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진짜 욕먹을 각오 하고 써요.. 재수생입니다

애기덩풀2018.01.19
조회1,782
안녕하세요 올해 20살 된 재수생입니다
아직까지 재수 시작은 안했어요 충분히 쉬고싶어서..
원래는 특수대학을 준비하다가 금전적인 한계를 느끼고 빨리 싹을 잘랐습니다 두 대학을 준비했는데 한 곳은 제가 생각하던 데로 독학이 가능 했고 다른 한 곳은 걍 자기들 멋대로 더군요 학원 도움이 없으면 안될걸 알고 그냥 하루빨리 4년제 대학을 노리는 게 낫겠다 싶어 재수를 이렇게 일찍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재수를 쉽게 결정했던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학창시절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
성적이 중상위권 이었다는 점

모의고사 점수가 나쁘지 않았고 내신도 항상 3등급을 유지 했습니다 그리고 또 매일 3등급만 받는게 아니고, 1등급을 받다가 꼭 그 부담감 때문인지 심리적 문제 때문인지 모르게 본래 성적이 미치지도 않는 점수를 뒤따라 받았던 터라, 상위권을 치고 빠지는 일이 빈번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만큼 모의고사에서는 본 실력 발휘를 했으니까요

학교에서도 반장, 동아리 회장등을 맡아가며 생기부를 꾸준히 채웠습니다 2학년까지 갔을 땐 20장이 넘었구요

저희 집은 사업을 해서 금전이 일정하게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용돈을 주지 않으세요 카드로 해결하죠
몇 번이고 부탁드려 봤지만 용돈은 절대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냥 카드를 쓰래요

앞서 설명했 듯이 저는 재수를 합니다 학창시절을 한가롭게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사교육의 도움이 그렇게 효과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언젠가 부담된다는 소리를 하고 나서 제가 사교육을 안 받겠다고 했던건데

저는 그게 효도인줄 알았습니다
남들 신발 더 살거 저는 좀 더 신고 찢어져도 그냥 아랑곳 하지 않았고 가방 좀 더 메이커 없고 싼거 사서 오래 쓰고 옷도 사람 구실 할 정도로만, 제가 꾸미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스트릿 브랜드 옷 하나쯤은 갖고 싶었습니다만.. 그냥 여름 겨울 두 시즌 입을 수 있는 옷 10만원 어치 정도 삽니다 겨울은 15만원 선에서 해결했구요 이제 그 옷을 잘 돌려 입는거죠


전 저 스스로 사치 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1학년 때 산 유치하고 더러운 지갑을 아직까지 들고 다니면서도 아버지도 안바꾸는 지갑을 내가 왜 바꾸느냐고 했습니다

혼자 독학 하는데에 어려움도 많았고 공부도 늦게 시작해서 하루 잠을 4시간씩 줄이고 바보처럼 공부했어요 고2때 그러고 사니 진짜 1,2등급 나오긴 하더군요 하지만 몸이 그만큼 작살나서 방학 때는 학교 나가지도 못 했고 심지어 시험날 아프기도 했습니다

고3 때 정말 다시는 고3 하기 싫어서 안 태어난다고 친구랑 집가면서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침 7시에 나가서 졸린 눈을 부릅 뜨고 몇 번이고 돌려본 영어책을 제 정신인지도 모른 채 읽어 나갔어요

전 충분히 고3을 잘 보냈다고 생각 하는데.. 부모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대학을 간 오빠에 비해 성적이 그닥 좋지 않은 편이고 국립대를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이드는 특수대를 간다고 하니 맘에 안들기는 했겠죠

저도 그 부분을 충분히 알기에 몇 번이고 고민했고 예상과 다른 상황에 직면 했을 때도 깨끗이 '아, 이 이상은 안된다 내가 놓인 환경에 이 이상은 사치다' 라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를 마다했습니다 두 번 다시 도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할 일은 이제 재수를 열심히 하는 것 인데
그에 앞서 좀 쉬고싶었어요 나도 고생 했고 두 번 다시 안올 아무 걱정 없는 기간이니까

