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자취하는 20대 여성 입니다. 원래 집은 다른 지역이지만 직장이 멀어서 자취를 하게 되었고 이사 온지 2달도 안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여동생이 같이 살게 되었고, 이는 1주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새벽에 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후 경찰에 다 신고도 했고 어차저차 접수가 되어 수사(?) 같은 게 진행 중인 것 같긴 한데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100% 믿지는 못하겠어서 찝찝합니다. 평소에 강인한 스타일이고 허투루 행동하지도 않지만 이런 일을 막상 당하니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시면 꼭 공유 부탁 드립니다.
(사건을 상세히 묘사하기 위해 글이 좀 많이 길 수도 있습니다. 안궁안물 상황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읽어 주시려는 분들의 정확한 상상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니, 이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 사건 상세 정리 ]
오늘(5월 19일) 새벽 3시 후반(50분 정도)~4시 초반 경에 일어난 일 입니다.
저와 동생은 자고 있었고, 자는데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전자 도어락에서 번호를 눌러서 열었으나 위에 걸어 놨던 쇠막대(문이 완전히 열리지 못하도록 잡아주는 역할)에 한 번 쿵! 걸려서 멈추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잠결에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당시 시간이 아침(8~10시 등)인 줄 알았고, 제 주변에선 부모님만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제게 연락 없이 불쑥 오신 건 줄 알고 습관적으로 다가가서 확인 차 “누구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급 기분이 이상했지만(너무 아침스럽지 않은 분위기, 대답하지 않는 사람) 그때까지 만해도 어머니가 못 들었나? 싶어서 “누구세요?” 하고 한 번 더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뒤에 자다 깬 동생이 놀라서 왔고 “누구야?” 하길래 “모르겠어.” 하고 문을 꼭 잡고 있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자도어락이 이미 열렸었고, 이 도어락의 센서가 문틀에 한 번 눌려서 저절로 잠그려고 시도했으나 문틀의 요철에 의해 완전하게 잠그지 못하고 (아다리가 맞지 않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도어락에서 ‘삐용삐용삐용’ 하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대답 없던 그 침입 시도자는 놀라서 계단을 빠르게 달려 내려가고 그 건물을 빠져 나갔습니다.
그때서야 ‘아, 부모님이 아니구나, 모르는 사람이 이 집을 들어오려고 시도한 거구나. 그 사람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이미 알고 있구나.’를 인식했고, 그때서야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시 10분 정도였습니다. 당황한 저는 문을 잡고 약 3분간 서있었고(혹시라도 아직 도망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생에게 신고를 하라고 했으나 동생도 비몽사몽 상태고 공황 상태여서 어떻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경보음이 끝난 도어락에 정신을 붙잡고 수동으로 열어서 다시 잠그고 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출동하였고,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경찰의 태도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평소에 잘 안보는 이 판에 굳이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계기기도 합니다.)
출동한 경찰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보통 그렇게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경우는 주변 이웃이나, 취객이 자기 집인 줄 알고 실수로 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틀리니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날이 밝을 때까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고 합니다. 경찰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이해 갑니다. 동네 근처에 다 빌라고, 문도 똑같이 생겼으니까 취객이나 비몽사몽객이 실수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1) 비밀번호를 맞춰서 문을 열었으나 위에 막대에 걸려서 못 열었고, 2) 누구세요 2번 물어보고 도어락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전까지는 도망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점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이 열렸었으나 못 들어오고 도망을 간 거라고, 그래서 전혀 실수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한다는 말씀이
경찰 : “문을 열었는데 왜 안 들어갔어요?” 저 : “위에 걸어 잠그는 막대에 걸려서 여는걸 실패했으니까요” “그 사람 인상착의는 보셨어요?” “아뇨 못봤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있다가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럼 인상착의도 모르고, 확실하지 않고, 주변에 CCTV도 없잖아요? 그럼 선생님, 할 수 있는 게 없죠” “아 CCTV 파악 할 만한 게 하나도 없던가요? 그럼 그렇게 날 밝을 때까지 기다리기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지금으로써 그렇죠 선생님.”
