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연애는 이렇게 끝이 나야하나봅니다

보리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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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금으로부터 9년전
친언니와 유럽으로 여행갔을 때 처음 만났던 친구입니다
여행사로 갔던 여행이라 또래친구들도 많아서 저녁이면 호텔 바에서 맥주마시며 여러 한국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서로 어느 대학 무슨과를 다니는지 얘기도 하고 거기있던 친구들 다 좋은 학교에 다녔었어요 저도 나름 좋은학교?!였구요..

그 친구들과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연락하고 월드컵때면 같이 삼성역에 가서 응원도 하고 서로 연애 상담도 해주다가 지금 문제의 전 남자친구랑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몇 년을 봐온 친구지만 매사에 굉장히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에 저랑 너무 반대여서 그랬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데 그 친구는 소위로 임관해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는데 길을 선택했습니다
서로 어쩌면 힘든시기에 많이 의지하고 고민도 얘기하며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죠.
그 친구sns를 구경하다가 이상한 점을 찾았어요
4년이나 알고있던 그 친구 대학교가 가짜였다는 거였습니다
연애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라 왜 그랬냐 물을 수 밖에 없었고
당시에 다 좋은학교 다니는 얘기 들으며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보잘것없어서 홧김에 그랬다고 했습니다 꿀리기 싫었다 이런얘기였죠..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습니다.하지만 전 이 친구 학교를 보고 만난건 아니었어서 두번다시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고 핑크빛 연애를 하려던 찰나
그 친구는 강원도 양구에서 근무를 했고 저는 대한민국 남쪽 끝 제주도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리정도는 저희들의 사랑?을 가로 막을 수 없었죠
열심히 일하면서 군대도 기다리고 심지어 남자친구 부모님도 자주 뵙게 되었습니다.
편지면 편지 먹거리면 먹거리 잔뜩 보냈었죠 ㅎㅎ
후회없이 보냈어요 정말 ㅎㅎ

군대에 있는동안 전 여친한테 연락하다 걸렸던것 말고는 딱히 사고?라고 할만한게 떠오르질 않아요 자잘했던 다툼정도...?그만큼 저나 그 친구나 서로에서 매우 잘 했습니다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전역을 결심하고 사회로 나올 쯤 저에게 결혼얘기를 했습니다
너무나 좋았어요
하지만 저는 제 직장을 놓을 수 없었기에 제주도에 직장을 잡자고 했고 그 친구는 소방공무원을 준비했습니다
그러고 저는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줄 알고 전역해서도 열심히 장거리 연애를 했습니다.그 친구는 학원도 다니고 독서실도 다녔죠.

근데 6개월쯤 뒤에 자기가 태어날때부터 눈에 이상이 있다는걸 그재서야 얘기했어요. 눈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소방공무원을 할 수 없다는걸 그쟤야 얘기하며 경찰이 되겠다 했습니다
이때도 그냥 미리 얘기하지 그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겠냐며 다독여줬습니다.

제주도가 커트라인이 제법 높아서 꾸준히 오르는 점수에도 합격 턱을 넘기에는 항상 조금 부족했습니다
저는 몇년이 걸리든 기다릴 자신 있었습니다
어쩌면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커플이었기에 주변에서도 이런 남자 없다고 하고 저 또한 이 사람이랑 있으면 마냥 행복하고 너무 좋았으니까요..편했어요 직장 스트레스 생각 안날만큼..

경찰을 준비한지도 2년이 되었습니다 총 4년동안 한번의 권태기도 없었고 장거리라 그런지 보기만해도 좋았습니다
근데 작년 8월 원서를 접수하고 필기가 합격했다는 기적과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눈물이 났죠

이 친구 부모님께서는 저를 예비 며느리라고 항상 너무 예뻐해 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 성격 받아주는 남자 걔 밖에 없을거라고 (원래 학벌 집안 엄청 따지심...)하고 받아주셨죠
합격만 하면 결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로 체력시험과 면접시험을 보러왔어요
이 때쯤 조금 심하게 다퉜던게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뭐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2월 드디어 결과 발표가 났습니다

