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한 삶을 살았네요..

BB2018.05.20
조회56,509

일 하는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겨 혹시나 싶어 들어와봤는데 많은 분들이 답글을 달아주셨네요.

지금까지 달린 142개의 답글을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저랑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사실에 꽤나 놀라기도 했고, 내가 잘 못 살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안심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남긴 이유도 익명성을 무기로 저의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격려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서른넷.

어머니 혼자서 오롯이 당신의 능력으로 저를 키우시다보니 이렇다할 사춘기라는 시기를 겪을 틈 없이 세상을 살아온 것 같네요.


대한민국이 의료보험제도가 참으로 잘 되어있는데 왜 그렇게 수술비가 많이나왔냐구요?

여자이자 가장으로서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께선 그 흔한 보험조차 넣지 않고 사셨습니다.

오로지 저 때문에요.

임파선 암으로 수술을 하시고, 갑상선과 유방으로까지 전이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세 번의 수술을 하셨습니다. 그 후에 오랜기간 입원과 항암치료를 받으셨구요.


여자친구는 저의 이런 사정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제 만나 꽤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네요.

절 만나기 전부터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있었답니다. 소개를 주선해준 친구가 그 가벼운 주둥아리를 열심히 놀렸다고 하네요.

가진건 없지만 그렇게 살아오면서 학창시절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을 한 번도 엇나가지않고 저렇게 잘 버티면서 살아가는 놈이라고 칭찬을 열심히 하기에 호감을 갖고 만났다고 합니다.


돈 복은 없는데 사람 복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도, 지금 제 옆에 있는 여자친구도 이렇게 가진 것 없는 저를 이해해주네요.

결혼은.. 아직은 저에게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자친구 본인의 부모님은 본인이 설득해보겠다고 하네요.


이 만남의 끝이 어떻게 될 지는 저 조차도 아직 모르겠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저에게 위로와 응원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잘 못 살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 주심으로서 제가 한 번 더 힘을 내서 일을 하게 되네요.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주신 분들의 이야기도 경청하고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사는지라 집 값이 수도권보다 덜 비싸다는건 다행인건가 싶네요.

 

결과가 좋던 좋지 않던, 힘 내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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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서른 넷의 총각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한다고 2년정도를 허송세월 보내고 남들보다는 1~2년정도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하고 지금은 회사에서 나름 자리를 잡고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형제는 없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 할 시점에 어머니가 크게 편찮으셔서 큰 수술을 겪으셨고, 다행히 지금은 쾌차하셨네요.

 

어머니의 수술이 금전적으로 워낙 큰 금액이 들어가다보니 제 명의로 꽤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았었고, 그걸 갚으며 살아가다보니 지금까지 모인 돈이 없네요.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저의 생활비와 어머니의 생활비, 대학 시절 받았던 학자금대출에 차가 없으면 안되는 직업이다보니 중고차 대출 등등..

 

사회생활을 하는동안 번 돈은 저의 빚을 갚는 데 쓴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혼은 그저 친구들, 남들, 직장동료들의 이야기라 치부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 살 연하의 친구를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여자친구의 나이도 나이인지라 집에서 많은 압박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결혼이야기를 꺼내길래 나는 모아놓은 돈이 없고, 빚도 있다. 그래서 결혼이란건 생각을 하지 않고있다.

 

만약 내가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말들로 조금씩 미뤘습니다.

 

올 해 연봉이 대폭 인상이 되고 저번 달에 어머니의 수술비 명목으로 받았던 대출금을 모두 상황했습니다.

 

얼마 전, 여자친구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네요.

 

여자친구의 아버님과 결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가 이제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이 조금 갖춰진 것 같으니 여자친구와 조금 더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다룰 지 생각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여자친구의 어머니께서 저의 신상을 캐가시기 시작하셨네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냐, 연봉은 얼마냐, 빚은 얼마나 있냐, 모아둔 돈은 얼마냐 등등..

 

여자친구는 곧이곧대로 저의 상황을 부모님께 토스를 했고, 그 결과는 저에 대한 실망섞인 품평이 되었네요..

 

남자 나이 서른 네살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남자쪽에서 집은 해 올 수 있어야하는데

 

빚도 있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서 내 딸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가 골자가 되겠네요.

 

 

 

네.

 

어머니 수술때문에 1억 가까운 돈 5년 갚으면서 돈이 없습니다.

그거 다 갚고나니 이제 학자금대출 + 중고차 대출 받은 돈 700만원 남았네요.

저번 달에 대출금 상환 완료되면서 이번달부터는 통장에서 돈이 남겠네요.

 

저 세후로 실 수령 370 받습니다.

 

이제 돈 나갈 구멍이 적어서 나름 모을 수도 있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 라고 여자친구가 부모님께 이야기해도 역시 부모의 마음은 자식걱정뿐인가 봅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머니의 아들로서 34년을 살고, 이젠 그 굴레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저의 삶도 꿈꿔봤지만..

 

판에서 본 것 처럼 한 가정의 가장은 어딜 갈 팔자는 아닌가보네요.

 

왜 이럴까, 싶은 하루입니다. 참 허망하고 내 스스로가 한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