이러길래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침입시도 시간을 저희가 대충이나마 알고 있고, 주변에 가까운 CCTV는 없지만 조금만 거리를 나오면 관제센터에서 설치한 큰 CCTV들은 있기 때문에 추적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경찰에게 전화해서 다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하.. 선생님, 그 사람이 선생님 집을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이 대목에서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최대한 평정심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네? 범인이 왜 들어오려고 하는지 이유를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까요? 아마도 여자가 사는 집에 굳이 저렇게 들어오려고 하면 뭐 뻔한 거 아니겠어요? 살해나 강간. 그거겠죠 이유를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도 화가 나니까 극단적인 말들이 막 나오더군요. 그러더니 그제서야 경찰은 한숨을 쉬면서 알겠다고 우선 올라가겠다고 합니다. 올라 오는 데에도 2명이서 웅얼거리면서 CC거리며 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경찰인가? 일반인인가? 긴가민가 했습니다. 물론 경찰도 사람이니 새벽근무 하기 싫을 거고, 분명 별 일 아닌 거 같은데, 예민한 여자가 괜히 과민반응 하는 것 같고,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겠죠. 저는 그러나 그 조차도 간절하고 심각했기에 그 욕을 듣고 문 열어 줬지만 귀찮아 하는 표정을 봐도 참았습니다. 진술서를 하나 떼주더라구요? 쓰라고.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받아와서 진술서를 썼습니다. 나중에 수사에 제대로 집중을 안 한다던가 딴 소리라도 할 까봐 다 쓰고 나서 미리 사진도 찍어놨습니다. 다 쓰고 나서 밖에 가져다 주러 나갔고, 그 때서야 진술서를 읽어보면서 상황 파악하고 있고, 육하원칙에 맞게 썼냐느니 어쩌냐느니 비아냥거리면서 사람 무시하는 게 느껴졌지만 참았습니다. 읽어보더니, 도어락이 무슨 도어락을 말 하는 거며, 문이 열렸는지 안 열렸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냐고 묻습니다. 비밀번호가 틀려도 소리가 나는데 소리 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게 열렸는지 어쨌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이겁니다. 그래서 저는, 도어락은 비밀번호로 여는 전자도어락을 말씀 드리는거고, 비밀번호가 틀려서 나는 소리랑 열어서 나는 소리는 다르고, 열리고 나서 제대로 닫지 못해서 울리는 경보음이 울렸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열렸는데 왜 안 들어갔냐 이 소리를 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제 느낌에 이것은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지를 못하는 뇌 + 고정관념이 있어 경청 및 정확한 해석이 되지 않는 귀와 뇌의 조화 같았습니다. 저는 화가 났지만 누르고 진정하며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왜 그 사람이 문을 열었지만 들어오지 못했고, 도어락에서는 경보음까지 울리게 되었는지를. 그제서야 도어락의 실물을 보여달라고, 사진을 찍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리고 가서 사진 찍게 했습니다. 문의 안과 밖에서 어떤 모양이었는지 사진을 찍어 갑니다. 그러고 나서, 수사 동의서 등을 서명하게 하고 경찰서로 돌아가고 저희는 집으로 왔습니다. 경찰이라고 와주신 분이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찝찝하고 잠도 안 오고, 이 사람이 제대로 수사는 들어갈까? 의심도 가고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니 진술서 내용을 한 번 더 물어보더라구요. 일처리는 하는 거 같아서 조금은 안심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6시가 되었고, 경찰이 CCTV를 파악하기 위해 주민에게 여쭤보는 소리, 무전으로 보고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좀 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과학 수사대가 왔고, 도어락에서 지문을 찍어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굉장히 안타까운점이.. 도어락을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만진 사람이 저라는 것입니다. 진술서를 쓰고 밖으로 나가서 가져다 주러 갔기 때문이죠..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도어락을 제가 만졌기 때문에.. 그래서 지문분석이 어려울 거라고 말씀 하셨고, 저는 반은 체념한 상태로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왜 진술서를 써서 밖에 나가서 갖다 주게 됐는지 궁금하시면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궁금하지 않으시면 다음 문단은 건너 뛰시면 됩니다.
