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쩌는 회사에서 전무 한 방 먹인 썰 (2편)

신입사원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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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http://pann.nate.com/talk/341293126/reply/488881481


2편 쓰겠다고 해놓고 오랜만에 컴터 앞에 앉았네요..어디까지 했더라...저는 성차별 쩌는 회사에 다녔고.. (어떤 회사인지는 1편 보시면 돼요)성폭력을 당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퇴사할 각오를 하고 모든 걸 다 말하고자 전무를 찾아갔어요.

사실 제가 겪었던 성폭력 전부를 다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어요.가해자 처벌을 원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회사 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너무 후지고 구시대적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제가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이 문제에 대한 개선가능성을 꼭 봐야할 것 같았거든요.전무는 사장 바로 아래니까 각종 행사에서나 평소에 직원 교육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의사결정권자고..적어도 제가 '이런 점이 잘못되었다' 말하면 충분히 생각해보고 이성적인 대답을 해줄 줄 알았어요.

여튼 면담 신청을 하고, 전무를 찾아가서 요즘 고민이 있다고 했죠.전무님은 편하게 말하라고,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게 당연한 거라는 듯이 얘기했어요.그래서 처음 교육받을 때 인사팀장이 했던 개소리부터, 업무나 회식자리에서 했던 야동 얘기, 여직원들 품평 등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냈어요.하도 많이 생각하던 거라 입에서 말이 막 겉잡을 수 없이 줄줄 나오더라구요.그때 누구는 무슨 말을 했고, 누구는 어떤 행동을 했고...와아악 얘기하고 있는데 전무가 피식 웃었어요.사실 아랫사람으로서 뭔가 불만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눈치보이고 후폭풍이 걱정되잖아요.특히 성폭력 관련한 이야기를 남자 상사에게 얘기하는 건 정말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저는 다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 말한 건데, 전무라는 사람이 웃어버리니까 희망이 안 보이더라구요.그래서 가장 잘못한 몇몇 사람들 얘기만 집중적으로 하고 급하게 마무리 지었어요.

그 면담에서 전무가 했던 말은 참 가관이었어요.여직원 외모평가나 저를 향한 성희롱에 대해 얘기하는데 저보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소위 엘리트니까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서 그러는 거다' 했고..성폭력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딱 잘라먹더니 '차라리 빨리 결혼을 해라'고도 했고......'남자들이 친해지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런 실수는 할 수 있다'고 했고....제가 너무 어이없어서 좀 뭐라 했더니 나중엔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직접 말해라, 뒷책임은 내가 지겠다'를 하더라구요.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진다는 건지...미투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펜스룰이라며 여직원들 일적으로 배척하는데 뭘 책임져요?그리고 가해자가 엄청 폭력적인 사람인데, 제가 좀 뭐라했다가 칼이라도 들고 쫓아오면 저는 더 큰 피해를 입잖아요? 전무나 돼서 이렇게 생각없는 말을 뱉다니.....희망적으로 시작했던 면담이, 뒤로 갈수록 '전무조차도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망적인 자리가 되었어요.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 얘길 하려던 자리가 아니기도 했고 해서... 일단은 삼켰어요.지금 내가 조금 예민한 거겠지,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하구요.

그런데 전무와의 면담이 끝나고 조금 뒤에 인사팀장이 저를 불렀어요.전무랑 제 얘기를 한 것 같더라구요.제가 전무한테 면담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대놓고 아는 척은 못했지만요.인사팀장은 저한테 요즘 표정이 안좋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어요.

근데 인사팀장이 진짜 질 나쁜 놈이거든요?저 신입 교육 때부터 '예전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직원이 있었는데, 당사자들에게 사실확인을 해보니 오해였다, 자기 혼자서 생각하면 문제가 크게만 보이고 힘들지만 막상 나한테 얘기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편하게 얘기해라' 따위의 말을 했었어요.이게 진짜 웃긴 말인 게ㅋㅋㅋ 어느 가해자가 내가 가해자다! 내가 잘못했다! 하겠어요?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피해사실을 고백했을 때 '증거 있냐'로 시작해서 '네가 이상한 거다, 오해다'로 끝나는 시나리오 아니에요?인사팀장이 말한 사건의 진상이 어떤지는 제가 알 길이 없지만, 지금 당장 피해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예전에 피해자가 주장했던 피해가 확인해보니 오해였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까요?진짜 성폭력을 당하면 저 사람에게 얘기할 수 있겠냐구요ㅋㅋㅋ당사자한테 쪼르르 가서 물어보고는 "쟤는 안했다는데??" 할 게 뻔한데ㅋㅋㅋㅋㅋ그리고 평소에도 성차별적인 발언 쩔고, 50대면서 20대 신입사원들한테 오빠가~ 오빠만 믿어~ 하는 새끼가 이 새끼거든요.그런 놈이 저한테 뭐때문에 힘드냐고 물어보는데 제가 말을 하겠어요?

