조로와 동글이에게 자주 교배 자세를 취하는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했어요.

 

조로와 동글이 외에 다른 고양이에겐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로이와 시바는 많이 거슬렸는지 종종 도로를 혼내곤 했어요.

로이는 교배 자세를 취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혼내고 시바는 불시에 혼내고요.

 

그냥 옆에 앉아있는데 혼나는 도로... 쯧쯧 가여운 것.

하지만 조로와 동글이는 덕분에 한숨 돌렸답니다. 

 

도로 : 야 너 일로 와봐.

구미 : 야~눠 일뤄 왜봬~ 이래ㅋㅋㅋㅋㅋ

그리고 세 번째 시련은 구미입니다. 도로와 구미는 6개월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데요. 구미가 합사했을 당시 도로는 이미 중성화가 끝난 상태라서 전투력도 낮았고 로이와 시바의 구박에 의기소침한 상태였어요.

 

구미 : 야~ 일뤄 왜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로 : 아 진짜 열받는다...

구미의 똘기를 누르는 녀석은 로이뿐이었기 때문에 도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살았답니다.

 

한창 로이한테 혼나던 시절의 도로. 지친 모습.

 

밥을...

 

왜 안 주냐고. 그냥 밥그릇을 치우던가. (살짝 귀여운 금강불괴)

-중성화 수술 전날. 금식 중-

 

그 이후로도 도로는 이리저리 치여 살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분노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안 그럼 살겄어? 화병 생겨. 화병. (콧구멍 대 확장) 

 

실제로 열 번 정도 맞으면 한 번 정도 복수를 하는데, 그 복수가 어마어마하답니다. 

조로 뒷 조르기 하고 있는 도로.

 

특히 구미에게는 가차없기 때문에 정말 구미가 목숨 걸고 도망 다니는 대상은 도로뿐이에요. 

구미 목을 물고 있는 도로.

 

도로는 인상이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지만 사실은 인내심이 많고 순한 찌질이에요.

털 관리가 힘들어서 그렇지 곱게 빗어놓으면 세상 우아합니다. 

 

또 가까이서 보면 깜찍하고요.

옛날에 수영장 가면 쓰던 그 복슬복슬한 꽃모자 쓴 것 같지요? 

 

가끔 푼수 같은 모습도 보여주고요. 와~ 못생겼다. 

 

눈썹이 잘 어울리는 익살맞은 도로.

 

장난감을 좋아하는 귀여운 도로. 

 

 

도로의 수난사를 한 페이지로 쓰자니 턱없이 모자라네요. 도로는 버려진 당시에 맞았는지 던져졌는지 크게 다친 정황도 보였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했어요.

또 자라오면서 위아래로 치이고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밥 잘 먹고 잘 싸고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잘 자라줬지요. 정말 좋은 고양이에요. 지금은 도로도 적당히 화도 낼 수 있게 되었고 로이도 시바도 도로에게 더이상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평안한 생활만 남았어요.

 

도로와 같은 품종의 새끼 고양이는 지금도 사려면 30 만원 ~ 50 만원은 줘야 해요. 굳이 돈을 주고 고양이를 사 와서 왜 버릴까요?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2개월짜리 고양이도 버려지는데, 얼마나 많은 고양이(뿐만 아닌 반려동물)들이 버려질까요. 

사지 말고 입양하고 버리지 말고 평생 키웁시다. 만약 내가 죽을 병이 걸리는 경우처럼 도저히 못 키우게 되면 좋은 사람을 구해서 입양 보냅시다.(결혼, 이사, 유학, 출산 등 뻔한 이유는 제외합니다.) 그래도 나 말고는 내 반려동물을 더 사랑해 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진짜랍니다. 

 

저도 평생 책임진다는 마음을 한 번 더 다짐하고 죽지 않고 건강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내일은 더 춥대요. 옷 단단히 입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