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감정쓰레기통 역할..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익명2018.01.26
조회2,078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넷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게 처음인데..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답이 안나와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저는 20대 중반이고 엄마, 아빠와 쭉 함께 살고 있어요.오빠는 20대된 이후로는 거의 독립하다시피 했고요.어릴때 아빠쪽 문제로 집이 좀 어려워졌었는데 (그렇다고 집 차압에.. 굶거나 하는 그 정도의 가난은 아니구요) 그때부터 엄마, 아빠 사이가 계속 안좋았어요. 특히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셨고, 불면증도 심하셨어요.

오빠가 집에 거의 없고, 아빠와도 사이가 안좋으시니 엄마는 아빠 험담이라던가, 아빠때문에 힘든 얘기를 늘 저한테 하셨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함께 험담하기는 싫어서 '그래? 아이고.. 왜그랬대..' 이런식으로 답하며 들어줬어요. 근데 그런 얘기를 들은 후엔 아빠를 대하기도 껄끄럽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저한텐 아빤데.. 그래도 그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하하하;;;하는 역할을 하고자했어요.

근데 하다못해 친구의 우울한 얘기를 계속 들어줘도 우울한 감정이 전이되는 법이잖아요. 집에서 엄마의 불만을 계속 듣다보면, 저까지 우울한 기분에 부정적인 생각만 들더라구요. 게다가 저랑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도, 기분좋은 상황이 아니면 항상 예민하게 톡 쏘듯이? 부정적으로 얘기하시고요. (일반적인 주제의 질문류도..) 

근데 문제는 저도 밖에서 남자친구를 만날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식의 말투로 부정적인 생각들을 토로하고 있더라고요. 엄마의 말들이 나한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낀 후엔 그걸 가만히 듣고 넘기지 않게 됐어요. 어쩔땐 아이한테 하듯 장난처럼 "엄마 말투 예쁘게~" "다시 말해주세요~"하기도 하고, 저도 짜증날 땐 "이 이야기를 하는데, 말투를 대체 왜 그렇게 하는데?" "제발 부정적으로 말하지 좀 마"하고 짜증도 내고요. 물론.. 고쳐지는건 없었어요. 짜증내면 그냥 항상 제가 버릇없는 딸이 되는거죠 뭐..

최근에는 제가 몇개월 길게 해외에 다녀와서 엄마랑 시간 좀 보내야겠다 했는데, 저와 둘이 있으면, 제가 없는 내내 참았던 아빠 험담을 하기 바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얘기할 데가 없었구나 싶어 잘 들어주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나한테 그런 얘기들 좀 하지말라고' 했죠. 그랬더니 전 세상 천지 말할 곳이 없어 속이 답답한 사람 얘기 하나 못들어주는 매정한 딸이 됐죠..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엄마와의 대화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오늘도 방금 한 판했는데, 엄마의 부정적인 말투에 저도 짜증식으로 대답했더니, "너는 항상 그래 그게 문제야! 얘기를 그냥 들어준 적이 없어! 내 말투가 원래 이래!" 하는데 저도 감정의 끈이 탁 풀어지네요. 그동안 내가 감정 소모되어 가며 들어준 수많은 말들은 뭔지..(물론 항상 좋게 받아준건 아니지만요) 제가 해외 몇 개월만 나가도 맘 기댈 곳 없다고 우울해 하기에, 예전에 독립 여건이 됐을때에도 안나가고 그냥 참았던건데.... 가족이 나 하나도 아닌데, 왜 항상 감정쓰레기통은 내 몫인가 싶어 회의감이 많이 드네요. 무슨 말만 하면 '남들처럼 고졸에 돈이나 벌게할걸, 없는 살림에 대학까지 보낸게 후회된다고'하는데 '남들처럼'이라.... 저도 남들처럼 가족이 다같이 모여 웃으며 화목하게 밥먹을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어쩌다 가족 셋(엄마,아빠,저)이 모여 밥이라도 먹게되면 제가 다 숨이 막혀 어떻게든 혼자 먹으려고 하는데.. 참, 오빠가 집에 오는 날이면, 오랜만에 오는거라고 항상 웃으며 대화해요 그냥 화목한척.... 좋은 모습만 보는 오빠가 참 부럽네요.

지금 또 밖에서 울고 계세요. 이제 저한테 아무 얘기도 안하고 혼자 삭히다 죽어버릴테니 걱정말라며.. 이러다 진짜 제가 먼저 뛰어내릴 것 같아요.

참고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많이 본 탓인지 저도 성격이 좀 부정적인 편이었어요. 또 다른 사람 얘기를 들으며 제 감정이 소모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 혼자있는 걸 좋아하게 됐고요. (물론 모든게 엄마탓은 아니고, 그냥 제 타고난 성향일 수도 있겠죠.) 근데 몇년전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많이 노력했고, 실제로 정말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긍정, 행복에 대해 남들한테 조언을 해줄 정도로요. 근데.. 집에만 들어오면 항상 제자리걸음이에요.

집안의 상황 탓에 엄마가 힘든 것도 잘 알겠고, 힘든 상황에서도 대학까지 보내준거, 그래요. 감사해요. 근데 그 댓가로 이런 끝없는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게 당연한건가요..? 다른 집 자식들도 다 이런 역할을 당연히 하고 있나요..? 오빠처럼 집에서 독립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