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유통기한이 있다는데, 왜 이별은 아프기만할까.

내생각에는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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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말을 뱉은건 저였지만, 역시나 아프고 힘드네요.이별을 결심한 이유는 그 친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이전에 술취해서 때렸던 기억들이 얽혀서였습니다.제가 헤어지자고 하고서 다음날이 지나기도전에 전화로 그친구에게 울며 "조금만 더 잘해주지"하면서 애원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씩만 통화하자고 부탁했네요.그런데 그 다음날이 되고서 저는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일주일동안 제대로 연락을 받지도 않았고, 결국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앞으로도 안바뀌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7년동안 마음으로 품으며 그 친구의 상처를 감싸주었지만,정작 7년 후에 겪게 된 것은, 자존감없이 한없이 나약한 제 자신이었습니다.어쩌면 더 슬픈건 저를 지키고, 찾고싶어서 헤어짐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인대,막상 이별후에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정체성이 혼란스럽습니다.어쩌면 제가 7년 동안 쌓았던 자신감 같이 느껴졌던 것들은 그 친구를 보듬어주면서 생겨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랑할 그 사람이 없어지자, 아무런 기능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지하철에서 그친구가 전화가 왔었네요.잘 지내고 있냐고, 마지막으로 미운말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그리고 그 친구한테 필요한건 없는지 묻고, 그친구 시험에 방해되서 미안하다고 말했네요...그리고나서 사물함을 비워야한다고 카톡이왔는데, 전화통화하면 또다시 우울해질거 같아서 전화하지 못할거 같습니다.
우리가 조금더 모르고지냈으면 하고 문득 생각이 들때가있습니다.근래들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부쩍 그친구와 멀어졌던것 같습니다.더이상 그친구와의 삶을 공유한다는게 무의미해질만큼 제 가족에 대한 불신이 커졌습니다.낡은 생각들(결혼, 출산, 육아 같은)이 저희 가족들이 내뱉은 말속에 은근히 베어 나올때마다불신은 커졌습니다.한편으로 그친구 입장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고민이 더 깊어졌을것 같네요.제가 그리고 싶은 가정상이 있는데, 그친구와는 너무나 안맞는것이 많았습니다.사실혼, 비출산, 입양, 명절에 시댁 안가기 같은 요즘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저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그친구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거난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적당히 시댁과 친정에 거리를 두면서 사는 그런 삶은 그녀의 입장에선 빻은 한남의 생각이었습니다.그래서 그냥 저는 빻은 한남입니다. 저는 빻은 한남이라 어쩌면 7년동안 그 친구네 식구들을 마주보고, 식사도 하고, 경조사에도 끼고, 집안일도 하고, 때때로 그 친구와 할머니가 갈등할때면 할머니 손도 잡아드리고 달래면서 그 친구가 조금더 편안하게 가정에 안착하길 바랬나 봅니다. 차라리 그친구의 생각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친구네 집에 그렇게 가까워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면 조금 상처가 덜했을까요.
생각해보니 잠자리 문제도 있었네요. 이것도 컸는데,,,, 뭐 이런건 여기에 말할데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의 제 기분은 버려진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드없다는말, 몸매를 더 가꾸라는말을 들었을때 많이 서러웠습니다. 뭐 뚱뚱하고 무드없는 제 잘못입니다.
정리해보니 저는 한남에 인성도 빻고 뚱뚱하고 무드도 없네요. 7년동안 그렇게 바라봤을텐데 저는 그사람을 그렇게도 졸졸 쫓아다니며 시중을 들고 기분을 맞춰줬을까요.사실 그동안 여러번 이별통보는 당해봤습니다.별에별 이유는 다있었네요.자기가 지각한게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알바 시간 이후에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있지 않아서, 그런일이 반복되니 약속을 신중히 하니 소홀해졌다는 이유로,,, 기타등등 많습니다.그럴때 진작에 알았어야하는데..눈치가 없었네요.

7년동안 그 친구는 제 덕분에 결벽증도 사라지고, 나름대로 공황장애도 줄어들고, 우울감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저는 지금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무기력,자살충동, 수면장애 같은게 한꺼번에 오네요.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는 그냥 방에 불을끄고 누워있습니다.가끔가다가 하는거라곤 유튜브 틀어놓고 자는 일. 그나마 일이라도 하니까 숨은 붙어있는듯 합니다.
가족하고도 있고 싶지 않습니다.사실 방에 있기도 싫고요.제 방에는 그간 쌓아놓은 편지들 선물들이 모여있습니다.가족들이 걱정스럽게 건내는 말들도모두 그 친구를 생각나게 해서 괴롭습니다.그래서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가지 못해서 불을꺼둡니다.이따금씩 주말은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하고그냥 방잡고서 누워있습니다.거기는 그래도 제가 원하는 몇가지는 충족시켜주니까요.
이렇게 놓고보니 저는 한남충에 빻은 인성에 무드도 없고 뚱뚱하고 자존감도 없는 사람이네요.살아있기는 한대, 왜 있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