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어 방에만 처박혀 있던 내게 당신 어머니는 남편짐을 싸라고 하셨고, 먹을 것도 하나 남겨놓지 않으셨더라.
네가 골프를 치고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돌아왔을 때 내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내가 거기서 원했던 건 딱 하나였다.
진심어린 미안한 감정..“괜찮아? 신경 못써줘서 미안해...” 그거였으면 됐다.
하지만.. 너는 엄마가 그런 걸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오해는 당사자들끼리 풀으라고.
“엄마 이리 와서 얘랑 오해 좀 풀어!!” 그러고 시어머니를 방으로 호출하더라....
그 후 시어머니의 모진 말말말....한마디 대꾸도 못한 채 난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런데, 너는 눈도 하나 깜짝 않고, 어머니를 말리지도 않고 날 빤히 쳐다보고 섯더라.
진심 너에게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위경련으로 난 또 응급실에 실려갔다....
좋아지고 있었던 부부사이는 다시 또 극악으로 치달았다.
난 자다가도 명절 생각에 호흡이 가빠왔고, 멀쩡하게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지난일들이 생각나면 눈이 돌아가면서 정신을 놓았으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집어던지고 짐승처럼 울부짖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렇게 정신병자가 되는구나...싶었다.....
그래..그렇게 발작하는 나를 달래고 토닥이느라 고생 많았다...
그 이후로 넌 나에게 선언을 했다. 성관계도 내가 원할 때 까지 요구하지 않겠으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그 당시엔 고마웠다.. 드디어 조금이나마 날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 이후로 너의 행동이 너무나 달라지더라...
성관계를 하지 않으니 더 이상 애정표현과 스킨쉽을 바라지 말라고..
책임과 의무란 주말에 하는 집안일들을 일컫는 말 이었고.. 아이와 와이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내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줬다..
매주 2박3일 출장은 기본이고 매주 기본 2회 이상 회식을 하는 남편..
억지로 술먹고 얼마나 힘들까 싶어 정말 단 한번도 바가지 긁고 쪼은 적 없었다.
늦게 들어올때마다 혹시 바람피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면 애써 무시했다..
주말마다 잡히는 골프약속.. 애 낳으면 힘드니 날씨 좋을 때 많이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내가 참으면 나중에 잘 해주겠지... 혼자 있을 때 만삭의 몸으로 뒤뚱뒤뚱 혼자 냉장고 파먹으며 계란후라이에 대충 밥 비벼먹고 그랬다..
남들은 이렇다더라.. 비교하면 화를 낼 것 같아 비슷한 얘기도 안하려 조심했다.
누구는 남편이 손 하나 까딱도 못하게 하더라.. 요가도 같이다니고 맛사지도 해주고 크림도 발라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양말도 신발도 신겨주고 발톱도 깎아주더라.. 병원갈 때 월차 반차내고 무조건 따라가더라.. 퇴근할 때 뭐 먹고 싶냐 물어보고 맛난거 사가더라..배 어루만지면서 매일 사랑스럽게 태담을 나누더라..먼저 나서서 산모용품 보정속옷들 챙기고, 산후조리원 투어도 따라다니며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와이프를 끔찍히 생각하더라...
이런 얘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참았고, 이런 행동을 기대하지말자 생각하는게 차라리 내 맘이 편했다.
다리가 붓고 저리면 세븐라이너 안마기에 다리를 넣었고, 지나가는 말로 병원에서 “남편이 다리 안 주물러 주냐”고 했다는 말을 슬쩍 하니 넌 대꾸도 안했었다..
내 몸은 계속 변해갔다.
배는 터질 것처럼 불러오고 가슴모양도 변했으며 여기저기 살도 붙고 온몸 관절이 저려왔다.
앉아도 누워도 기대도 힘들고 뱃속의 애는 시시때때로 발로 차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졌다..
주말 골프약속과 출장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고, 너는 약속한 날짜까지 줄기차게 밖으로 돌았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깥풍경은 푸르러져 가는데 내 속은 점점 더 썩어가고 있었다..
기대고 싶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내 옆에 없었다..
멍하니 하루를 보내다 나도 모르게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죽고싶다 라고 검색창에 치니 자살방지센터 번호가 주르륵 뜬다.
