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되니 우울증 걸린 친구

ㅇㅇ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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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 끊은 친구인데 남편이 그래도 친구맘 이해해주고 다시 연락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글 올려봅니다.
전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다닐때 죽기살기로 공부해서 3년내내 장학금 받고 4학년 1학기때 제일 먼저 취직도 했었어요.그 친구는 1년 후배였고 알고보니 고향도 같아서 친해질만도 한데 학교다닐 때는 많이 친해지진 않았어요.
졸업 2-3년 후 난 여기저기 회사 옮겨다니고 프리랜서 일 하면서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었고 그 친구는 대기업 협력업체에 다니고 있었어요.어느날 메신저로 연락하게 되었고 갑자기 나한테 급 친하게 대합니다."언니같은 실력있는 사람이 대기업가서 잘되어야 하는데... 여기 있는 애들 다 언니보다 별론데.."이러면서 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대기업가면 잘할텐데.. 하며 위로도 해줬어요.
난 대학다닐때 내가 사람을 잘 몰라봤었나.. 하며 친하게 지내려는 그 친구에게 곁을 내주며 친하게 지냈어요.

문제는 그 후 제가 잘 되고 나서 벌어집니다.프리랜서 일을 하다가 아예 회사를 차리고 그게 너무 잘 되어버려 20대 후반에 월순수입 평균 2-3천을 찍었어요.내가 대학다닐때부터 고생하던거 봐온 친구들이 "니가 그고생을 하더니 이제야 성공하는구나. 니 뒤치닥거리해준 내 공을 잊지는 말거라" 하며 축하도 해주었지요.
그런데 내가 힘들때 늘 옆에서 언니같은 사람이 잘되어야 하는데 하며 위로하던 그 친구가 내가 잘 된 후부터 축하는 커녕 만나기만 하면 " 아.. 언니는 잘되는데 내꼬라지는 이게 뭐냐..."라며 한숨만 쉬고 울기까지 하고요.그런데 그당시 그 친구는 협력업체가 아니라 대기업에 입사해서 회사 잘 다니고 있었어요.그런데도 나만 보면 끝없는 한숨에 신세한탄만 늘어가고 그 후엔 우울증걸려 병원까지 가더라고요.
난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얘가 요즘 많이 힘든가보다.. 라며 자주 만나서 밥사먹고 놀았어요.그러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미국에 몇년 다녀오겠다네요.그래. 너 여기 힘든거 다 내려놓고 미국가서 머리식히고 와. 하며 걱정스럽게 보냈어요.
난 늘 울다 간 그 친구가 걱정되어 싸이월드로 잘 지내고 있어? 라며 메세지를 보내도 답도 없고요.답이 없어서 한국은 다 잊고 살 작정인가보다. 싶어 연락오는것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몇년 지난 뒤 지인의 결혼식에서 그 친구랑 같은 회사 다녔던 사람을 만났고 "어휴. 걔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연락도 안되고.." 라고 하니 그 지인왈." 한국에 있는데? 벌써 한국들어와서 요즘 회사 다녀.너한테 연락안했어?" 라네요.
그 얘기 듣는 순간 뭔가 한꺼번에 깨달음이 왔어요.
얘는 내 불행을 먹고살았구나. 그러다 내가 잘 되는게 못견디게 싫었구나... 학교다닐때 과수석하던 애가 취직도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을땐 우월감을 가지고 내 곁에서 날 위로했었고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했겠지요.많이 힘들어하다 미국간 친구가 잘 지내는지 걱정하며 궁금해했던 내자신이 바보등신처럼 생각되고요.
그 지인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며칠뒤 전화가 와서 구구절절 핑계를 늘어놓는데됐어. 잘 살아라. 하고 끊고는 인연도 함께 끊어버렸어요.
난 진짜 잘해야할 사람들 챙기는 것도 짧을 인생에 그런 친구까지 챙기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데남편은 친한 친구가 잘되면 질투가 생길 수도 있다며 그 친구맘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며 연락한번 해보라는데 그 말하는 남편도 다르게 보이네요.
그런 친구와 잘 지내고 싶은맘 1도 없는 내가 넘 매몰찬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