진술서를 쓰려고 하는데 심장이 떨리고(잘 써야 상황 판단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저 경찰들의 행동 때문에 신경도 곤두섰습니다. 그런데 자꾸 밖에서 무전소리가 나고 계단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마치 시험을 집중해서 보는데 옆에서 감독관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평소에 전화할 때도, 주변에서 이야기 꺼내면 전화도, 그 사람에 말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경찰에게 집중이 안되니 내려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경찰도 제 예민한 태도에 화나니까 ‘그럼 다 쓰고 네가 내려와서 직접 줘. 기다릴게’ 이렇게 나온 거죠.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경찰서에서는 지문분석을 할 것이고, 직접 출동해서는 가끔 동네 와서 CCTV 파악이나, 수사(?)를 하고 있는 거 같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믿고 기다리고 조심하기겠지만,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고, 전문인이 아니니 걱정이 큽니다. 이걸 초반에 확 잡아내지 못하면 재시도의 우려(그 때는 한 층 진화된 수법으로 접근 할 수도 있고..)가 있을 거 같아서 입니다. 제 비밀번호를 알아낸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미행 등으로 여러 번 저나 동생을 지켜봤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저를 매우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기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그건 아닐 거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집이 비워져 있었을 때 침입을 시도했을 수도 있고, 여기에 정말 과도한 상상을 추가해보자면 집의 구조를 파악하여 범행의 청사진을 그려봤을 수도 있고, 도청장치나 몰카 등을 집 안에 설치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불끄고 flash비춰보고 샅샅이 다 뒤져봤습니다만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주변 단서가 될 수 있을법한 CCTV(및 관제 연락처) 사진을 다 찍어놓았고, 근처 주차 되어있던 차들 중 블랙박스가 있는 차들도 찍어놨습니다. 집 관리 부동산에도 전화를 해놓았고, 도어락의 비밀번호도 변경해 놓았습니다. 제가 과도한 상상과 과민반응을 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에 막상 맞닥뜨려보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을 겁니다..
긴 글이라 매우 지루하셨을 텐데 읽어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1) 해야 할 일 2) 경찰에서 제대로 착수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진행했을 경우의 대처방법 3) 잠재적 범죄의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
여성 거주 원룸에 새벽에 몰래 침입시도.. 대처법등 조언 부탁드립니다.
새벽 원룸 침입시도 사건 대처법좀 공유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자취하는 20대 여성 입니다.
원래 집은 다른 지역이지만 직장이 멀어서 자취를 하게 되었고 이사 온지 2달도 안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여동생이 같이 살게 되었고, 이는 1주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새벽에 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후 경찰에 다 신고도 했고 어차저차 접수가 되어 수사(?) 같은 게 진행 중인 것 같긴 한데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100% 믿지는 못하겠어서 찝찝합니다. 평소에 강인한 스타일이고 허투루 행동하지도 않지만 이런 일을 막상 당하니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시면 꼭 공유 부탁 드립니다.
(사건을 상세히 묘사하기 위해 글이 좀 많이 길 수도 있습니다. 안궁안물 상황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읽어 주시려는 분들의 정확한 상상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니, 이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 사건 상세 정리 ]
오늘(5월 19일) 새벽 3시 후반(50분 정도)~4시 초반 경에 일어난 일 입니다.
저와 동생은 자고 있었고, 자는데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전자 도어락에서 번호를 눌러서 열었으나 위에 걸어 놨던 쇠막대(문이 완전히 열리지 못하도록 잡아주는 역할)에 한 번 쿵! 걸려서 멈추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잠결에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당시 시간이 아침(8~10시 등)인 줄 알았고, 제 주변에선 부모님만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제게 연락 없이 불쑥 오신 건 줄 알고 습관적으로 다가가서 확인 차 “누구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 급 기분이 이상했지만(너무 아침스럽지 않은 분위기, 대답하지 않는 사람) 그때까지 만해도 어머니가 못 들었나? 싶어서 “누구세요?” 하고 한 번 더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뒤에 자다 깬 동생이 놀라서 왔고 “누구야?” 하길래 “모르겠어.” 하고 문을 꼭 잡고 있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자도어락이 이미 열렸었고, 이 도어락의 센서가 문틀에 한 번 눌려서 저절로 잠그려고 시도했으나 문틀의 요철에 의해 완전하게 잠그지 못하고 (아다리가 맞지 않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도어락에서 ‘삐용삐용삐용’ 하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대답 없던 그 침입 시도자는 놀라서 계단을 빠르게 달려 내려가고 그 건물을 빠져 나갔습니다.
