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댁은 남도 끝자락. 사투리가 심하고 엄청 보수적인 시골이라 말귀도 제대로 못알아듣고 대화 따라가기 힘들정도다. 인사드리고, 결혼 후 여행 다녀와서, 추석때와 이번 설까지 총 4번을 다녀와서 느낀 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1. 왜 명절때 부엌일은 여자들만 할까 명절때만인지 평소때도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시댁에 내려갔을때 남편이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그 집안에 있는 모두가 놀라며 장손인 남편에게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 소리쳐서 절대 하지말라고 얘기하며 그 중 남편의 숙모는 자기딸을 불러 "오빠 일 못하게 해"라고 얘기하며 (남편에겐 사촌인)딸에게 일을 시켰다. 남편이 일을 하면 큰 일이 일어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 집에선 집안일을 잘만 하고 있는데 '남자'와 '장손'인 이유로 이 시골의 보수적인 가정에선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 일어나는 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이 집에서 집안일을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집에선 하더라도 여기와선 하지마라"라고 말한다. 눈가리고 아웅인걸까. 자기 보는 앞에서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아니면 친하지도 않고 거의 초면인 상태의 며느리가 남편이 할 일까지 모두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후자겠지만 난 착하고 노예같은 며느리는 아니었기때문에 납득이 안된다고 따졌고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설거지를 내내 같이 하고 돌아왔다. 어른들 욕하는 소리가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는 며느리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지만, 난 전업주부도 아닐뿐더러 내가 전업주부더라도 혼자 일하고 싶진 않다. 명절에 남편도 출근하지 않는데 왜 며느리들은 돈도 안받는데 일을 해야 한단 말이야?
2. 남자와 여자는 상을 따로 차려먹는다. 한 상에서 먹기 힘들어서 두 상 세 상 차릴 순 있지만, 어르신들/자식들 이렇게 나누면 될텐데 굳이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모든 부부는 따로 밥을 먹는다. 여자들이 먹는 상은 거의 짬처리반이다. 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끼리 먹는게 편해~~" 난 남편이랑 먹는게 더 편할 거 같은데, 다들 아닌가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나눠서 먹는 밥상엔 동의한다. 두 개의 상은 차등이 있고, 어른은 공경해야 마땅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공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여자들이 다 차리고 있는데 왜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성들은 편하게 어른들이 먹어 마땅한 상을 자기들이 차지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왜 여성들은 그것에 순응하며 짬처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의 집 사정에 이래라 저래라 하긴 싫으니 닥치고 먹었지만 나까지 당하고 싶진 않다. (물론 시누이가 오면 남자들이 있는 상에서 먹음-시누이는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나보다.)
3. 물을 자기가 떠먹는 남자를 못봤다. 보통 자식들이나 며느리들에게 물을 떠오라고 시키는 남자들이 많다. 물이 전혀 없어 수돗물을 받아 끓여 마셔야하는 것도 아니고 눈 앞에 정수기가 있는데 마치 다리가 불구가 되어 혼자선 거동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물좀 떠오라고 시켜댄다. 자식들한테 시켜대길래 왜 애들 밥먹고 있는데 자기가 마실 물을 남에게 떠오라고 하는 걸까 이해되진 않았지만 나한테 시킨게 아니니 그냥 무시했었는데, 마지막 날 아이들이 없는 밥상에서 시아버지가 나에게 물을 떠오라고 했다. 왜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는 걸까? 내가 기쁜 마음으로 물을 떠다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밥만 먹고 출발하면 되는 상황이라 뭐라 얘기하진 않고 그냥 떠다드렸지만, 그 행동이 아직까지 후회된다. 왜 저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냐고 따질걸...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뭐라고 얘기하고 싶다.
