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때 줄 글입니다.

마지막글2018.01.15
조회279

참 오래 걸렸다.

10월 말, 처음 너의 행동을 알게 되었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봐 온 너의 모습이라면

여기서 정말 내게 미안해하며 반성하고 만회하고자 노력해 줄 거라는 믿음에,

나는 말도 안 되게도, 떨리는 손으로 너를 꼭 붙잡고,

때로는 스스로를 을처럼 느껴가면서도 나를 상처 준 너를 내 곁에 전처럼 두고자 설득했다.

하지만 넌 그 후로도 나를 여러 번 기만했고,

나는 네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줬다는 사실과 너의 기만에 너무 실망했다.

그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그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그 상황이 얼마나 아득했는지...

나는 너에게 심한 짓을 저지르기까지 했지.

 

그 후로도 우리는 서로를 원하다가도

이리저리 오가는 생각들에 치여 여러 번 서로를 놓으려 했었다.

나는, 온전히 너를 원하며 너의 곁에서 의연하게 꼿꼿이 서서 버티기엔

너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과 상처가 너무 컸다.

실망이 마음에 돌을 얹었고, 배신감이 머리와 눈에 분노의 불을 켰고,

상처가 두 팔과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그래서 너를 붙잡고 재차 묻고 따지며 너를 괴롭혔다.

너는 우리가 다시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당연한 염려가 있었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준 마음을 거두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그리고 가지는 의미가 워낙 컸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근 3달간 이어져왔던 지옥 같던 날들 속에서도, 나는 잠시잠깐이나마 너를 보는 게 좋았다.

어젯밤의 눈물 젖은 분노가 너를 보는 순간 바짝 말라 바스라 져 날아갔고,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너의 말과 행동이 날 기쁘게 했다.

너에겐, 안타깝게도, 전달되지 않았던

나에게 있어서의 너의 가치, 소중함, 특별함, 아름다움, 존경심, 유일함...

너에게 여직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일 정도로 나에게는 절대적이었다.

네가 나를 칼 같다 여길 때 봤었던, 너무나 흔들림 없어 보였을 그 가치관들보다도 그러했다.

너는 언제나 내게 예외라는 최초의 깃발을 내 가장 높은 곳에 꽂았고,

내 계산기 밖에서 귀엽게 잠들어 있었고, 내 시계바늘을 가지고 놀았다.

도처에 널려있던 폭탄들이 터지며 나를 상처 입혀도,

너는 나를 가뿐히 치료하며 유유히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런 사람은 내게 너 뿐이었다.

그런 사람이 너인 것이 마음에 들었고, 항상 너를 사랑하고 예뻐하는 게 당연했다.

나는 너 외의 그 어떤 것들에도 내가 가진 것을 할애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그 어떤 한 쌍보다도 우월했고, 특별했고,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다.

세상 모든 것이 우리가 만나 행복하기 위한 우주의 설계처럼 느껴졌다.

너를 만난 일이 얼마나 운이 좋은 일이고 다행인지를 잊지 않으며 나는 늘 감사했다.


그래서 매일 낮과 밤을 울었지만, 그런 너를 놓을 수 없었다.


너도 나를 만나며 분명 많이 힘들었을 거란 거 알고 있다.

내가 한 행동에서 주는, 그리고 내가 하지 않은 행동에서 주는 아픔들이 있었으니.

나는 최근에야 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너를 힘들게 한 병균 같은 내 고질적인 습관들을 알았다.

그저 덮어뒀던 수많은 것들이 어느 샌가 새하얗던 사랑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입고 있던 사랑이란 옷이 어느새 더 이상 산뜻하지 않게 느껴졌을 거란 것도.

동시에 너에게 다가왔을 다양한 상황들, 고민들. 네가 감당하기 힘들었을지 모를 시간들.

나와 함께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들...

그래서 너에게 느낀 미안함, 힘들었던 부분을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

오히려 더 단단하게 성장한 한 쌍이 될 수 있다는 마음. 모두 진심이었다.

 

한편으론 나 또한 사랑에 서툴고, 이런 연애가 처음이고,

너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그냥 보통 여자로서 당연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저 내게 상처주지 않길 원했고, 존중과 배려를 원했고,

가끔은 예외를, 이해를, 공감을, 아쉬울 땐 투정이라도 좋으니 진솔한 대화를.

이 사람, 정말 서툴러서 남은 과일보다 깎아낸 껍질이 더 두텁지만,

조그만 과일이라도 내밀면서 속상하다고 울고 있는 저 마음이 고맙구나 라고 생각하는.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보며 참아내고 웃는 저 사람이 아무리 봐도 좀 바보지만

저런 사람이 내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오직 그런 마음을 원했다. 예전도. 지금도.

