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조심하라고만 하는 너에게...

ㅇㅇ2018.01.10
조회215


왜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를까? 여성에게 “밤길 조심해 다녀”,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가”, “옷 너무 짧게 입고 다니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 순전히 걱정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해도, 여성에게는 그 말이 전혀 걱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 들리기 때문이다. “(강간범 있을지 모르니) 밤길 조심해 다녀”, “(강간범 있을지 모르니)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가”, “(강간범 있을지 모르니) 옷 너무 짧게 입고 다니지 마”.


정말이다.


남성들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여성에겐 언제나 강간범 혹은 남성 가해자의 존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일깨우는 잔인한 말로 들린다.


어렸을 때부터 하도 많이 듣는 말이라 만성이 되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 현실의 이면에는 무수히 일어나는 성범죄에 언제나 사후 대응만 할 뿐 예방하려는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사후 대응조차 엉망인 한국의 공권력이라는 존재가 있다.


예를 들어, “차에 치일지 모르니 길 건널 때 조심하세요”라는 말의 이면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교통법규가 존재한다. “도둑이 들지 모르니 문단속 잘하세요”라는 말의 이면에는 선량한 민간인의 재산을 보호해 주는 사법체계가 존재한다.


조심히 길을 건너는 것도, 문단속을 잘하는 것도 길 건너는 사람과 집주인의 자유를 조금도 침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길 조심해 다녀”의 이면에는 성범죄를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여성 피해자를 꽃뱀 취급하며, 혹시 여성이 무고한 남성을 모함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한국 경찰이 있다.


2014년 7월 11일자 뉴스 기사의 일부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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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3개 중소도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182명 중 53.8%가 여성의 심한 노출로 인해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술에 취한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할 경우,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7.4%였고, 늦은 밤에 여성 혼자 길을 걷다가 성폭력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응답 역시 20.3%나 되었다. 성폭력 피해 직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응답은 24.2%,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 가해자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비율도 12.1%나 되었다.”


오마이뉴스, , 201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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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여성에게 밤길을 조심하라고,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일찍 들어가라고, 짧은 옷을 입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두 여성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


왜 여성에겐 밤길을 다닐 자유가 없는가? 왜 여성은 술에 흠뻑 취할 자유가 없는가? 왜 여성은 늦게까지 다닐 자유가 없는가? 왜 여성은 짧은 옷을 입을 자유가 없는가? 남성들은 다 누리고 있는데? 이 물음들에 “세상이 험하잖아요”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면, 세상을 험하게 만드는 바로 그 존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성들의 삶에 족쇄를 채우도록 하는 그 존재들. 여성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존재들.


그들이 누군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한국 남성들.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데 여성혐오라는 말을 들어서 억울한가?


그러나 당신들의 걱정은 여성들에겐 전혀 걱정으로 들리지 않는다. 당신들은 고작 걱정을 할 뿐이지만 여성들은 범죄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맞서야 한다.


과연 집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에 쫓겨야 한다. 도대체 그 공포와 두려움을 조장하는 존재가 누구기에 여성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자유들을 저당 잡혀야 할까? 여성들에게서 자유를 박탈해 가는 존재는 누구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존재의 정체를 ‘걱정’씩이나 해 주는 남성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 걱정이 된다면 말로만 대충 때우지 말고 호신용품을 구입해 주든가 아니면 차 끌고 와서 모시고 가거나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걱정해 주는 내 마음을 왜 몰라주느냐고 징징거리지 말고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성범죄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따라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예방 교육과 성범죄 방지 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남성들은 말뿐인 걱정만으로 자신들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럴 법도 하다.


그들은 여성들에 비하면 인생을 살며 강간범을 두려워할 일이 거의 없을 테니.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품는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