4. 밥값하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할머니들에게 한 2,3번 정도 들었는데. 처음 듣는 표현이라 당황스럽긴 했는데 아기가지라는 말이다. 아직은 아기에 별로 생각이 없긴 해도 어른들로서는 아기가지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할 것이다. 그래서 아기가지라고 했다면 네라고 대답하고 별 신경도 안썼겠지만 할머니들은 굳이 내 신경을 건드리고 날 식충이로 표현하기 위해 "밥값해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난 내 밥값 잘하고 살고 있다. 직장이 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는가. 전업주부였으면 대체 여기 와서 무슨 꼴을 당했을까? 온갖 심부름과 잡일, 노예종노릇은 다 하면서도 식충이취급을 당하며(물론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지금도 종년취급을 안당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밥값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직장이 없더라도 아기를 가지는 것만이 여성의 "밥값"은 아닐것이다. 이 옛날 할머니들의 말솜씨와 머릿속에 생긴 보수적인, 그리고 여성 멸시적인(자신들도 여성인데도) 태도는 나에게 비난, 그리고 비웃음당해 마땅한 것들이다.
5. 며느리는 손님이다. 난 손님으로서 시댁에 간 것인데 왜 노예취급을 할까? 노예취급을 할 것이라면 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돈 대신 공짜밥을 먹었기 때문에 설거지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며느리라서 한 일이 아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당신들 집에 내가 가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왔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예의로 부엌일을 도운 것이다. 시댁이 아니라 우리집을 가더라도, 친구네 집을 가더라도, 어느 집을 가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시댁은 뭔가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난 나중에 며느리가 우리집에 오게 된다면 손님이니 아무 일도 시키지 못할 것이다. 일을 시키고 싶다면 아들에게 하라고 하겠지. 물론 며느리가 일을 하려고 하면 귀엽게는 보겠다만. 노예취급은 하지 않을텐데.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가 아닌가 싶지만 뭐 여러 타입의 사람이 존재하니 그러려니 싶다. 하지만 예의를 갖추는 것은 아랫사람이 위의 사람으로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상호 갖춰야 할 태도다. 시댁이 며느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며느리도 시댁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 이 고령화 사회에 대체 며느리가 시댁에 아쉬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기분 나쁘니 앞으로 시댁은 안내려가면 그만인 일이다. 며느리가 그 집 아들도, 손자도 못보게 할 수 있는데 왜 며느리를 존중하지 않을까? 적당히 존중하는 척이라도 한다면 서로 잘 지낼 수 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시댁에서 이해안되는 것들
남편의 시댁은 남도 끝자락. 사투리가 심하고 엄청 보수적인 시골이라 말귀도 제대로 못알아듣고 대화 따라가기 힘들정도다.
인사드리고, 결혼 후 여행 다녀와서, 추석때와 이번 설까지 총 4번을 다녀와서 느낀 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1. 왜 명절때 부엌일은 여자들만 할까
명절때만인지 평소때도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시댁에 내려갔을때 남편이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그 집안에 있는 모두가 놀라며 장손인 남편에게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 남편에게 소리쳐서 절대 하지말라고 얘기하며 그 중 남편의 숙모는 자기딸을 불러 "오빠 일 못하게 해"라고 얘기하며 (남편에겐 사촌인)딸에게 일을 시켰다.
남편이 일을 하면 큰 일이 일어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 집에선 집안일을 잘만 하고 있는데 '남자'와 '장손'인 이유로 이 시골의 보수적인 가정에선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 일어나는 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이 집에서 집안일을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집에선 하더라도 여기와선 하지마라"라고 말한다. 눈가리고 아웅인걸까. 자기 보는 앞에서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일까. 아니면 친하지도 않고 거의 초면인 상태의 며느리가 남편이 할 일까지 모두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후자겠지만 난 착하고 노예같은 며느리는 아니었기때문에 납득이 안된다고 따졌고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설거지를 내내 같이 하고 돌아왔다. 어른들 욕하는 소리가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는 며느리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지만, 난 전업주부도 아닐뿐더러 내가 전업주부더라도 혼자 일하고 싶진 않다. 명절에 남편도 출근하지 않는데 왜 며느리들은 돈도 안받는데 일을 해야 한단 말이야?
2. 남자와 여자는 상을 따로 차려먹는다.