 

너는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었고, 나는 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치부일지도 모를 부분까지도 서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본인조차도 싫어하는 부분을 우리는 놀랍게도 서로의 매력으로 느끼고 있었다.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고받았고, 그 믿음이 우리를 더 소중하게 만들었다. 얘기가 통했고, 어떤 주제든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전에 없던 강한 끌림과 주체할 수 없는 애정과 그리움도,

많은 걸 공유한 상태로 시작했고, 그 이상의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이라는 특별함도,

상대가 조금은 덜 예쁘고 덜 멋진 나도 좋아해 줄 거라는 믿음에서 오는

안락함과 편함도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너에게 그런 것들은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소중하지 않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혹은 더 중요한 것이 생겼거나.

나는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 너를 이해할 수가,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없이 너를 용서하고 붙잡았지만,

이제는 그런 너보다는, 지금까지 와서도 너의 마음에 생긴 혼란과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어쩌지 못하는 너를 더 이해할 수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를 힘들게 한 내 잘못을 찾아내서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조금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나를 배신한 너를, 배신한 이후에 기만한 너를,

노력해보겠다는 약속을 열심히 지켜내지 않은 너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정당화 할 수 없는 행동 이후에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느라 나를 상처 주는 너를,

상처 주는 걸 알면서도, 미안하다면서도 계속 하는 너를,

휘청이는 내게 어떤 힘도 주지 않으면서 파고드는 너를,

하루하루가 치열한 나에게 요즘은 아무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너를,

네가 피하고픈 상황을 피하기 위해 괴로워하는 나를 외면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너를,

그동안 한순간도 진심으로 기쁘지 않았던 내 앞에서 웃을 수 있는 너를,

내 앞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마는 너를,

이렇게 힘든 나보다도 쉽게 우리사이를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붙잡지 않을 것 같은 너를,

나열할 수도 없는 너무 많은 상처로 나를 매순간 아프게 하면서도 조금도 변해주지 않는,

변하려 하지 않는 너를 이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내게 너무 아픈 짓을 했고, 그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했고,

그러고도 어떤 설명도, 풀어보려는 꾸준한 노력도 없이 날 또다시 아프게 했고,

그렇게 상처받은 나를 옆에 두고자 하면서도 무엇도 잃거나 노력하려고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또 다시 상처만 줬고, 그게 난 너무 아프다.

나를 원하면서도, 단 한 번도 나를 붙잡고 내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하지 않은 채

노력 없이는 당연히 얻어질 수 없는 우리의 미래를 두고 의심만 하는 네가 아프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네가 아프다.

 

지난날들의 너와 함께 만들어왔던 행복이, 정말 너무 컸다.

너무나 예뻤어서, 내 인생 한 켠에 덮어두기엔 한동안 너무 찬란해서 눈이 부실 것 같다.

너의 아주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너를 찾을 수 없는 내가 너무 슬플 것 같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었으며,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의지했던,

내 수많은 처음과 유일함을 차지했던 너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게 많이 슬플 것 같다.

우리가 해왔던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 모두 흐린 기억으로만 남고 이렇게 망가진 채,

아무 결실도 남길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플 것 같다.

나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할 널 생각하면, 아주 많이 슬플 것 같다.

너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할 날 생각하면, 아주 많이 슬플 것 같다.

 

너에게도 우리의 지난날들이 아름다웠길, 행복이었길.

내가 너에게 다시없을 소중했고 좋았던 사람으로 남길.

앞으로 남은 너의 날들이, 나와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부디 좋길 바란다.

 

지난 날 내가 썼던 글, 찾지 못하고, 또 부끄러워

차마 네가 보고 싶어 함에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 아쉬움을 생각하며,

수많은 추억과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원망과 고백과 기원을 담은

이 글이 내가 너에게 밤새 고치고 다듬어 써 감히 주는 글이다.

 

마지막에 거짓을 담고 싶지 않기에 차마 행복을 빌지는 못하지만,

건강하길 바란다.



---------------------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이었던 사이였지만,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흔들린 걸 알게 된 후 헤어지게 되었지만 계속 연락 중.

전여친은 그 다른 사람과 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있는 와중입니다.

그 사람과 데이트하고 왔단 걸 듣기만 해도 너무 상처가 크네요.

여여 커플이고, 썸녀..? 도 여자입니다.

정말로 끝내려고 할 때, 용기내서 이 글을 주려고 출력해 뒀습니다.

성별에 너무 구애받지 않고 읽어주시고, 하고싶은 말 댓글로 달아주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