수능 끝나고 찢어진 신발을 대신할 새 운동화를 샀습니다 5만원 정도 하는
염색도 했습니다 집에서 그냥 셀프로 했죠
화장품도 샀습니다 마스카라, 쿠션
틴트도 샀습니다 12000원 9900원 하는
옷도 샀어요 겨울 시즌 옷을 고3때는 건너뛰었거든요 2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보통 겉옷을 살 때도 3~4만원 하는걸 샀겠지만 큰맘 먹고 그냥 좋은거 하나 샀어요 6만원 짜리, 그리고 돌려입을 목폴라, 바지 두개
많이 산 것 같지도 않은데 10만원 훌쩍 넘더라구요

사교성 좋고 스타일 좋던 저는 그냥 세상에서 옷이 제일 좋았습니다.. 눈속임이죠 싼걸 여러개 사서 대충 사람구실 한다 정도 티를 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어린티 나는 걸 싫어했습니다 비싼 옷을 입진 않지만 그냥 대충 꾸밀 줄 아는 애 정도면 괜찮았어요

이정도 아버지에게 지원 받았으면 이제 내가 알바해서 하고 싶은거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알바를 여럿 구해 봤지만 빠른이여서 안되는 것도 있었고 자리도 많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동의가 필요한 곳도 있었는데 부모님은 알바 절대 금지 주의라서.. 여러 곳 거르다 보니 남은 곳이 없더군요

좀 더 뭐가 사고 싶었는데, 책 값도 벌어놔야 하는데 그냥 포기하고 푹 쉬는 것에 집중 했습니다 어차피 2월에는 공부를 해야하니 애매하기도 했구요

밖에 나가 소꿉 친구들과 공부만 하러 가던 카페에서 보드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배고프면 밥도 먹고
하루 만원 안팎으로 썼던 것 같아요
매일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의 한 두번 정도는 집에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보고싶은 영화가 없어서 보러 안갔는데 수능 끝나니 왜 이렇게 보고싶은 영화는 많던지요... 맘 같아서는 다 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딱 두개 봤습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시기 때문에 집에서 제가 밥을 해먹습니다
뭐가 없으면 장은 제가 봐야하죠
고기나 햄 고구마 금방 금방 먹을 수 있는걸로 한달 두 세번 정도 사면 한 번 사는데 3만원씩 나옵니다

중간중간 치과 치료도 받았으니 한번 치료비 12000원 정도 나오겠네요

모두 한 카드로 해결 했고 아버지도 별 말 없으셨는데..
오늘 카페에서 6500원을 긁었더니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가 제 욕을 하신다구요 제가 돈 쓰는게 감당이 안된다구요
공부는 대체 언제 시작할거냐며 언제 철들거냐며
돈을 아예 안 쓰는게 맞지 않느냐고 하시더랍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무슨 술집에서 돈을 막 쓴 것도 아니고 옷을 사재낀 것도 아니고 그냥 커피 한잔 먹은건데..

눈물이 왈칵왈칵 나더군요 사실 하루 나가면 이제 만원으로 커피 밥이 해결 안되고
몇 번씩 주저하며 오늘 카드 더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친구들이 나중에 성공해서 갚으라고 다 사주고
보통 제가 위장염이 너무 심하고 밥 자체도 많이 못 먹어서 생리 전 6일 정도 아니면 한달 내내 두끼를 제대로 먹질 못해요
그래서 그 6일 동안 아싸 좋다구나 하고 막 먹죠 막 먹는것도 그냥 밥을 다 먹는 정도에요 좋아하는 라면도 먹고 피자도 먹고 비빔밥도 먹고
수능 끝나고 한 두달 지나니까 밥 먹는게 많이 나아져서 신나서 뭘 많이 먹었어요
치킨도 안 좋아하는데 몇 번씩 먹고
엽떡도 처음 먹어 봤어요 애들이랑 다같이 엽떡도 먹고
국밥도 먹고 그냥 맛있는거 다 먹었어요
그러니 만원이 그냥 밥 한끼 되버리고 아버지가 아무리 잔돈 5000원 이정도를 더 주셔도 부족하고..
집에서 혼자 내가 해 먹는 밥 맛도 없고..
집에 아이스크림 한통 정도 놔누고 먹고싶은데 오늘 밖에서 밥 먹고 왔으니 그냥 안 먹게 되고

