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람폈습니다.

1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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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폈습니다.

연애 6년 반, 결혼 2년 반, 맞벌이에 아이는 아직 없고요.
부부관계는 계속 좋았어요. 남편은 자상하고, 저를 많이 아껴주고, 항상 서로 사랑한다고 표현도 많이하고, 스킨십도 많고, 집안일도 반반(남편이 그 이상) 해왔고, 모범 남편의 정석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무뎌지는게 아니라 더 의지하고, 믿음이 갔고, 더 사랑하게 됐어요.
제가 무뚝뚝한 편이어서 처음엔 애정표현 같은 것도 별로 없었고, 연락도 잘 안해서 남편 애끓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애교도 많이 부리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 사이는 시간이 갈수록 돈독해지고 영원할거라고 생각했어요..
티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다니고, 아직도 애틋한 모습을 보면, 우리 부부가 그렇게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 믿음이 몇일 전 산산조각 났습니다.
남편이 술자리, 친구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몇 일전에도 술에 취해 들어왔는데, 저에게 계속 애교를 부리다 침대에서 곯아 떨어졌어요..
남편이 잠들고, 제 배터리가 나가서 남편 폰으로 잠깐 인터넷 좀 하려고 하다가, 그냥 카톡을 한번 보게됐어요...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어요. 내가 다른 사람 카톡을 보고있나? 이거 남편폰 맞나? 다른 사람 카톡이 남편 폰에 저장 될 수 있나? 다른 사람이 남편폰으로 대신 쓰고있나?
근데 아니더라고요....
대화 내용은 여자애가 자기 사진을 보내니까 남편이 '너무 이쁘다, 너무 귀엽다, 뽀뽀해주고 싶다'.
또 '니가 너무 보고싶다. 나 널 정말 좋아하나봐'....
저에게 하고 있던 애정표현과 애교를 그 여자한테도 보내고 있더라구요.

바로 남편을 흔들어 깨워 너 바람피냐고 물어봤습니다. 표정이 멍하더라고요...
카톡 캡쳐해서 저한테 보내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이게 뭐냐고...
맞다고 하네요....
회사 직원과 작년 11~12월부터 만남이 시작됐고, 저와 다른 매력을 갖고있는 그 여자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만나는 즐거움에 모든걸 잊었다고..
너에게 애정이 없어진 것 아니고 여전히 좋아하는데, 그냥 뭔가에 홀렸던 것 같다고..
저는 과묵한 편인데 남편은 반대로 수다쟁이에요. 얘기하는걸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 대화 주제 중에, 저는 다른 사람 얘기 하거나 남 욕하는걸 제일 싫어해요. 누구 외모평가하는 것도 정말 싫고.(혹시나 오해하실까봐.. 저 예쁘다는 얘기 많이 듣습니다.. 남편을 아빠로 오해할 정도로 동안이라는 얘기 많이 듣고요.. ). 그래서 그것 때문에 몇 번 다퉜었고.. 안 그러겠다고 남편 다짐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애랑은 회사 직원들 같이 욕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수다떨고 그런게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게 계속되다 보니 자기와 잘 맞는것 같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러냐, 나랑 같이 있으면서 어떻게 그 여자애와 보고싶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냐...
엉엉 울더라고요 남편이. 나가 죽겠다고... 내가 너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줬다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정말 웃긴게, 그 짓 할 땐 안 미안한건지...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아예 그런 생각 자체를 못 했대요. 그냥 즐거웠고, 나한테 걸리거나 내가 상처받는 거에 대해서 아예 생각을 못했다고.. 꼭 뭐에 홀린 것처럼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 눈물 흘리고 무릎 꿇고 비는데, 악어의 눈물 같더라구요. 가증스럽게...
그전까지 '나처럼 깨끗한 남편 없다. 계좌나 월급 들어오는거 다 밝히고 있다'고 했었는데... 정말 믿었는데....
내가 앞으로 널 어떻게 믿고 사냐 닦달했더니 감시 어플 스스로 깔고,(아이폰은 위치추적 밖에 안돼서 폰도 바꿨어요)
카드, 은행 계좌 내일 다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해지하기로 하면서 계좌 봤더니 제가 모르는 돈이 600만원 정도 있더라구요... 와 진짜....
(사실 어느 정도 따로 모아 놓은 돈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남편이 그동안 계속 모든 돈을 나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해왔기에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내가 이런일을 당했다는 것... 다른 사람 얘기일 줄만 알았는데.. 진짜 성격 좋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아이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이혼하고 털고 일어서야하는지...
아니면 용서하고 한 번 더 살아 볼 수 있을지...
남편말로는 손까지만 잡았다. 뽀뽀나 키스 성관계는 전혀 없었다고 하는데, 믿어야 할지...
(카톡에 뽀뽀하고 싶다고 써놨지만, 사실 자기가 오버한거였다고, 그 정도 관계 아니었다고...)
카드 쓴 내용 보니 4개월동안 음식점 4~5번, 카 렌트(2시간, 한강 드라이브 갔다왔다네요... 나랑은 가지도 않은 한강 드라이브를...)가 전부인거 같긴 하지만,
시어머니가 현금으로 용돈을 가끔 주셔서 모텔에서 현금으로 계산 했으면 기록에 전혀 안남고요...
(바람 핀걸 안 시점에도 지갑에 현금이 55만원이 있어서 일단 빼놨어요)
한 번 눈감아 줄까, 이렇게 대판 싸우고 나면 앞으로 나만 바라보고,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을까? 이것만 아니면 나한테 정말 잘하고 좋은 사람인데.. 싶다가도,
대화 내용을 보면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들이댔고, 본인도 그렇게 시인을 해서 괘씸하고 괴로워요.
지금 이렇게 빌다가도 용서해주고 나면 나중에도 계속 바람피울것 같아 걱정되고요.