임산부 자살을 치니 만삭 임산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기사가 뜬다.
댓글에 애가 무슨 죄냐고 앞다투어 여자를 욕한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생명의 전화에 전화도 해봤다..
부른 배를 보면 남편이 미워질 때가 있다는 나의 말에 너는 애는 혼자 만들었냐고 했다.
그리고 내가 못한 게 뭐가 있냐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밤중에 애가 발로차서 끙끙거리는데 너는 “애새끼가..어휴..” 라고 했다.
지난날 서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다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다닌 부부상담은 뭐였나.. 단지 면피성 책임회피 방법을 알려준 건가 싶었다..
베란다 난간에 올라가봤다. 한끗이면 다 끝날 것 같다. 아래를 보며 내배가 터져서 애가 튀어나가는 상상을 한다..
베란다 빨래걸이에 목을 매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창문을 다 막고 연탄을 구해 피우는 계획을 세운다..자꾸 눈물만 나고 머릿속이 빙빙돈다.. 빠져나가고 싶지만 힘들다..
미친 여자처럼 울다 그쳤다만 반복한다. 뱃속에 아이도 힘든지 자꾸 발로 찬다..
너는 무슨 죄가 있어 하필 여기로 왔니..애가 너무 불쌍해서 또 눈물이 난다..
그러다가 이게 다 애 때문이란 생각이 들고.. 칼로 배를 쑤셔버리고 싶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러다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아 너를 불러 얘기를 했다.
나 우울증이 너무 심해진 것 같으니 정신과 병원에 좀 같이 가 달라고 했다.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우울증약이 있다는 검색도 끝마친 후였다.
돌아온 대답은..
설마 회사를 빼고 병원에 같이 가 달라는거냐. 스케줄 안되는거 알면서 이얘길 하냐.였다..... 뭔가 일부러 코너로 본인을 몰아가려고 그러냐는 듯한 발언을 하더라..
아 그래..화도 안난다. 그래 넌 이런놈이었지. 본인 방어가 먼저인....
그래. 내가 미친년이지...속으로 나를 욕한다. 내가 병신이지..뭘 바란거냐..
알았다 내가 알아서 갔다 오겠다고 하자 넌 다시 길길이 날뛴다.
소리를 지르고 벽을 두드리고..자기가 뭘 못한게 있어서 그러냐고..
사과도 하고 달래도 주고 할거 다했는데 뭐가 문제냐 도대체 왜 그러냐고.....너는 정말 억울한가보다..
출산이 2주 남았다..
너는 오늘 또 출장엘 갔다.. 난 하루종일 자살 충동에 휩싸여있다..
유서를 쓰려고 컴을 켜고 하소연을 하다보니 길어졌다.
내가 어떻게 되어있을지..애는 멀쩡하게 나오련지..아니 나올수는 있을지..잘 모르겠지만..
유서라고 적다보니...한풀이가 되었네...
결혼과 임신..
제일 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나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 전부터 수많은 다툼과 싸움들..
다들 그렇게 싸우고 화해하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믿었다.
결혼 전 부터 벌어진 폭행과 폭언들..
너의 마음대로 내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 넌 불같이 화를 내고 나를 조종하려 들었다.
맞춰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난 너에게 멱살이 잡혀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 졌고, 신혼집에선 유리잔이 날라다니고 결혼액자가 깨지고 칼을 들고 자살소동을 벌이고 피를 흘리며 응급실에 드나드는 일들이 벌어졌다.
화를 내는 이유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카톡에 바로 답을 안해서. 편의점에서 카드 사인을 대신 했다고.
사소한 약속을 까먹어서. “응”과“ㅇㅇ”이란 단어를 카톡에 써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지 않아서.
예상하지도 못하게 갑자기 넌 불같이 화를 내더라.
나는 나를 지켜야했고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남편이 술을 먹고 폭력적으로 변하면 집을 나갔고, 참다 안 되면 나도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물건을 집어던졌다.
그래 남들이 그러더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잠깐은 효과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에 나는 참을성 없고, 예민하고, 걸핏하면 집을 나가는 폭력적인 여자가 되어있었다.
