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해외나가는 사람한테 구매대행 부탁좀 하지 마세요..

31남2018.04.26
조회172,435
안녕하세요 30 평범한 직딩남입니다.
출장갔다 돌아오며 캐리어에 한 가득 싣고 온 남의 물건들을 정리하다보니 또 깊은 한숨이 나와 하소연 해봅니다..

해외출장이 일반 직장인들보다 좀 잦은 편입니다. 개인 적으로 놀러가는 해외여행까지 합치면 1년에 대여섯번은 나가는 것 같네요.

그 때 마다 어김없이 주변에서 얘기합니다,
'나 면세에서 ~~좀 사다줘'

정말 넌덜머리가 납니다.. 물론 칼같이 정리하지 못하는 제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치만 거절할 수 없는 직장선배나 가족들 부탁이면 결국 사오게 됩니다.
그리고 부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걸 거절당하면 굉장히 기분 상해해요. 정말 별거아닌 심부름인데 이런 것도 못해주냐는 뉘앙스가 다반사입니다.

별거 맞아요. 굉장히 별거에요, 그러니 애초에 정말 필요하고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은 가급적 다른 사람 해외가는데 이런거 부탁하지 마세요.

이게 왜 별거인지 조목조목 말씀드리자면 우선 인천공항 유독 큰 공항인건 다들 아실겁니다. 면세점들 사이에 거리도 멀고 그거 사고나서도 가격 말해주면 뭐를 적용하면 얼마가 더 싸다느니 환율이 지금 얼만데 왜 그 환율이냐 어쩌구 저쩌구... 그러고 저도 필요한게 있어 인터넷면세로 산거 찾느라 인도장 갔다가 타는 게이트까지 왔다갔다 하면 진이 다 빠집니다. 출장이라 노트북이라도 들고 들어간 날에는 술이나 부피 큰것들은 진짜 내다 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걸 해외체류기간 내내 또 넣고 다녀야 하죠. 제가 출장을 항상 장거리로 가다보니 체류기간이 다소 긴 편입니다(짧으면 8일, 길면 2주까지). 그럼 당연히 짐도 늘어나도 많이 싸갈 수 밖에 없는데 28인치 캐리어 끌고가도 항상 돌아올 때 무게와 공간문제로 애를 먹습니다. 그 주범이 타인들의 면세품.. 특히 술(여기서도 술이 문제네요)같은 건 공간차지도 많이 하는주제에 무겁기까지 하고 면세품은 또 포장 패키지마저 두툼한 편이라 부피가 상당합니다. 현지에서 호텔 옮기면서 짐 쌀때마다 그 면세품들을 위한 공간 마련해줘야 합니다. 아오..

남의 물건이라 혹여 수하물 운반하면서 훼손될까봐 그거 벗기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아무렴 금고에 모셔온 것도 아닌데 조금 찌그러지기라도 하면 사다주고도 욕먹기 딱 좋죠. 이런 케이스가 제일 짜증납니다. 기껏 사다줬더니 인터넷보다 별로라니, 패키지가 꾸겨졌다느니.. 그러니까 제발 본인들이 좀 사면 좋겠구만.

한국으로 잘 모셔오면 이제 또 그걸 실물로 전해주기 위해 바리바리 내가 챙겨가줘야 합니다. 그러고나서 돈받는것도 번거로워요. 장난인 줄 알지만 이거 선물아니었냐부터 해서 수고비는 커녕 항상 꼬랑지떼고 천원단위 계산해서 정산해주는데 그거 또 달라고 하기도 뭣하고 돈 받는 내가 왜 독촉을 해서 며칠만에 받아야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부탁하는 품목이 면세범위에 걸리는 술같은거면(그놈에 술..) 현지에서 제가 사고싶은 술이 있어도 잘 못사게 되고요.

처음 몇번 해외 놀러나갈 때는 들뜬 마음에 이런 부탁도 기꺼이 해주곤 했는데 해외를 자주 나갈수록 이런 심부름도 잦아지니까 너무 짜증납니다. 다들 도대체 내가 해외를 자주 안갔으면, 면세점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던건지 하..

스트레스 받는 것 만큼 그닥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돈 다주고 받는거고 그거 하나 가져오는데 크게 대수롭지 않다 생각들하니까요. 근데 그게 여러 명, 잦은빈도면 과연 대수롭지 않을까요.

면세품좀 제발 본인이 나갈 때 사시고 부탁을 하려거든 그 부탁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좀 알고 부탁해주세요.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라면 더욱 더. 가져다주면 감사표현 확실히좀 하고. 이거말고 선물은 없냐는 소리는 제발 마음에만 담아두시고..

하.. 이상 짐풀다 급빡친 직딩의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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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에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댓글 읽어보며
묘안을 많이 얻었습니다.

많은분들이 거절하라시는데 본문에도 썼지만 저도 제가 단칼에 거절하지 못한 잘못은 압니다. 저도 남 얘기였으면 뭘 고민하느냐고 거절하면 되지않느냐 조언했을 거에요.

사람 사는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더라고요. 여기에 말로 다 표현하긴 어렵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사이가 있고 상황이 있고 그러더라고요, 거절하고나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보이니까요. 제가 호구스러운 것도 한 몫하겠지요 핳핳.. 미리 조언을구해보고 완곡하게 쳐내는 방법좀 익혀둘껄 미련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가 없으려면 이런걸 부탁하는 문화/정서 자체가 없어야겠지요. 제 글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그게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일이니 가벼이 여기지 말고 그러지 말아달라는 당부차원의 하소연 이었고요. 내용의 골자를 그쪽에 포커스를 두고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출장을 몰래가는 법..이 있나요..ㅎㅎ... 저 어디간다고 절대 안 떠벌려요 몇몇분들이 해외간다고 자랑?하는 사람인 것 처럼 말씀하셔서 얘기합니다. 출장가려면 보통 사전에 품의며 근태며 다 올라가고 이미 사전에 어디 가는 출장인지 회사에서 떨어지는건데 회사에 그걸 숨기는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가족에게도 당연히 말.. 할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며칠 집을 비우는데 핳핳..

여튼 털어놓고 여러 사람의 의견 듣고나니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