남자친구는 항상 얘기했었죠 4년 제가 고생해서 뒷바라지 해주고
자기만 기다려준거 꼭 합격하면 보답할거라고 ..
저도 여자인지라 명품가방도 구두도 옷도 한창 욕심 낼때였지만
직장들어가서 딱 한번 제 돈 모아서 명품가방 산거 말고는 장거리 연애를 했어야 했고 남자친구는 취준생이었어서 제가 더 많이 데이트비용을 냈었어요 그래도 합격만 하면 저도 바랄게 없었으니까 꾹 참고 견뎠는데
드디어 합격이라고 했습니다
카페에 있었는데 핸드폰 붙잡고 대성통곡 했어요
통화로 서로 울면서 우리 이제 결혼할수있다고 매일 같이 붙어있을 수 있다고 너무 좋아했죠

그리고 그날 밤 통화하는데 할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예전만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대요..
자기가 시험준비하면서 저에게 기댈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날벼락 같은 소리였죠
주변 친구들 중에 이렇게 합격해서 변하는 남자들 여럿봤다고 했지만 제 남자친구는 아닐거라고 확신했으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할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혼얘기를 하는데 제가 돈 밝히는 애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셋집2억에 요새 예식비용도 2천만원 얘기한거밖에 없었는데요..
왜 원룸에서 살 생각을 못하냐는 식이더라구요
아버님의 도움 하나도 없이 결혼할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냥 대출받아야겠네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사랑해도 원룸은 아니라고 판단하여서 싫다고 했습니다..그래서 그것봐 하며 비꼬더라구요

합격날 이게 무슨일인지..
그래서 얼굴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너무 축하한다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저녁먹는데 제주도는 언제 발령이냐 언제 부터 시작이냐 등등 엄청난 질문을 쏟아 내셨죠
근데 저는 그 순간에도 얘가 달라진것같았습니다
처음보는 모습이었죠 뭔가 낯설어졌다고 해야하나요? 좋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 같이 있었습니다
있는 동안에도 전혀 다른사람같이 굴었죠
그래서 저는 계속 물어봤어요
뭐 숨기는거 없냐 말할거있지않냐...

그리고 그재서야 할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경찰을 합격한 곳이 제주도가 아니래요...

저는 그날 태어나서 사람이 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울 수 있구나 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눈물만 났죠...8월부터 제주도로 원서 넣었다고 했는데...
제주도로 체력 면접 다 봤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이건 필기 합격만 하면 대한민국 어디서든 볼수있는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제 저한테 선택하래요
장거리 부부로 살다가 자기가 제주에 발령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이거랑 제 일 다 접고 전업주부로 사는거요

이게 어떻게 선택이라고 저에게 ..4년을 믿고 기다린 여자친구에게 할수 있는 얘기죠...?
그리고 저희 부모님께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있는지...

다른건 모르겠고 일단 직접 제 부모님께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당연 저희 아빠 엄마 용서가 안된다하세요
엄마는 오히려 저에게 엄청난 카톡을 보냈습니다 안좋게 말하면 욕카톡...? ㅎㅎ...지금 제일 마음 아픈건 전데...
그 애가 전화가 왔어요
부모님이랑 얘기 잘했다고 보고싶다고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우리 부모님께 잘 얘기해줘 고맙다 우리 헤어지자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알겠어 이 한마디 하고 끝났어요

그 후로도 연락 몇번 왔어요
자기야 이러더군요..? 그래서 내가 왜 니 자기냐고 하지말라고그랬죠

순간 니네 부모님 우리 헤어진거 알아? 잘 모르시지? 물어보니
잘 모른다더군요...느낌이 어머님아버님도 제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셨을것같아요
8월에서12월 사이에 그쪽부모님 전남친 이렇게 봤었는데 아무 말씀도 없으셨거든요...

그리고 호텔도 예약할테니 비행기도 해줄테니 오래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죠..화도 나고 얘가 진짜 왜이러지 싶어서
욕한바가지 퍼부어주고 끝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크게 좋아하고 있다는 거에요
제가 이상한거 맞죠?? ㅠㅠ

연애할 동안 작은 거짓말로 다퉜던 적이 몇번 있어요
그리곤 얘가 절대 거짓말은 하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끝에 이렇게 크게 한방 날렸네요..

이렇게 제 20대가 지났습니다 ㅎㅎ
많은 일들을 이렇게 짧은 글로 적고나니 뭔가 후련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제 빛났던 20대가 더 빛날 수도 있었을텐데 생각도 하고.. 지금 혼자 있어보니 내가 정말 평생을 함께 할거라 믿었던 남자에게 뒷통수 제대로 맞고나니 평생 혼자가 될것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