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음식때문에 삐진 것 같은 아내 도통 모르겠습니다.

삐진아내2018.03.21
조회43,251
댓글 잘 읽었습니다.답답한 마음에 올린글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실지 몰랐습니다.해주신 말씀 들어보니 아내가 서운해할만 하겠어요..
어제 밤에 제가 좀 늦게 퇴근을 해서 아내가 저를 1시간가량 기다렸습니다.저는 다른 사업장으로 외근을 나가는 업무라서 복귀시간이 가끔 늦어질때가 있습니다.
어제 눈도 오고 많이 추워서 몸이 떨렸는데 그런 저를 보더니아내가 많이 추우면 감기 걸리지 않게 뜨끈한 국물 해줄게 근데 퇴근이 늦어서 오빠 배고프지 시간 오래걸릴텐데..하더니집 도착할때쯤에 아니다 배고프니까 그냥 집에 있는 밥 대충 먹자 음식 안할래 라고 하더군요.
조심스럽게 혹시 기분 상한일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아직 댓글을 보기전..)
아내의 입장을 정리해보자면
나도 결혼전엔 퇴근하고 저녁 안먹거나 엄마가 해주시는 밥 먹고 자기전까지 쉬었다.사무실에만 업무를 해도 피곤한건 매한가지다.집가서 오빠 배고플까봐 기본 20~30분씩 하던 샤워 빠르게 하고 나와서 맛있는 밥 해주려고 노력하는데오빠가 배고프다고 날 재촉하는건 아니지만 난 몸 고단하게 일하고 온 사람 배고플까봐 마음이 조급해진다.
- 난 정말 아무거나 줘도 잘 먹을 수 있어 우리 OO가 스트레스 안받았음 좋겠어.
아내 : 그래도 데코는 포기할 수 없어. 그리고 밥 하는게 스트레스 받는게 아냐. 우리부부가 먹을 밥 내 신랑이 먹을 밥 맛있게 해서 맛있게 먹음 좋지..근데 연애시절 밖에서 뭘 먹던 맛있다던 신랑이 내가 밥하는거엔 응 맛있어. 먹을만해. 괜찮네.이런 리액션만 하니까 솔직히 힘이 빠진다.더 화가 났던건 내가 짜장라면 끓여줬을 때 와 맛있다 했던 오빠의 반응이 너무 속상했다.내가 열심히 요리한건 괜찮은거고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되는 라면은 맛있는거냐.집에서 친오빠나 언니 요리해주면 항상 맛있다고 하는데 신랑이 그러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고 흥미가 없어졌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아침에 나 화장하고 머리하고 하려면 시간 오래 걸린다.그래도 오빠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오빠는 몸 써야하니까 체력 딸릴까봐 쥬스 갈아주고 선식 타주고 그러는데그거 다 불어터질때까지 한모금 마시고 딴거하고 한모금 마시고 딴거하고 나중에 띵띵 불어서 못먹고 나가면 속상하고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진다.
맨날 아무것도 안해줘야지 하면서도 오빠 힘들어하는 모습보면 맛있는거 해주고 싶은 나 스스로도 짜증난다

라면서 울더군요.. 정말 아차 싶었습니다.정말정말 전 아내가 밥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 안합니다. 고맙고 정말 맛있었는데 제가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끝에 그래도 나 요리에 집중하라고 오빠가 쓰레기도 버리고, 빨래도 개고 청소기도 돌리는건 당연한 집안일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고맙다 라고 말하더라구요..나도 밥하는게 오빠를 위해 뭔가 해준다라고 생각 안해.내가 밥하는거 설거지하는거 오빠가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는거 모두 같이 해야하는 집안일이고 당연한거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고맙다고 말하면 당연한것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꺼야. 하더라구요.
지난주 주말에 제가 아내가 낮잠 자고 있는 동안 건조기에서 빨래 꺼내서 갰는데 오빠 빨래 기가막히게 잘 개었네 오빠가 개는 수건 각이 난 정말 마음에 들어 고마워라고 했던게 기억이 나서 더 부끄러웠어요.

어제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댓글도 보니 제 잘못을 정말 잘 알 것 같습니다.맛 없는데 맛있는척을 하겠다는게 아니라 정말 맛 있고 고마우니까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보겠습니다.
아내는 제가 표현력이 떨어지고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닌거 이해한다고구체적으로 뭐가 맛있다 환상적이다 이런 오바스러운 반응을 원하는게 아니라 (해주면 좋지만..이라고 덧붙임)세상 가장 활짝 웃으면서 정말 맛있다 잘먹을게 고마워 정도만 해도 힘이 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 어제 밤 10시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칼칼한 콩나물국을 먹었습니다.아무리 배가 고파도, 술에 취했어도, 힘들어도 무조건 씻는거 먼저해야 하는 아내가 씻을 동안제가 쌀 씻어서 밥솥에 넣고 콩나물국에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아내가 항상 사용하는파뿌리인가요? 그거 모아둔거에서 그릇에 파 뿌리 꺼내고 미역같이 생긴거 꺼내주고 멸치도 5개 준비해서 접시에 두었습니다.비록 취사버튼을 누르는걸 깜빡 했지만 제 작은 행동에 고마워하면서 얼른 해줄게 하고머리에 물 뚝뚝 떨어지며 콩나물국 끓여주는 아내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고맙습니다.
별거없는 긴 후기지만 봐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보다 더 나은 남편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와 같이 눈치 없던 남편분들!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면서 밥 먹읍시다.

(본문은 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