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연애를 하게 되었네요.

BNMZ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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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 끝자락에 걸쳐있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어디다라도 이 마음을 좀 털어놓지 않으면 제가 망가질 것 같아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저에겐 1년 3개월 되어가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저와는 4살차이의 아주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에요.동호회 모임에서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이 아이가 좋았습니다.사글사글한 눈웃음과 붙임성 있는 성격, 잘 먹는 모습이 좋았어요.동호회 활동을 핑계로 따로 톡방을 만들고 대화도 나누면서,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습니다.한 달정도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을 가졌고, 알면 알 수록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저는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그렇게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죠.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건 쉽지 않았습니다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각자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연애라 생각하고 만났습니다.나중에 들었지만, 여자친구는 동호회 모임 이전부터 제 사진을 보고 맘에 들었었다고 하더라구요 하하.그래서 본인의 큰 그림에 제가 제대로 걸려들었다고 ㅎㅎ 아무렴요.
중간에 여자친구가 해외 교환학생 다녀오느라 5개월정도 못 만났던 적도 있었고,서로에게 지쳐 잠시 등을 돌렸다가도, 1주일도 못가 다시 생각나서 눈물로 다시 만나고.이 전까지 연애의 연자도 모르던 제가, 누군가로 인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았고, 지금도 좋습니다.
올해는 같이 콘서트도 보러 가구, 여름휴가때는 일본 여행도 같이 가기로 약속했어요.한껏 기대에 부풀었는지, 커플 여권케이스를 선물해주더라구요. ㅎ
그런데
요 몇달 사이 제 경제적 사정이 급격히 안좋아졌습니다.개인 사정으로 인해 기천만원 수준의 타격이 생겼습니다.도저히 제 선에서 감당이 안되어서 대출도 끌어다 막았구요.그래서 지금 제 재정은 마이너스이며, 이걸 다 갚고 다시 제로가 되는건  30살에나 가능할 상황이 되었습니다.하늘이 무너지더군요.정말 제 인생의 짝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이제 착실히 모아서 결혼준비를 하면 되는데.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빚을 다 상환하기 전에 연애를 유지한다는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친가지니깐요.이러니 저러니해도 연애를 하면, 안하는 것보다 돈이 많이 나가지요.
몇 달은 그냥 버텼습니다. 아직 이 단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속은 썩어도 여자친구 앞에서는 괜찮은 척, 밝은 척, 아무일도 없는 척 했습니다.몇년 뒤에 자기 취직하고 돈 벌면 결혼하자고, 그러면 퇴근하고 같이 집에서 게임이나 하면서 즐기자고.그렇게 살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그러자고 했습니다.지키지 못할 약속인걸 알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몇달 버티다보니 이제 현실이 보이더군요.대출금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있고, 통장 잔고는 텅텅 비어갔습니다.이제는 꿈에서 깨어야 할 시간인것을 알았지요.
며칠 전 여자친구에게 다 털어놓았습니다.사정이 어려워져서 대출을 받았다.다 갚으려면 몇년 걸릴거고, 그때부터 결혼 준비하려면 또 몇년 더 걸릴거다.난 이제 결혼 못한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와도 난 결혼할 수가 없다.내 한 몸 챙기기도 빠듯한 인생이 되었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아직 사회를 잘 몰라서 그런지, 어느 정도의 큰 일인지 짐작을 못하더라구요.저는 여자친구에게 "난 정말 너랑 행복한 미래를 꿈꿨지만, 그럴 수 없게 됐어." 라고 말했고,슬프지만 이제라도 내 미래를 챙겨야하니 우리 슬슬 정리하자고 말했습니다.생각보다 이성적인 여자친구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였고,얼마 뒤, 서로의 좋아하는 감정만 가지고 계속 만나기에는 오빠 미래가 너무 힘들것 같다며, 그러자고 제게 말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여행까지는 같이 가 달라고 합니다.우리 정말 좋았던 날들, 그때 짰던 계획들만이라도 다 지키고 헤어지자고 합니다.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고 힘듭니다.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여행계획이 이별여행이 되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일본여행까지는 그래도 다른 누구보다 사랑하자고 약속했습니다.그리고 다녀와서 헤어지는걸로요.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롭지만, 저를 더 비참하게 하는건 여자친구는 저와는 너무 다른 세상에서 사는 아이라는 점입니다.저는 19살때부터 집을 나와 혼자 지내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왔습니다.가족들이랑 거의 사이가 좋지 않구요.아버지만이 유일한 제 버팀목이시지만 경제적으로 저를 지원해주실 형편은 못되십니다.제 인생 밥그릇은 제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하지만 저는 정말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고, 누구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여자친구는 서울에서도 교육열 높은 지역에서 자랐고, 집값만 해도 몇억은 우스운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부족함 없이 자란게 티가 날 정도로 아주 밝은 아가씨에요.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이런 여자친구한테 제 사정을 밝히고 나니,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이는겁니다.얘기하기 전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저는 여자친구를 보는것조차 미안하고,그냥... 그냥.. 제가 너무 초라해지는것같아서 여자친구를 만나는게 무섭습니다.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텐데, 내가 사는 인생이 어떤 꼴인지 구경할 틈도 없는 화려한 인생을 살텐데..
그냥 그게 너무 슬프고 슬퍼서 여자친구랑 전화를 하면서도 눈물 흘리고 그래요..누가 잘못을 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만, 제 자신이 너무 먼지같이 느껴지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제일 가까운 여자친구란 점이 절 무엇보다 힘들게 합니다.
여자친구는 여전히 저를 사랑하고 있는데, 저도 여전히 여자친구를 사랑하는데,이 들키고 싶지 않았던 초라한 저의 모습은 사랑이랑은 별개인것같습니다.
"10년만 기다려 달라고, 10년 뒤에 찾아가겠다. 그때 결혼해달라" 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저에게"응. 알겠어." 라고 말해주는 아이인데.
저 왜 이리 못된 맘을 가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