그래서 말 안했더니 진짜 계에에에에에에속 꼬치꼬치 물어보더라구요.인사팀장이란 사람이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캐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모른다는 거겠죠.그걸 보면서 '이 회사는 답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근데 남아있는 여직원들이 걱정되는 거에요.저야 나가면 그만이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계속 똑같은 일을 당할텐데..그래서 이왕 나가는 김에 뭐가 잘못됐는지는 다 알려주고 나가야겠다 생각했어요.바로 다음날 팀장한테 그만두겠다고 하고, 며칠 뒤 전무를 찾아가서 전무가 했던 말들 하나하나 다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해줬어요.

다음은 제가 전무한테 얘기한 내용이에요.


퇴사까지 각오하고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고백하는데 웃는 건 부적절하다.
"남자들이 친해지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런 말실수를 할 수 있다" - 상황에 따라 가해자들의 언행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일하러 온 회사에서 성별을 구분하여 평가하고 막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이고 질타받아야 마땅한 것인데 '그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그 언행들이 어떤 면에서 잘못됐는지, 잘못된 것은 맞는지 조차도 모르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능력도 있는 엘리트라서 시달리는 거다" - 여직원들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키고 동등한 직원으로서 대해주지 않는 언행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말하는 자리에서 내 외모를 평가하며 대상화하였다. 그리고 마치 내가 겪은 일들의 원인 또는 책임이 일부 나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가해자들의 잘못을 흐렸다. 외모나 능력을 포함하여 내 어떠한 특성도 내 인격을 무시하는 연행의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이 점을 간과하고 그렇게 말하는 건 상대에게 또다른 가해가 될 수 있다.
"차라리 빨리 결혼을 해" - 내가 성희롱을 당하는 게 내 결혼여부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성폭력은 범죄고 상대를 같은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격모독성 언행입니다. 전무님은 성폭력의 개념과 원인 등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것으로 보이며, 책임자로서 직원들의 피해에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결혼 여부나 연애상태 등과 같은 '나'의 특성이 성희롱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다음에 또 그러면 꼭 얘기를 하고 뒷 책임은 내가 질게" - 지금까지 내가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묵인한 채 내가 또 다른 피해를 받았을 때 내가 스스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다, 가해자가 이따금씩 분노를 이기지못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피해사실을 고백하기 두려웠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에게 스스로 맞서 싸우라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는 피해사실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해코지가 따를지 걱정해야 하는데, 문제의 해결은 결국 당사자에게 맡기면서 책임져주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
이 곳에서 가해자들의 얼굴을 계속해서 보고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아까 말했다시피 전무님과의 면담으로 지금까지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은 물론 앞으로 받을 피해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간다. 제가 나감으로 인해 전무님이 사내 성폭력에 좀더 경각심을 가지고, 남은 직원들을 위해 회사가 사내 성폭력 예방에 더욱 고심할 거라 믿는다. 제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은 피해자로서 제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며, 제가 받은 피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는 제가 개인적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다.


이걸 핸드폰에 써가서 전무 앞에서 주욱 읽었어요.전무 표정 진짜 볼만했죠ㅋ 당황해서 아무말 작렬하더라구요.차라리 결혼을 하라고 말한 건 인생 선배로서 그냥 결혼하라고 조언해준거다, 너한테 말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를 한 건데 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냐, 웅앵웅 쵸키포키...전무나 되는 사람한테 맡서는 거니까 처음엔 좀 떨렸는데, 이런식으로 헛소리하는 걸 보고 피가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면서 엄청 차분해지더라구요.아! 그리고 전무가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바로 취하지 않아서 나간다는 거냐, 네 얘기만 듣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무조건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길래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해줬어요.

저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원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 깔린, 성에 대한 구시대적인 인식을 개선해보고자 말씀드린 것입니다.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회사 전 사원이 시대에 발맞추어 성숙한 사회인식을 가지기를 기대하진 않습니다.그러나 전무님만큼은, 저희 부서의 최고 결정권자이면서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신 분들 중 한 분인 전무님만큼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고백하는 자리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고 면담 후 매우 실망하였습니다.이런 전무님이 계신 이런 회사에서는 앞으로 제가 또 당할지 모르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제대로 취해주지 못할 것 같아 나갑니다.


그랬더니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더라구요.전형적인 나몰라라 하는 사과 있죠?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네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은 유감이며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겠다' 이거ㅋㅋㅋㅋ여튼 그렇게 면담을 마치고, 거의 바로 인사팀장을 찾아갔어요.사실 전무한테는 좀 약하게 한 거고ㅋㅋ 인사팀장은 정말 봐줄 생각이 없었어요.지가 맨날 성차별적인 언행을 하고 성희롱을 하는 놈이었기 때문에ㅋ



아 근데 너무 길어지나요?3편에 인사팀장이랑 한 면담 풀게요ㅎㅎ1편 안 보신 분들은 1편도 보세요~

1편http://pann.nate.com/talk/341293126/reply/488881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