그때서야 ‘아, 부모님이 아니구나, 모르는 사람이 이 집을 들어오려고 시도한 거구나. 그 사람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이미 알고 있구나.’를 인식했고, 그때서야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시 10분 정도였습니다. 당황한 저는 문을 잡고 약 3분간 서있었고(혹시라도 아직 도망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생에게 신고를 하라고 했으나 동생도 비몽사몽 상태고 공황 상태여서 어떻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경보음이 끝난 도어락에 정신을 붙잡고 수동으로 열어서 다시 잠그고 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출동하였고,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경찰의 태도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평소에 잘 안보는 이 판에 굳이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계기기도 합니다.)
출동한 경찰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보통 그렇게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경우는 주변 이웃이나, 취객이 자기 집인 줄 알고 실수로 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틀리니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날이 밝을 때까지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고 합니다.
경찰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이해 갑니다. 동네 근처에 다 빌라고, 문도 똑같이 생겼으니까 취객이나 비몽사몽객이 실수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1) 비밀번호를 맞춰서 문을 열었으나 위에 막대에 걸려서 못 열었고, 2) 누구세요 2번 물어보고 도어락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전까지는 도망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점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이 열렸었으나 못 들어오고 도망을 간 거라고, 그래서 전혀 실수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한다는 말씀이
경찰 : “문을 열었는데 왜 안 들어갔어요?”
저 : “위에 걸어 잠그는 막대에 걸려서 여는걸 실패했으니까요”
“그 사람 인상착의는 보셨어요?”
“아뇨 못봤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있다가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럼 인상착의도 모르고, 확실하지 않고, 주변에 CCTV도 없잖아요? 그럼 선생님, 할 수 있는 게 없죠”
“아 CCTV 파악 할 만한 게 하나도 없던가요? 그럼 그렇게 날 밝을 때까지 기다리기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지금으로써 그렇죠 선생님.”
이러길래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침입시도 시간을 저희가 대충이나마 알고 있고, 주변에 가까운 CCTV는 없지만 조금만 거리를 나오면 관제센터에서 설치한 큰 CCTV들은 있기 때문에 추적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경찰에게 전화해서 다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하.. 선생님, 그 사람이 선생님 집을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이 대목에서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최대한 평정심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네? 범인이 왜 들어오려고 하는지 이유를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까요? 아마도 여자가 사는 집에 굳이 저렇게 들어오려고 하면 뭐 뻔한 거 아니겠어요? 살해나 강간. 그거겠죠 이유를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도 화가 나니까 극단적인 말들이 막 나오더군요. 그러더니 그제서야 경찰은 한숨을 쉬면서 알겠다고 우선 올라가겠다고 합니다. 올라 오는 데에도 2명이서 웅얼거리면서 CC거리며 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경찰인가? 일반인인가? 긴가민가 했습니다.
물론 경찰도 사람이니 새벽근무 하기 싫을 거고, 분명 별 일 아닌 거 같은데, 예민한 여자가 괜히 과민반응 하는 것 같고,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겠죠. 저는 그러나 그 조차도 간절하고 심각했기에 그 욕을 듣고 문 열어 줬지만 귀찮아 하는 표정을 봐도 참았습니다. 진술서를 하나 떼주더라구요? 쓰라고.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받아와서 진술서를 썼습니다. 나중에 수사에 제대로 집중을 안 한다던가 딴 소리라도 할 까봐 다 쓰고 나서 미리 사진도 찍어놨습니다.
다 쓰고 나서 밖에 가져다 주러 나갔고, 그 때서야 진술서를 읽어보면서 상황 파악하고 있고, 육하원칙에 맞게 썼냐느니 어쩌냐느니 비아냥거리면서 사람 무시하는 게 느껴졌지만 참았습니다.
읽어보더니, 도어락이 무슨 도어락을 말 하는 거며, 문이 열렸는지 안 열렸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냐고 묻습니다. 비밀번호가 틀려도 소리가 나는데 소리 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게 열렸는지 어쨌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이겁니다.
