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많은 연인, 어떻게 하나요?

에휴2018.04.24
조회28,204
20대 후반인 지금까지 모솔이었던 사람입니다. 어릴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경험때문에 남자와 한방에 있으면 겁이 나 어쩔줄 몰라했고, 좀 더 커져서는 술,담배,도박에 여자까지 고루고루 건드시는 아버지와 매일 속상해 우시던 어머니 보고자라 나는 절대 남자를 안만나야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혼같은 건 꿈도 안꿔야지 했네요. 그게 스스로를 굴레에 씌우기라도 했는지 그 흔한 풋 짝사랑 한번 해본적이 없었어요. 평생 혼자살테니 밥벌이할 궁리나 해야지 하고 쭉 살아왔네요.
무슨 강박이라도 있는지, 머리도 늘 짧게 자르고 치마 입으면 큰일나는줄 알고, 무채색에 파란색 보라색 이런 것들만 옷장에 채워넣고, 화장이니 네일이니 조금도 신경안쓰고 살아 그런가 고백한번 받은적도 없었습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조금도 아쉬워한 적 없었네요. 남자가 조금만 호의 보여줘도 솔직히 무서웠구요.
그러다 지금의 연인을 만났네요. 정말 됨됨이가 훌륭한 사람이예요. 저보다 몇살 어리지만 가끔씩 존경심도 느끼네요. 좋은 집에서 자라 점잖게 큰 사람이고 술담배 도박은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술자리 한번 제대로 나가는걸 본적이 없네요. 기껏해야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그나마도 스터디모임 때나 가죠. 독서와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보거나 가끔 운동하거나. 혹은 공부하거나. 자기 진로에 대한 열의도 있고, 노력을 아주 많이해요. 인성도 바르고, 거기다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합니다. 한마디로 빠질것이 없는 사람이예요. 배려심도 많고, 자기사람도 세심하게 잘챙기구요.
누구라도 호감을 느낄게 분명한 사람이니만큼 저도 처음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네요.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 자기부정도 많이했고, 난생 처음으로 오컬트에 의지해보기도 했습니다. 마음 접으려 엄청나게 발버둥쳐봤는데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차라리 후회 남기지 말자는 마음으로 처음이지만 서툴게 대쉬도 해봤네요. 주변에서 다들 놀라고 조금은 재미있어할정도로 티나게 구애했어요. 워낙 덤덤한 사람이라 제게 마음이 있는건지 없는건지도 몰랐는데 조금씩 품을 열어주는게 보이더라구요. 그러다 결국 제가 고백했고, 꿈처럼 사귀게 되었네요.
연애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저나 연인이나 톡을 많이 하는 타입도 아닌데, 서로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꼭 톡하고 최대한 금방금방 대답도 해요. 자기시간도 각자 갖고, 저는 직장에 연인은 학업에 서로 집중하면서도 틈틈히 데이트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고, 사랑도 속삭이면서. 정말 부족한것 없이 너무나도 잘해주어서, 이런 행복을 느껴도 되는지. 이런 사랑을 해도 괜찮은건지 겁이 날정도로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부모님의 경험이 트라우마라도 된건지, 자존감이 낮은건지, 요새 부쩍 겁이 나기 시작하네요. 솔직히 저 스스로가 여성으로서 매력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아요. 정도 거의 없는편이고, 세심하지도 못하고, 꾸미는것에도 여전히 관심없고.. 다정하고 싹싹하고 잘 웃는 타입이 전혀 아니거든요. 오히려 정반대지요. 집안일이며 요리도 제대로 못하구요. 연인도 잘 웃고 너스레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침착하고 점잖고 세심해서 이런성격은 오히려 여자들에게 플러스요인이 되잖아요. 믿음직스러워 보이니까요. 발렌타인데이 같은 때에도 도리어 제가 판매사이트 추천리스트의 향수같은걸 사주고, 연인은 손수만든 초콜렛에 다른 세심한 선물에 편지까지 주네요. 
연인으로서도 배우자감으로서도 정말 빠질데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연애사에 도통 관심없던 제가 이리 느낄정도니 다른분들은 오죽하시겠나요. 어느 모임이든 한번 끼었다하면 고백 안받은때가 없고, 여자가 10명 있는곳에 가면 세네분은 이사람을 좋아하고 한분은 고백합니다. 정말 그정도예요. 제가 좋아할때도 고백하려고 각재던 분이 두세분은 더 계셨네요. 제 바로 주변에만 그정도였으니 제가 모르는 분들중엔 더 많았겠지요. 그 많던 고백 지금까지 제 것 포함해 딱 두번빼고 받아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쉽게 연애감정 느껴본적 없다구요. 한번 좋아한것은 쭉 오래가고 처음 사귄 애인도 그쪽에서 고백했었는데 그쪽이 먼저 헤어지자고 해서 그렇게 한거라구요. 그러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랑을 하게됐다구요. 그렇게 말해주니 믿어야 할텐데,거짓말 한번 한적없는 사람인데 사귀고 나서도 주변에서 눈독들이는게 훤히 느껴지니 너무나도 마음고생이 큽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 도대체 왜 찼을까, 싶었는데 첫 연인분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고 하네요.
차라리 저도 인기많고, 예쁘고, 여신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으면 우린 선남선녀 커플이야, 하고 자신감 가지고 연애를 즐겼을터인데 그게 아니니까요. 연인에게 당신이 좋다는 식으로 친해지고 싶어하는 분들 보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분들이 많은지. 저보다 똑똑하고 멋지고 더 어울릴법한 여자가 세상에 너무나도 많이계세요. 그러다보니 부모님께 매정하단 소리까지 들을정도로 매사에 미련없이 살던 저인데, 점차 집착이란것을 하게 됩니다.
관계에 집착이란게 전혀 플러스적인 요인이 아니니만큼 엄청나게 노력을 했는데도 티가 안나게 최대한 막아보는게 최선이네요. 겉으로는 이전과 다름없이 구는데 머릿속으로는 차라리 무인도에 둘만 던져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자괴감까지 드네요. 일반적인 주변사람들과 당연스레 할수있는 이야기나 상황도 신경쓰이고, 사람인 이상 누군가가 계속 잘대해주면 호감이 생길수밖에 없는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언젠가 다시 연인의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나타나서 버려질까... 그런생각만 자꾸들고. 이런 식으로 구는것보다 차라리 헤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 제가 이사람을 보내고 못살것 같네요.
남에게 걱정끼치고, 민폐끼치는거 제가 정말로 싫어해요. 부담감 주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정말 바깥에서는 멀쩡하게 행동하다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앓아눕습니다. 제 스스로가 우습고 어이없어 견딜수가 없네요... 첫사랑 첫연애엔 다들 이리되는지, 이럴줄 알았으면 몇번쯤 예행연습이라도 해볼것을 그랬는지... 유치한 감정에 옭매인 사춘기 여중생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는것인지 알수가 없네요... 이런것도 정신과에 가면 상담을 해주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만 이러나요.. 어떤것이 좋은 해결방안일지, 출근해야 하는데 최근 정말 귀여운 여자아이가 연인에게 눈에 띌 정도로 대쉬하는 것이 걸려서 밤도 꼬박새우고 이 글을 쓰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