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집 살던 이야기 3

정혜경2018.01.26
조회478

오후에 쓰고 밤에 또 혼술 입니다.
Pc로 쓰면 오타가 없는데 이노무 아이폰은 오타가 넘칩니다...—;

아까 못 쓴 글 마무리 할겸 쓸게요.

가족의 귀여움을 받던 시츄는 집에 온지 3개월쯤인가 장염을 앓게 되었습니다
강아지에게 장염은 치명적입니다.
딱히 치료법도 없었죠...

학원에서 돌아온 그날 밤...
이 강아지와의 짧은 인연이 오늘이 끝임을 직감했습니다.
강아지도 본인의 명을 알았던지 평소 예뻐해주던 친오빠의 잠든 머리맡에 한참을 앉아 물끄럼히 오빠 얼굴을 보더군요...
그리고 제 품에 왔어요. 품에 잠들려 온건 아니고 제 품 속에서도 안겨 물끄러미 저만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마치 눈에, 마음에 새겨 넣을 것 처럼...
저도 그날이 마지막임을 직감했습니다.
강아지의 귀에 속삭여 줬죠...
-언니가 지켜줄게... 널 보내지 않을 거야... 지켜줄게...
강아지는 제 품을 벗어나 늘 지키던 안방 본인의 자리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분명히 봤어요...
허공에서 검은 형체가 순식간에 뭉치더니 안방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걸요...
인간인 나는 할 수 있는게 없겠구나 싶더군요...
아무튼... 그 녀석은 ...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그 순간에도 회사일로 늦으시던 아버지를 기다리며 그 작은 몸으로 버텼습니다. 아버지가 새벽에 귀가 하셨을 때, 휘청거리며 늘 기다리던 계단 끝으로 나와 아버지를 마중 나왔습니다. 가족을 모두 본 강아지는 30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아지가 떠날 때는 주인 대신 가는 거라고 하죠?
제겐 잊지 못할 첫번 째 강아지 입니다.

그러다 또 몇년 후, 여전히 집에 정을 두지 못하는 저를 위해 고3 때 또 한 번 시츄를 입양 하게 됩니다.
펫샵이 아니라 이번에는 직거래로 구매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요녀석은 첫 만남에 꼬리를 살란 살랑 흔들며 아주 자연스럽게 제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재 품에 들어왔을 때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너구나... 우리 인연... 그래도 너는 조금 오래 더 살겠구나... 나랑 함께 있어줘...

그렇게 우리 가족은 두번째 시츄를 키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녀석는 영리하긴 한데 그 전 녀석 보다 약간 덜 예민 했던 것 같아요.
12 시만 되면 계단 앞에 앉아 연신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개 키워 보신 분 아시죠? 고개가 180도 돌아가는 갸우뚱)
이이이잉~~~하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바라보곤 했죠... 그래도 그 무던한 성격 탓인지 장염도 잘 이겨내고 늘 제 옆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 였습니다. 가끔씩 제 옆에 자다가 갑자기 무섭게 짖으며 계단 쪽으로 뛰어나갈 때 빼구요 ㅠㅠ

시추가 귀신 쫓는 개라지만 전 여전히 악몽과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냥 가볍게 가위 눌리며 몸을 못 움직이는 정도라면 중고등학교 넘어가면서 새벽에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깨면 가위눌림으로 이어지다 무시하고 잠들게 되니 귀신이 저를 흔들어 깨우더군요...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봐요... 알아듣게아도 얘기하지, 맨날 못알아들을 말들만 지껄여 대면서...암튼... 고등학교 시절, 코피는 매일 나고, 한 번 나면 지혈이 안되어 쓰러지기도 하고 지금 같으면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흡 곤란과 의식을 잃기도 하는,
원하지 않게 요란한 고3 병을 앓고 있었죠.
이유 없이 기운이 없어 누워 지낸 시간도 많았습니다. 한번은 유명하다는 어느 병원을 찾아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본인이 뭐 대학교수 겸임인데, 노인성 질환 신약 개발 임상 실험 중이라고... 근데 십대의 몸에서 60대와 같은 관절 및 여러 이상 증세가 나타난 케이스를 처음 본다며 신약을 먹어보겠냐고 권유 받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턴가 엄마가 불경 중에ㅡ팔왕경이라고... 귀신을 제압하는 불경이ㅜ있는 데 그걸 읽기 시작하시더군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엄마 생각에는 그 뒤로 제가 상태가 좀 나아지더래요...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개는 저와 같이 13년을 함께 보내며 처음 제 품에 들어왔을 때 처럼, 제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때 제가 임신 삼개월이었고 오빠네도 임신 사개월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임신한 새언니에게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을 알리지 않는것이 나을 거라느판단에ㅜ연락하지 않았는데
우리 개는 마지막에 오빠를 무척 기다리는 듯 했어요. 결국 마지막 숨을 제 품에서 보냈지만 그 모습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떠났던 우리 개는 우리 오빠 아들 출산 며칠 전날 오빠의 꿈에 나타나 조카의 출산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떠나고 나서 저에게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 야속하게 생각했었는데 제게도 출산 바로 전날, 제가 침대에서 막 잠들여고 할 때, 평소 습관 대로 제 등에 몸을 기대어 둥글게 몸을 말고 눕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의 등이 닿아 따듯했거든요... 직감적으로 나의 강아지가 나의 출산을 격려하러 왔다는 걸 알았어요...
오빠와 내가 걱정되어 여태 저승도 못가고 지켜줬었구나... 고맙다...
이제는 좋은 곳 갔겠죠? 그래도 가끔씩 보고 싶네요.. 제 아기를 봤다면 무척 예뻐해 줬을텐데...


다음 번 얘기에는
그 집에서 살면서 귀신에 홀렸다고 생각했던 일 들, 제 수호령 얘기 올려드릴게요

그리고 참고로...
제 이야기는 저와 관련된 이야기로 끝이 아닙니다.
제가 겪은 거는 사실 새발에 피구요...
우리 오빠(귀신 안 무서워 함, 근데 자꾸 귀신 봄) 얘기가 더 무서울 거에요.
그리고 그 집을 떠난 후, 엄마에게 그 집과 관련된 모든 얘기를 듣기 되었죠.
왜 밤마다 아기가 뛰는 소리가 났었는지도 알게 되었구요...
혼술 할 때마다 천천히 쓸게요 호

여담으로.. 더 이상 귀신얘기가 무섭지 않게 된거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죠...
지금도 느낌이 좀 남다른 곳은 피할려고 하지만
제 스스로 그런 쪽 능력을 차단 시키려고 노력하니 점점 둔해지긴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