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인 불알친구에게 끌려서 미칠 것 같습니다.

오토호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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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평범한 사회 초년생 남자입니다. 일단 불쾌해 하실 분들이 계실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자이며 제 불알친구 또한 남자입니다. 

제목 그대로, 저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같은 시기에 입대를 했고 현재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제 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그 친구가 저를 대하는 행동이, 마치 저를 좋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미칠 것 같습니다.  

그 친구와는 중학생 때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키도 작고 마르고 소심한 편이어서 대놓고 괴롭히진 않아도 만만하게 생각되는 상대였습니다. 지금이야 성격이 많이 나아졌지만 중학생때는 더 심했습니다.  장난이라며 툭툭치고 시켜먹고 같이 놀면서도 은근히 저만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놀리기도 하고. 많이 괴로운건 아니었지만 순간순간 민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그럴때가 많았는데, 그 친구는 그렇게 저에게 장난치는 놈들 뒤통수를 후려치며 제 편을 들어주는 놈이었습니다.  한 성격하던 터라 제가 답답하게 구는 걸 못 참고 자기가 나서서 난리를 치기도 하고, 아무튼 나름대로 친했던 무리에서 지금까지 이어진건 그 친구뿐이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함께 진학하면서 그 친구가 제 가정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헤어지신 후 저와 여동생을 키워오신 어머니는 제가 고등학교 무렵부터 그 생활이 지겨우셨는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어느 새 어머니 연락만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고등학생이었지만 한 순간에 동생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그 친구가 어쩌다 제 상황을 알게 되면서 말없이 아침마다 동생과 제 밥을 챙겨주며 저희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주었습니다. 진짜 그 친구가 힘들때 장기라도 팔아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친구관계가 된 것 같습니다. 전 그 친구에게 의존을 많이 하게 된 것 같고, 그 친구도 저를 먼저 생각하고 챙기는 것기 버릇이 된 것 같았습니다. 소심한 성격 탓에 거절도 못하고 이용당하기 좋았던 저를 늘 번번히 구해주고 저 대신 화도 내주고. 말은 안했지만 솔직히 많이 고맙고 애틋했습니다. 그... 애틋하다는 의미가 그 때 당시에는.. 뭔가 하나뿐인 형? 같은 의미였습니다. 저에게 이 세상에서 의지하고 힘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유일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오해할 정도로 서로 다정한 건 인정합니다. 주변에서 니들 왜 그러냐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그래도 전 그 친구가 좋았으니까.. 형같고.. 고맙고.. 뭔가 보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군대까지 다녀오고 취업에 알바에 다들 정신이 없을 때 그 친구는 눈을 좀 낮추어서 취직을 했습니다. 별볼일 없어보일 작은 회사였지만 사장님도 다른 직원분들도 너무 상냥하시고 좋은 직장입니다. 그 친구가 입사하고 저도 1년 정도 후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기숙사에 들어가 집에도 간간히 놀러오는 것뿐이고.. 그래서 차도 없는데 통근시간을 줄일까 싶어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가 자기도 회사 근처로 가고 싶은데 같이 사는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야 좋았습니다. 돈도 둘이서 부담한다면야 좋은 집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진짜 친하고 가족같으니깐요. 정말 충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후다닥 일이 진행되고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같이 사니까 좋기만 한게 아니더라구요. 뭐, 잘 안 맞아서 불편하다는 말이 아니라.. 뭐랄까... 아침에 서로 깨워주고.. 밥 해먹고.. 같이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저녁에 뭐 먹고 싶은거 있냐.. 그런 대화를 나누다보니까.. 기분이 묘해지더라구요. 정말 오랜 시간을 봐온 친구임에도 달라보이고. 좀.. 낯설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빤히 보는 버릇이 있어서 대화를 나누거나 tv를 보더라도 저를 빤히 보기라도 하면 괜히 안절부절 못하고 보지말라고 욕도 했습니다. 또 이상한게 예전에는 여느 친구들처럼 욕도 많이 하고 때리기도 많이 때렸는데 최근들어? 아니 좀 된 것 같은데, 때리지도 않고 욕도 안 합니다. 좀 뭔가 최근들어 소중히 다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애장품 보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요...ㅋㅋㅋㅋ 아무튼 진짜 많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떨렸다는 건 인정합니다. 떨렸고 설레했습니다. 

