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이야기

ㅇㅇ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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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친절한 척 웃으며 목발을 짚고 옆으로 지나가는 도중 내가 조급한 마음에 발을 걸었더니 탁자에 머리를 박고 쓰러짐. 남자는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이 없고 취조실 밖을 보니 경찰들이 이쪽을 손가락질 하며 황급히 달려오고 있음. 내가 살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다.

문이 덜컹 열리는 순간 푹. 조금 깊게 찔렀는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들어감. 소름끼치고 기분나쁜 촉감..  손가락을 빼내니 안구에 있던 투명한 액체와 피가 섞여 엄지손가락을 감싸고 있음.

문 밖에선 이 장면 다 목격했는지 비명소리와 빨리 끌어내고 구급차를 부르라는 소리와 골치아프게 됐다는 말까지, 온갖 말들이 다 내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함

난 말을 더듬으며 이 남자가 날 죽이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정당방위라고 횡설수설 함.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흐르는 눈물처럼 땀도 나기 시작함.

그리고 바로 오른쪽에 쓰러져있던 그 남자가 탁자를 더듬어 잡고 일어선 뒤 아까 탁자에 부딪힌 머리를 문지르며 비틀거림. 주변은 숨죽은듯이 조용해지고 그 남자가 정적을 깸.

 " 하 발을 걸어 넘어트리네 뭐 어쩌려고 또 발악해보려고? 애새끼가 뒤질라고 진짜 근데 불은 왜 껐냐? 왜 이렇게 깜깜해 짜증나게... 아 눈은 또 왜 간지럽지"

...

주변에 경찰들이 있다는것과 자신이 정신을 잃었다는걸 모르는 상태인거같다. 또 지금 두 눈을 잃었다는 사실도.. 난 식은땀이 흐르고 그 남자의 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걸 보니 토할것 같은 마음에 눈을 돌림.

그리고 지금 남자가 자신의 눈을 만져봤는지, 혹은 뒤늦게 고통이 밀려왔는지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악을 쓰며 우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소리침. 경찰 두명이서 남자를 부축하여 나갔고 멍하니 손가락을 바라보던 나의 손에는 곧 수갑이 채워져 그 방을 나가게 됨.

나오자마자 주변의 시선을 한 번에 받게 되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함. 날 붙잡고 있던 남성경찰에게 화장실을 가고싶다고 하니 여성경찰을 붙여 보내줌.

손가락을 닦고 구역질을 하고있던 도중. 날 화장실에 데려와준 경찰이 말을 검. 말을 들어보니 그 남자가 서에 들어와 날 쳐다보는 느낌이 쎄하길래 그 취조실 구석에 있는 녹음기를 하나 덜 빼왔다고 함.
즉. 날 협박하던 그 말이 다 녹음 되어있을거라는 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스침. 입을 헹구고 (도저히 이 손으로 물을 못담아 먹겠어서 흐르는 물에 입을 갖다 댐)
나와서 그 경찰이 다른 경찰들한테 녹음기를 언급하여 그 구석에 숨겨져있던 녹음기를 취조실에서 꺼내와 틀어보니 소리가 조금 작지만 그 남자의 협박이 또렷하게 들려왔고 내가 정당행위에 가까웠다는 증거와 아까 그 남자의 폭언으로 어느정도 내 상황을 알게된 경찰들은 수갑을 풀어줌.

난 몇몇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 뒤 경찰들은 곤란한 얼굴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함. 한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의자에서 졸린 눈을 감고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고있음. 다시 울렁거림을 느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림. 화들짝 놀라 헉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보니 심각한 표정의 경찰 몇 명이 말을 함. 내가 눈을 찌른 그 남자가. 아까 몇시간 전 티비에 나왔던 신원을 알 수 없는 여러 시체를 유기한 범인. 즉 연쇄 살인마였다는 이야기를 해 줌. 큰 보따리를 들고 차에 실어 이동하는걸 본 목격자랑 그 집에서 여러 증거가 나왔다나 뭐라나...

그리고 뜬금없이 날 구슬리며 넌 아무짓도 안했고 이 사고도 없던거라고 그냥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은걸로 하자고 끔찍한 기억 아니냐면서 없던일로 하자 하여 난 그렇게 하겠다 함.

...

며칠 뒤 오전 시간 평화롭게 학교에서 수학수업을 듣는중 팔을 괴며 생각에 빠짐

어저께 본 뉴스에선 내가 그 살인마의 눈을 찔러 실명된것은 그냥 다른 불의의 사고로 실명이 되었다고 위장되었고
최후의 피해자가 될 뻔한 사람, 나는 그 수많은 뉴스와 기사들에 전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음.
아마 그 날 서에서 경찰들이 합의를 보라 부추겼고, 살인범과 여자애 단 둘이서 취조실에 들어가게 놔뒀고, 경찰서에서 살인예고까지 해버려서 경찰의 위상이 내려갈 것을 고려해 위에서 아무일도 없었던 일로 해버린 것 같음. 뭐 나도 내가 칼로 사람의 종아리 찍은거랑 눈을 실명시킨 이야기가 주변에 떠도는건 별로 유쾌하지 않다.


내인생에서 이러저러하게 역겹기 그지없고 끔찍했던 에피소드 끝



♧끝이야 내가 생각해도 좀 어거지가 있는 글이라서 좀 그렇다
그래도 읽어주고 선택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 그 좀비글쓰니 아님
나도 그거 읽었었는데 대존잼 ㅇㅈ 사실 이 글도 그 좀비글쓰니의 극단적인 추반 모티브해서 만든거 맞어 예리하다! 그리고 이거 픽션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줘 재밌었다 그롬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