그래서 저는, 도어락은 비밀번호로 여는 전자도어락을 말씀 드리는거고, 비밀번호가 틀려서 나는 소리랑 열어서 나는 소리는 다르고, 열리고 나서 제대로 닫지 못해서 울리는 경보음이 울렸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열렸는데 왜 안 들어갔냐 이 소리를 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제 느낌에 이것은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지를 못하는 뇌 + 고정관념이 있어 경청 및 정확한 해석이 되지 않는 귀와 뇌의 조화 같았습니다. 저는 화가 났지만 누르고 진정하며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왜 그 사람이 문을 열었지만 들어오지 못했고, 도어락에서는 경보음까지 울리게 되었는지를.
그제서야 도어락의 실물을 보여달라고, 사진을 찍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리고 가서 사진 찍게 했습니다. 문의 안과 밖에서 어떤 모양이었는지 사진을 찍어 갑니다. 그러고 나서, 수사 동의서 등을 서명하게 하고 경찰서로 돌아가고 저희는 집으로 왔습니다.
경찰이라고 와주신 분이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찝찝하고 잠도 안 오고, 이 사람이 제대로 수사는 들어갈까? 의심도 가고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니 진술서 내용을 한 번 더 물어보더라구요. 일처리는 하는 거 같아서 조금은 안심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6시가 되었고, 경찰이 CCTV를 파악하기 위해 주민에게 여쭤보는 소리, 무전으로 보고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좀 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과학 수사대가 왔고, 도어락에서 지문을 찍어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굉장히 안타까운점이.. 도어락을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만진 사람이 저라는 것입니다. 진술서를 쓰고 밖으로 나가서 가져다 주러 갔기 때문이죠..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도어락을 제가 만졌기 때문에.. 그래서 지문분석이 어려울 거라고 말씀 하셨고, 저는 반은 체념한 상태로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왜 진술서를 써서 밖에 나가서 갖다 주게 됐는지 궁금하시면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궁금하지 않으시면 다음 문단은 건너 뛰시면 됩니다.
진술서를 쓰려고 하는데 심장이 떨리고(잘 써야 상황 판단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저 경찰들의 행동 때문에 신경도 곤두섰습니다. 그런데 자꾸 밖에서 무전소리가 나고 계단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마치 시험을 집중해서 보는데 옆에서 감독관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평소에 전화할 때도, 주변에서 이야기 꺼내면 전화도, 그 사람에 말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경찰에게 집중이 안되니 내려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경찰도 제 예민한 태도에 화나니까 ‘그럼 다 쓰고 네가 내려와서 직접 줘. 기다릴게’ 이렇게 나온 거죠.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경찰서에서는 지문분석을 할 것이고, 직접 출동해서는 가끔 동네 와서 CCTV 파악이나, 수사(?)를 하고 있는 거 같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믿고 기다리고 조심하기겠지만,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고, 전문인이 아니니 걱정이 큽니다.
이걸 초반에 확 잡아내지 못하면 재시도의 우려(그 때는 한 층 진화된 수법으로 접근 할 수도 있고..)가 있을 거 같아서 입니다. 제 비밀번호를 알아낸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미행 등으로 여러 번 저나 동생을 지켜봤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저를 매우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기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그건 아닐 거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집이 비워져 있었을 때 침입을 시도했을 수도 있고, 여기에 정말 과도한 상상을 추가해보자면 집의 구조를 파악하여 범행의 청사진을 그려봤을 수도 있고, 도청장치나 몰카 등을 집 안에 설치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불끄고 flash비춰보고 샅샅이 다 뒤져봤습니다만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주변 단서가 될 수 있을법한 CCTV(및 관제 연락처) 사진을 다 찍어놓았고, 근처 주차 되어있던 차들 중 블랙박스가 있는 차들도 찍어놨습니다. 집 관리 부동산에도 전화를 해놓았고, 도어락의 비밀번호도 변경해 놓았습니다. 제가 과도한 상상과 과민반응을 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에 막상 맞닥뜨려보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을 겁니다..
긴 글이라 매우 지루하셨을 텐데 읽어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1) 해야 할 일
2) 경찰에서 제대로 착수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진행했을 경우의 대처방법
3) 잠재적 범죄의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실 수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조언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