사실 군대 다녀오고 현실이 확 다가오면서 연애를 꿈꾸지도 못했었는데 직장 동료가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만큼 키가 크다거나 잘생겼다거나.. 그런게 별로 없어서.. 마르고 작고 소심하고 중성적으로 생겼다보니 인기가 있을리가 없었고.. 뭐.. 오랫만에 소개팅이란 말을 들으니까 좀 끌리기도 하면서 무서웠습니다.  

그 말을 점심시간 밥 먹으면서 하셔서.. 다 들었습니다. 평소 성격이면 한 마디 거들 놈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길래 오늘 어디 안 좋은가.. 기분도 별로여 보이고.. 그래서 그날 소주 한병 사서 가볍게 한잔 하고 자자고 하려고 퇴근길에 슈퍼 들리자고 했습니다. 주류 코너에서 안주는 뭘 먹네,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데 소개팅 할거냐고 묻더라구요. 사실 계속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눈치보고 있었는데 무서운 얼굴로 물어보니까 저도 모르게 대뜸 할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걔가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그거 신경쓰느라 생각을 못했는데요.. 짜증같은 거 절대 안 부리는 애인데 제가 한다고 하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되물었습니다. 확 짜증부리듯이요.  

걔가 그런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집에 들어가 눈치보면서 술상을 차렸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안하고 술만 들이키더군요. 그 순간 그 정적이 진짜 무서웠습니다. 뭔지 모르겠는데 제가 엄청 잘못한 기분이 들어서.. 사과라고 해야하나.. 한참 후에 한다는 말이, 소개팅 하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솔직히 그 순간 내가 남자고 얘가 남자건간에 그거 그냥 잊고 친구인 것도 잊고 얘가 날 좋아하나? 딱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때문이다, 다른 말을 전혀 안했습니다. 딱 그말만 하고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됬는데 그 친구는 평소대로 행동했습니다. 그날 일이 없었던 일인 것마냥. 

저만 죽을 것 같습니다.  며칠 밤까지 세고 딴 생각한다고 혼나기도 하면서도 그 친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남자고 그 친구도 남자고. 저한텐 여동생도 있고 그 친구는 부모님 형제도 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끌립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퇴근하면서 산책하고 퇴근하자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정말 아무 말 없이 동네를 몇 바퀴씩 돌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벌써 몇주째 잠깐 걸을래? 하면서 산책을 합니다.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지 말수가 적은 친구가 아닌데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전 좋으면서도 그 침묵의 의미가 뭔지 정말 알수가 없습니다. 

주말에 일을 하거나 아닐땐 집에서 쉬는게 다였는데 요샌 밖에 나가자며 밥을 먹는다거나 영화를 보고 들어왔습니다.  가끔은 밤 늦게 제 방문이 열립니다. 아주 조심히 열더니 그냥 다시 닫더군요. 밤중에 혼자 술을 마신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꾸만 이상하게 그 친구가 저를 저와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냥, 그 침묵과 생각에 빠진 얼굴이 저에 대한 마음에 혼란스러워서인지 혼자 정리하고자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저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전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이게 다 제 착각일까요? 단순히 저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아끼는 친구의 유난한 행동인데 제가 사심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확 다 털어놓을까, 고백해버릴까,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정신적으로 버티기기 힘듭니다.

 고백을 해버릴까요, 아님 참을까요. 도와주세요.

제 입장에서만 보니 정확히 판단할 수 없겠지만 도움을 주세요. 착각이 아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라는 것보다 친구라는게 더 무섭습니다. 진지하게 조언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