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했는데 너무 우울하다

20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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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2에 62키로 였다가 44키로로 다이어트 했어. 한 일년간 천천히 10키로 빼다가 막판부스터느낌으로 최근에 바짝 5키로를 빼서 살뺀게 티가 확 나더라고.
근데 살 쪄있을때보다 더 우울한거같아
쭉 나열해보자면
1. 살쪄있을때의 내가 욕먹어.
아 살빼니까 이쁘다 정도의 칭찬은 고마운데 돼지였는데 잘뺐다, 못생겼었는데 이뻐졌네 등의 칭찬 아닌 칭찬은 내가 살쪄있을때 못했던 못생겼다, 뚱뚱하다 등의 말을 지금 하는 느낌이여서 더 자괴감이 느껴져.

2.남자애들, 남자선배들의 연락이 늘어.
살쪄있을땐 나한테 말도 안걸고 은근히 무시하던 말투로 말하다가 내가 살 빼니까 페메가 오고 그 페메가 이어지고 고백도 2번 받았어.
사귀고 싶단 생각 없다고 거절하긴 했는데,
나 스스로는 살쪄있을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를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외형 하나 바뀌었다고 나에게 관심을 주고 호의를 베풀고 호감을 표시하고..
날 무시하던 남자애한테 예쁘다 사귀고싶다 귀엽다 등의 연락이 올 때 형용할수 없는 감정에 토해버릴뻔 한 적도 많아
이런게 나로써는 부담이고 살이 다시 찌면 이런 관심이 다시 사라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외모지상주의가 지독하게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3. 먹는게 무서워
위에서 말했듯 다시 살찌면 어떡하지가 너무 무서워서 먹는게 무서워
사실 이 글을 쓰는게 오후 5시가 좀 안된시각인데 난 아직 오늘 하나도 먹은게 없어. 물 2리터만 먹었을 뿐이고.
주말은 대체로 저녁 한끼만 두부랑 채소랑 닭가슴살 방울토마토를 넣은 샐러드만 먹을뿐이야 영양제 챙겨먹고.
너무 배가고파서 편의점에 들어가도 칼로리 하나하나 따져보고 표시된 세자리 칼로리에 손이 떨려서 그냥 내려놓고 물만 사가지고 나온적이 대다수야.
먹고싶은건 너무 많은데 먹지 못하니까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고 뭐 하고싶은 생각도 안들어.

4.살에 대한 강박증이 생긴거같아
나는 하루에 20번도 더 체중계에 올라가고 10번도 더 옷을 벗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배는 안나왔나 허벅지 사이는 안붙나 옷은 안작아졌나 내 팔뚝은 살이 안붙었나 계속 보고, 살이 더 쪘거나 키로가 늘어나면 자괴감 느껴지고 아까 그거 먹지말걸 내가 그거 하나 못참아서. 이런 생각만 머리속에 꽉 차.
거울볼때마다 아 뚱뚱해 살찐거봐 이런 생각만 하고 내 자신을 사랑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거울보는게 무섭고 두려울 뿐이지.

5. 다른사람의 간섭이 커져
내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피자나 치킨 먹는날엔 냄새나 다른애들 먹는거 보면 진짜 미칠거같아서 한조각 두조각 먹고 집에 와서 저녁을 안먹는다거나 운동을 몇배로 한다던가 해.
근데 그러면 애들이나 선생님이 넌 살빼놓고 또 먹냐, 이거 먹으면 살찔걸, 치킨 먹으면 살쪄
이런 말들이 너무 스트레스야
난 이거 먹고 운동할건데. 이거 먹고 굶을건데 이런 생각에 짜증이 나서 먹던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밖에 나가버리고 그런 경우도 많았어.
남은 날 생각한답시고 그런 얘기를 하는건데 나한텐 굉장히 무례한 말이란걸 잘 모르는거같아.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데 더 못쓰겠다.
사실 이런 일 때문에 그냥 먹고 다시 일년전으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몇십번 몇백번은 한거같은데
그러기엔 내가 지금 받는 관심이, 호의가 역겹고도 너무 큰 관심이여서 못 먹어.
살쪄있을때 전신 사진은 잘 찍지도 않았지만 찍는다면 덕지덕지 했던 포샵한 전신사진이였다면
지금은 그냥 대충 한번 찍고 인스타에 바로 올릴수 있는 그런 전신사진인게 내 스스로 너무 만족스럽고 감격스러워서 못먹어.

나는 살 빼면 마냥 행복할줄 알았는데 더 우울해지고 내 자신을 혐오하고 싫어하는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