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전 여기서 징징댄다고 까인 후기

징징2018.02.02
조회30,532
9개월전 둘째낳고 조리원에서 사업하는 신랑 퇴근이 늦다고
불평하다 개욕먹은 아내입니다.
그때의 질타로 부끄러워 글은 지웠구요.
억울한 감이 없진 않았으나 정말로 삶에 큰 전환점이 되긴 했어요.
사업하는 남자와의 삶을 단 한번도 꿈꾼적이 없고
엄격한 통금=저녁식사시간에 아빠가 늘 있던 삶을
살아온 저라서 남편의 부재가 참 이해하기 힘들었었거든요.

그때 내용과 상황을 요약하자면 저희는 사내연애로 결혼했고 퇴근은 5:30 이었습니다.
댓글로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할 타입이라고 남편이 불쌍하다고
완전 까였었는데 그렇게 미친여자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첫째 18개월무렵 신랑이 동경하던 해외 회사 인턴에 합격하여
신랑 꿈 밀어준다고 저혼자 회사다니며 6개월 혼자 아이 키웠고
(천사 시부모님께서 주말마다 저희 모녀를 많이 돌봐주셨지만)
다녀온 후 신랑은 사업시작 (인턴 직종과 무관)하여
주 7일 일하고 (추석연휴, 구정연휴만 쉽니다.)
오전 늦게 출근하여 퇴근시간은 11시입니다..
저는 둘째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일했고 지금도 복직하여 일하고 있고요.
그때 글 쓴 이유는 둘째 낳고 제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신랑이 일찍 퇴근해서
첫째를 7시부터 케어하기로 약속했는데 9시가 되어가도록 함흥차사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신랑이 얼마 버는지 모르지만
그땐 1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4명으로 늘었으니 사업은 잘 되는거 같습니다.
아무튼 밖에서 일하는 사람 이해 못해준다고 징징댄다고 욕 디지게 먹었는데
그중 자기는 독박육아 하지만 절대 남편 닥달하지 않는다는
어떤 약사부인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나중엔 제 편 들어주며 그만하라고 해주신분 감사했습니다.

그 후 상황은 이렇습니다.
1. 베이비시터를 쓰고있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외출이란 표현이 더 맞을지도... 회사가 집이랑 십여분 거리입니다)
아이 둘을 픽업하고 아기는 집에 시터와 두고 저는 첫째랑 집중해서
놀아주거나 사실 일주일에 세번정도는 다시 회사로 가서
일 끝내고 옵니다. (현직장 13년차이고 직급은 과장입니다.)
베이비시터는 8시까지 계시고요
오늘은 집앞에 옷수선도 맡기러 다녀오고
내일은 미용실도 예약했고... 뭐 그렇습니다.
아, 어젠 하다하다 신랑 사무실 직원들이 제발좀 쉬라고
신랑 출근금지를 시켰다네요.
그래서 둘째 출산후 처음으로 저녁때 어른 둘 이상 가야 받아주는
부페 가서 가족외식 했습니다.
추석, 설에 시댁에 갔을때 아이 맡기고 둘이 외식한 적은 있는데
첫째랑 셋이 (둘째는 시터와 집에...) 밖에서 밥먹은건 둘째 낳은후 여름휴가때 이후 처음이란걸 신랑은 알려나...?
불만 없습니다.

2. 집에서 밥 안합니다. 햇반 먹고 포장해와서 먹고 반찬배달 시켜먹고...
요리는 파스타, 이유식, 주먹밥, 프렌치토스트나 팬케잌, 아이랑 함께하는 베이킹만 합니다.
제 시간은 회사일, 아이 돌보기 두가지로만 압축했습니다.
아이돌보기는 같이놀기, 책읽기같은 직접적인 소통,
첫째 목욕, 재우기 이렇게 합니다.
퇴근후 식사시간 합해 2-3시간 정도 첫째 둘째랑 놀고
베이비시터 이모님 가신 후 한시간 내에 재웁니다.
(가사도우미는 주1회 오시는 분으로 원래 있었습니다.)

3. 신랑한테 일찍 오라고 안하고 다만 11시 넘어가도록 집으로
출발 못할 일이 생기면 문자나 해달라 했습니다.
잘 안지켜져서 몇번 싸웠는데 요즘은 좀 노력하는거 같습니다.
지난번 많은 댓글들 보고 제가 서비스업, 사업이란거에 너무 무지했구나 싶어서
신랑 회사 이름 검색을 해보았더니 후기가 완전 칭찬일색...
서비스업은 한번 잘못하면 큰일난다는 댓글 보고 정신 차렸습니다...
결시친 예리한 댓글러들 덕분에 신랑사업은 승승장구 하고있고
저의 태도가 바뀌니, 둘째가 태어나 그런것도 있겠지만, 아빨 싫어하던
첫째가 지금은 아빠를 참 좋아합니다.
.
이전엔 배려하고 살고싶어도, 배려하려면 대화가 중요한데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요샌 제가 신랑이랑 얘기하려고 기다릴때도 있고
(시터가 있어서 확실히 덜 피곤한가봐요 ㅋㅋ)
내려놓으니 채워지는? 그런게 있긴 한거 같아요.
(돈.. 을 내려놨죠. ㅠㅠ)
이제야 좀 제 제정신도 돌아오는것 같고 우리 넷이 가족같아진듯해요..
주중에 덜 힘들어서 그런가, 독박하며 아이들과 노는 주말이 참 기다려집니다.

오늘도 육아하는, 일중독 신랑 늦은 퇴근으로 짜증나는 아내,
바가지긁는 아내와 못본척하는 아이들로 인해 외로운 남편들...
본인이 바껴야 상대방도 바뀝니다.
깨달음 주신 결시친 댓글러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