어쨋든 모두 한 카드로 해야하는거니까 이 카드로 쓴 돈 다 제가 쓴 것 처럼 보이니까요

오빠 군대 용품도 이 카드로 보냅니다 스킨로션, 클렌징폼, 뭐 안경, 필링젤 등등
이거 사면 또 3~4만원 금방 깨져요

그러면서 이 카드에 다 축적 되는건데 그것도 고려해주지도 않으시고 애가 한달에 20만원을 쓴다며 어머니한테 그대로 제 욕을 하신거죠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케챱 왜 샀냐고
케챱이 없으니까 샀지 왜 샀겠어요
원래 저희가 오뚜기를 먹는데 오뚜기 말고 좀 더 큰게 가성비가 더 좋아보여서 그걸 샀더니 우리는 그런거 사둘 역량이 안된다는 겁니다
커피 한잔에 5000원 말이 되는거냐고
저번에는 제가 장조림을 해두려고 소고기 7000원어치랑 메추리알 두판을 사들고 갔더니 그것도 사치랍니다..
제가 집에 반찬을 쏘야도 해두고 어묵 볶음도 해뒀거든요
저거 다 그럼 사치라니까 사치랍니다 다들 국에 밥먹으니 저도 그러랍니다
그렇게 부담이 되면 알바를 진작 하게 해주지 왜 그랬느냐고 하니까 그럼 알바해서 커피나 사먹고 다닐꺼냐고 하십니다
당연히 책값에도 보태야지 하니까 그건 본인들이 해줄거고 넌 공부만 하면 되는데 실없이 커피 마시러 다니냐고..
니 오빠는 어쩌고 저쩌고 하며 저더러 철이 없다고 돈은 아예 안 쓰는 거라고 합니다
니 오빠는 돈을 400을 모았대요 당연히 군대 갔고 한번 맹장 터졌으니 보험금 받아서 그정도 모았겠죠
저는 월급 주는 곳도 없고 맹장도 안 터졌는걸요
뭐 등록금에 보탤거냐고 하니까 무슨소리냐고 그건 오빠 돈이래요
전 당연히 사정이 어려우면 돈을 번다->등록금에 보탠다 이건데
그정도는 본인이 해줄 수 있으니 상관 없다라고 하시면서 열을 올리시더라구요
그럼 저 돈으로 유흥 해결 하는 것도 아닙니다 휴가 나오면 아빠 카드로 옷 사고 놀러가고 다 하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가요 휴가 나오면 자기 돈 뽑을 수 있잖아요


물론 재수 도움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이번에 저 교정도 시켜주시는거 정말 감사한데
앞으로 돈 한푼도 쓰지 말라며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 마시라고 하시네요

너무 착잡했습니다 대체 이 집은 뭐지 싶고
심지어 저 피아노 학원도 보내주셨어요 할 거 없을테니 다니라고 한 달 20만원 하는
원래는 3개월 다니기로 했는데 그냥 이제 1월 중반이고 곧 책도 사야하고 돈이 많이 드니까 1개월 하고 관뒀는데.. 저더러 학원은 또 가라네요
전 당연히 무슨 학원입니까 이정도면 당연히 안다녔겠죠 그냥 동네에서 커피나 마셨겠죠 밥도 못 먹으면 당연히 학원도 못 다니는거죠 이상했어요

중간에 5만원 들여서 친구들이랑 근처 여행도 갔습니다.. 소꿉 친구들이랑 그냥 펜션 잡고 고기 구워먹고 싶어서요..

저 부족하지도 않고 이정도면 부모님이 저 충분히 해줄거 다 해주신다고 만족하며 살았는데 아예 돈을 쓰지 말라고 하니까 너무 당황스럽고 이상합니다

제가 그렇게 잘 못 했나요? 그렇게 돈을 많이 썼나요 제가?
항상 저한테 돈을 많이 쓴다고 하세요 막상 이렇게 적어놓고 많이 쓴다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래도 좀 서운하네요..
재수하는 것도 제가 제일 괜찮아야 하고 제가 제일 확신이 있어야 주위 사람들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힘든티도 안냈는데

저는 집이 40평도 넘고 승용차 한대 트럭 한대 있어서 그리 못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어머니가 공부 하는 것 외에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하셔서.. 막상 반찬 만들고 돈 쓸 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더니 뒤에서 뒷말 하시고 결국 끝에 저만 이상한 애 만들고

제가 정말로 철이 없는건가요.. 이제라도 알바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재수 한 것도 후회되네요 이렇게 집이 준비가 안되어있을 줄 몰랐어요 항상 다 할 수 있고 해줄 수 있다 해놓고 안한다고 하면 내탓 하면 또 내탓 제가 아무것도 안하고 공부만 하는게 맞는건가요 쉬는것도 용납이 안되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