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같은 버스기사한테 폭행당했습니다..

버스2018.03.22
조회59,203
저희 아빠는 올해 50 중반입니다.
고속버스기사 일을 하시는데, 회사룰이 있어서
고참인 아빠가 장거리(고흥) 운행을 주로 합니다.


A,B,C--- 이런식으로 팀이 나눠지며,
각각 팀에는 팀장이 계십니다.
팀장님은 조율을 해서 기사들 스케쥴표를 짜주시는데,
사실상 젊은 남자분들은 돈을 더 받기 위해 장거리 운행을 선호합니다.
한달 월급에서 돈 40만원 정도가 차이 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몇몇 젊은 기사분들이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정년퇴직을 바라보는 나이이신 아빠는 장거리가 힘드실텐데도
팀장님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그냥 참고 운행하신다고 합니다.
따로 장거리운행을 넣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고,


고속버스기사.. 참 힘듭니다.
아빠가 일하시는걸 옆에서 보는데 제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빠 인생에 술과 담배를 입에 담았던적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싶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동안 팔굽혀펴기, 프랭크 운동, 윗몸 일으키기 등등 체력 딸리면 절대 안된다고 (운전대에만 계속 앉아있기 때문에 관리를 안하면 다리근육이 다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빼먹지 않고 하십니다. 6시 반에 나가셔서 사무실까지 걸어갑니다.
운행하시고 밤 10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시면 안방 가서 바로 주저앉으십니다.
더블이신날은 숙박하고 오십니다.
씻고 바로 주무시고 반복..
기계처럼 매일 계획대로 지키시면서 남한테 해코지 한번 안하시며 살아오신분이십니다.

너무 글이 길어졌죠..
그런분이 어제밤에 들어오시더니 씻으시면서 펑펑 우십니다..
샤워기 소리 때문에 안들릴줄 알고 우시는데 물어보고 싶은 마음 참고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어제 무슨 안좋은일 있으셨나 물어보니 말을 회피하십니다.
그저 몸이 안좋다고 오늘 안나간다고만 합니다.
평생을 결근 한번 안하신분이 그냥 몸이 조금 안좋다고 안나간다는게 말이됩니까?
그러다 제가 목에 상처를 발견했습니다.
목이 커터칼에 스친것마냥 부어올랐습니다.
피가 거꾸로 쏟는다는게 이런거구나 느꼈습니다.
제가 어떤놈이 이런거냐 화를내니까 그제서야 털어놓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렇습니다.
먼저 사무실에 도착해서 들어온 젊은 기사분이 늦게 끝나고 들어온 아빠한테
다짜고짜 시비를 걸더랍니다.
평소 장거리 운행을 원하던 젊은 기사분 중 한분이었습니다.

"니네 다 해쳐먹어라? 어? 시X 다해쳐먹으라고!" 라는 소리에

나이 더 먹었다고 큰 소리 치는것도 싫고 뒷말 나오는것도 싫어서 항상 참고 웃어넘기던
아빠도 참다참다 터트린 한마디가 고작 "너 말이 좀 심한 것 같다." 였습니다.

본인말에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승질이 났는지
아빠 목을 조르고 가슴팍을 치고 팔을 꽉 잡으면서 밀어붙히더랍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손도 못쓰고 당했답니다.

그래서 밤에 잠을 못자고 심장이 동동동 고동쳐서 오늘아침 출근도 못하신거랍니다.

동료들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하셨으니 얼마나 속이 썩어나갈까 싶어 속이 어수선합니다..

그 소리 듣고 정신없이 아빠를 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시키고 정신과도 예약해놨습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와 진정하고 글을 쓰는데.. 아직도 손이 떨리네요..

그 기사분이 전화해서 이러더랍니다. "괜찮아?"
아빠는 "아무래도 나 병원에 입원해야할 것 같다.. 잠도 못자고 이러다 사고날 것 같아서"
그랬더니 "응 그래 그럼 입원해. 입원하든지" 하고 끊더랍니다.
그 와중에도 좋게 넘어가려던 아빠가 미워집니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물러터졌나요.
그 전화 아니었으면 저희들한테 끝까지 말안하고 넘어가려했던 분이십니다.


영문도 모른채 폭행 당하고 저렇게 혼자 끙끙 앓는 아빠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제발 그분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