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핀 연꽃

푸른바다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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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핀 연꽃


나무이파리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산자락을

가을구름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다.

먼발치로 바라본 그 이파리들의 숨결

향긋한 냄새가 들숨에 묻어나기에

고운 냄새의 원천을

오늘은 밝혀보리라 소박한 생각으로

낙엽 쌓여 폭신한 오솔길

낙엽 바스러질까 두려워하며

노승의 정갈한 걸음새로 동심을 안고 오른다.



바위에 핀 연꽃

 

청신한 햇살

따사롭게 펼쳐진 바위등걸에 앉아

산 아래서 묻어온 어지러운 마음을 푼다.

해바라기 나온 한 마리 장끼가

기척에 놀라 숲으로 날아오른 자리

그곳에 꽃이 피어 있었다.

 

바위에 핀 연꽃,

이끼꽃.

파릇한 이파리가 오순도순 모여 꽃이 되었다.

바로 이들이 풀어 낸 무심한 향내가

그 옛날 고운(孤雲)이

산중생활에서 노래했으리라.


솔바람 소리 듣는 것 말고는

귀가 시끄럽지 않고,

띠풀로 집을 이은 곳

흰 구름이 깊었네.

세상 사람이 이곳 길을 알아

도리어 한스러우니,

바위 위의 이끼를

발자국이 더럽히는구나.


바위에 핀 연꽃

더럽힐수 없는 정갈한 연꽃, 이끼꽃.

혹시나 더러운 발자국 따라갈까

이 바위 저 바위 눈으로 가늠한다.

 

저 이끼는 무엇을 먹고 꽃을 피우나

산이 주는 바람

하늘이 내리는 비

땅이 품어내는 마른티끌이

아마도 생명의 자양분일 것이다.

 

바위에서 살아가는 그 험난한 인고의 시간

이끼는 모질게 견뎠으리라.

그래서 고운은

바위 위의 이끼를 밟는 더러운 발자국을

한스럽게 여겼나 보다.

 

 


바위에 핀 연꽃

 

청마(靑馬)는 죽어서 바위가 되리라 했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나를 유혹하여 산으로 불렀던 모든 향내는

억년 비정의 함묵에 생명을 망각한 한 개의 바위와

소리하지 않는 바위에 핀 연꽃 바로 이끼 였던가.

 

무심한 바위와

끝없는 생명의 이끼가

고운 사향노루 냄새를 날리고 있었다.


 

바위에 핀 연꽃

 

한기를 동반한 산그늘에 밀려

이제사 산을 내려 가려하니

산속에서 한 줄기이던 길이

산 밖으로 나가자마자

천 갈래로 갈라 졌다는

고운의 웃음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바위에서도 꽃을 피우며

모질게 살아가는 이끼도 있을지니

산 아래 길이 만 갈래 갈라져도

나는 한 개의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푸 른 바 다

 

 

바위에 핀 연꽃

바위에 핀 연꽃

 

출처 : Tong - 푸른바다5님의 포토 에세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