한 상에서 먹기 힘들어서 두 상 세 상 차릴 순 있지만, 어르신들/자식들 이렇게 나누면 될텐데 굳이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모든 부부는 따로 밥을 먹는다. 여자들이 먹는 상은 거의 짬처리반이다. 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끼리 먹는게 편해~~" 난 남편이랑 먹는게 더 편할 거 같은데, 다들 아닌가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나눠서 먹는 밥상엔 동의한다. 두 개의 상은 차등이 있고, 어른은 공경해야 마땅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공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여자들이 다 차리고 있는데 왜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성들은 편하게 어른들이 먹어 마땅한 상을 자기들이 차지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왜 여성들은 그것에 순응하며 짬처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의 집 사정에 이래라 저래라 하긴 싫으니 닥치고 먹었지만 나까지 당하고 싶진 않다. (물론 시누이가 오면 남자들이 있는 상에서 먹음-시누이는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나보다.)
3. 물을 자기가 떠먹는 남자를 못봤다.
보통 자식들이나 며느리들에게 물을 떠오라고 시키는 남자들이 많다. 물이 전혀 없어 수돗물을 받아 끓여 마셔야하는 것도 아니고 눈 앞에 정수기가 있는데 마치 다리가 불구가 되어 혼자선 거동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물좀 떠오라고 시켜댄다. 자식들한테 시켜대길래 왜 애들 밥먹고 있는데 자기가 마실 물을 남에게 떠오라고 하는 걸까 이해되진 않았지만 나한테 시킨게 아니니 그냥 무시했었는데, 마지막 날 아이들이 없는 밥상에서 시아버지가 나에게 물을 떠오라고 했다. 왜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는 걸까? 내가 기쁜 마음으로 물을 떠다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밥만 먹고 출발하면 되는 상황이라 뭐라 얘기하진 않고 그냥 떠다드렸지만, 그 행동이 아직까지 후회된다. 왜 저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냐고 따질걸...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뭐라고 얘기하고 싶다.
4. 밥값하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할머니들에게 한 2,3번 정도 들었는데. 처음 듣는 표현이라 당황스럽긴 했는데 아기가지라는 말이다. 아직은 아기에 별로 생각이 없긴 해도 어른들로서는 아기가지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할 것이다. 그래서 아기가지라고 했다면 네라고 대답하고 별 신경도 안썼겠지만 할머니들은 굳이 내 신경을 건드리고 날 식충이로 표현하기 위해 "밥값해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난 내 밥값 잘하고 살고 있다. 직장이 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는가. 전업주부였으면 대체 여기 와서 무슨 꼴을 당했을까? 온갖 심부름과 잡일, 노예종노릇은 다 하면서도 식충이취급을 당하며(물론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지금도 종년취급을 안당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밥값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직장이 없더라도 아기를 가지는 것만이 여성의 "밥값"은 아닐것이다. 이 옛날 할머니들의 말솜씨와 머릿속에 생긴 보수적인, 그리고 여성 멸시적인(자신들도 여성인데도) 태도는 나에게 비난, 그리고 비웃음당해 마땅한 것들이다.
5. 며느리는 손님이다.
난 손님으로서 시댁에 간 것인데 왜 노예취급을 할까? 노예취급을 할 것이라면 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돈 대신 공짜밥을 먹었기 때문에 설거지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며느리라서 한 일이 아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당신들 집에 내가 가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왔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예의로 부엌일을 도운 것이다. 시댁이 아니라 우리집을 가더라도, 친구네 집을 가더라도, 어느 집을 가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시댁은 뭔가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난 나중에 며느리가 우리집에 오게 된다면 손님이니 아무 일도 시키지 못할 것이다. 일을 시키고 싶다면 아들에게 하라고 하겠지. 물론 며느리가 일을 하려고 하면 귀엽게는 보겠다만. 노예취급은 하지 않을텐데.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가 아닌가 싶지만 뭐 여러 타입의 사람이 존재하니 그러려니 싶다. 하지만 예의를 갖추는 것은 아랫사람이 위의 사람으로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상호 갖춰야 할 태도다. 시댁이 며느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며느리도 시댁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 이 고령화 사회에 대체 며느리가 시댁에 아쉬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기분 나쁘니 앞으로 시댁은 안내려가면 그만인 일이다. 며느리가 그 집 아들도, 손자도 못보게 할 수 있는데 왜 며느리를 존중하지 않을까? 적당히 존중하는 척이라도 한다면 서로 잘 지낼 수 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