무엇보다 신뢰를 잃었어요.
그 전에는 무슨 말을해도 신뢰했고, 그래서 다 넘어갔는데...
결혼생활을 지속해도, 저는 이 사람을 평생 의심할 거 같아요. 야근이다 출장이다 할 때마다 의심하겠죠.
(야근이라고 해놓고 그 여자랑 밥먹고 차마시고 데이트 했더라구요..)
결혼 기간 내내, 평생 의심만 할 것 같고, 제 자신이 행복 할 것 같지 않아요.
남편은 이 회사 그만 두겠다, 앞으로 술자리는 나와 같이 갈 때만 만들겠다..라고 얘기하지만, 그것도 지금 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약속을 지키기 힘들테고, 점점 저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하겠죠. 그리고 이정도까지 들들 볶았으면 되지 않았냐는 얘기까지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사실 남편이 몇개월 전부터 이상했어요.. 여자문제로 이상한게 아니라, 세상 모든걸 다 가진것처럼 자신만만하더라구요..(그 여자 만나기 전부터..)
남편이 어렵게 자랐는데, 요즘엔 그래도 둘 다 대기업 다니고 아껴쓰면서 돈도 많이 모으고, 매년 한 두 번 해외여행 다니고, 강남권에 산다며 우쭐해서는 자기가 성공했다고 그러고 다니더라고요...
(사실 빌라 전세고 가진거 쥐뿔 없으면서.. 제가 계속 뭐가 그렇게 성공했냐고 말하는데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계속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회사 직원들, 처가 식구들, 친척, 친구들 모두 자기 좋아한다고..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이 음식 하는걸 좋아하는데, 할 때마다 제가 엄청 맛있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냐, 띄워줬어요.
기분 좋으라고도 그랬고, 나에게 잘해주는 남편이 고마워서... 항상 모든 일에 고맙고, 남편이 최고라고 해줬는데... 우리 가족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항상 칭찬하고 잘해줬는데... 그게 잘못 된 걸까요?
이 얘기를 하니, 남편은 제가 경고 했을 때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자기가 붕 떠있었다. 경솔했고, 미안하다. 자기 자신이 이렇게 변해가는 줄 몰랐다. 앞으로는 고치겠다고 하는데... 진짜 변할 수 있을까요?
이게 바람의 원인이고, 고칠 수 있을까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는데, 사실 시아버지가 허세 같은게 좀 심해요.
도박해서 돈 날리고, 일도 안하고 시어머니 혼자 돈 벌면서 남편 뒷바라지해서 남편이 시아버지를 엄청 싫어했고, 아빠 안 닮을 거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는데... 결국 도돌이표인가요...
편하게 직장 근처에서 살려고 강남 삼성동으로 이사했을 때 시아버지가 처음 집 보러 오셨었어요.. 최고 동네로 이사했다고..(빌라 전세인데) 자랑 엄청 하고 다니셨나보더라구요.. 진짜 웃겨
그러다 사정이 생겨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니 시아버지가 '그 최고 부자 동네에서 계속 살아야지 왜 옮기냐'며...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죠? 그런다고 내가 부자되는 것도 아닌데..)
'대기업 다니는 아들 며느리 있으면 뭐하나, 매달 용돈 10만원도 안주는데'(용돈은 모두 도박에 쓴다고 남편, 시어머니도 주고 싶지 않아해요)
'내가 너네 였으면 외제차 몇 대를 끌고 다녔겠다' 등...
남편도 나중에 시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그동안 남편은 아버지를 엄청 싫어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꺼라고 얘기했었는데....

저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 사람이랑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남편이 바람 피면 바로 이혼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에 닥치니 고민되네요...
아직 미련이 남나봐요.. 정말 평생 행복 할 줄 알았거든요..
남편 바람 용서하신 분들 중에 행복하신 분이 있나요?
체념+자기 위안 말고 진정으로 행복하신 분이요...

여기에 이런글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다가도..
이렇게라도 푸념하고 조언을 얻고 싶어 씁니다.
(양가 부모님께는 그날 새벽에 바로 전화해서 알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