결혼 후 아니, 신혼여행부터 싸움의 시작은 섹스였다.
너는 결혼과 동시에 평생 섹스이용권을 획득하기라도 한 양,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남들은 일주일에 몇 번을 하는데..어쩌고 저쩌고.. 신혼부부가 일주일에 몇 번을 한다는 인터넷 지라시 기사들을 긁어서 나에게 보내며 “평균”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요구하더라 넌.
난 매일 너의 요구를 이렇게 저렇게 갖은 핑계를 대며 피해갔고, 생리가 시작되면 속으로 올레를 외쳤다. 생리기간이 긴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결국 합의를 본게 일주일에 한번은 의무적으로 하자 였다.
미루고 미루다 일요일 저녁에 어거지로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부부관계를 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거의 없다..
너는 너의 방식대로 나에게 요구를 했고, 애무도 행위도 나에게 맞춘다고 노력했겠지만 난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돌려 얘기하면 넌 화를 냈다.
네가 원하는 행동을 안 해주면 행위를 하다가도 이불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난 내가 받기 싫은 애무를 참았고, 더럽고 하기 싫은 애무를 너에게 해야만 했다.
어느 날 심각하게 넌 나에게 어떻게 하면 성욕이 다시 생기겠냐고 물었지..
차마 너의 애무와 스킬이 부족해서. 나와 맞지 않아서 라는 소리는 하지 못하겠더라.
살을 좀 빼달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거라도 괜찮으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 후 난 너에게 두고두고 원망을 들어야했다.....
내 직업 때문에 길죽길죽한 애들만 봐서 내 눈이 그렇다는둥.. 나도 어디가서 외모로 밀리지 않는다는둥....
그 이후로 다이어트를 하란 소릴 입 밖에 꺼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임신을 했다.
물론 계획에 없었고 원하지 않았다 둘다.
임신이란 걸 알게 된 후부터 나의 삶은 지옥이었다..
임신 했다는게 아직 실감이 안 나서 얼떨떨할 때 넌 나에게 말했다.
남들은 임신 한다고 배란일 받아와서 하루에 두 세번씩 하고 그러던데. 그것도 못하고 임신이 되어버렸다고.
입덧이 찾아와 너무 고통스러울 때.. 임신해서 유세떤다, 임신이 벼슬이냐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섹스를 참아야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든 일주일에 한번은 해결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살면서 이렇게 섹스를 못하고 산적이 없었다며 옛 여자 얘기도 들먹거렸다....
그래.....도와준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조금 도와주면 알아서 해결할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바람이라도 피울까 두려웠다.. 그런데 넌 원하는게 너무 많더라..
입덧으로 헛구역질이 나도 참고 오랄을 해주는데 넌 항문까지 애무해 달라고 하더라..
“짐승같이 임신해 배나온 와이프한테 그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티가 났을거다. 짐승처럼 쳐다보는 눈빛이 얼마나 싫었겠나.
그래. 부부관계는 극악으로 치달았다.
결혼 후 처음으로 너의 핸드폰을 뒤지게 되었다. 의심가는 정황이 있었으니 손을 댄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니 베프와 작당을 하는 카톡을 봐 버렸다.
네가 먼저 친구한테 요구를 하더라. “전에 갔던 거기 어디냐. 알려달라”고.
임신한 와이프를 둔 친구가 성매매 하고 싶다고 하면 말려야 할 친구는 시시덕거리면서 친절히 알려주더라. “언제 가냐 같이 가자”고. 그리고 이런 거 문자로 남겨놓으면 안되니 통화로 하자고.
많이 해보고 많이 숨겨본 모양이더라. 그러니 네가 물어봤겠지.
성매매를 작당 모의한 그 친구는 예쁜 딸도 있는 유부남이고, 심지어 내 결혼식 사회를 본 놈이었다.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게거품을 무는 날 보고도 너는 너무 당당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되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진정한 사과는..없었다..
미안한데~ 왜 남의 핸드폰을 뒤져보는데? 사과했잖아 더 뭘 어떻게 사과해!
시댁에 찾아갔다. 시어머니께서는 내 아들 그럴 사람 아니니 나 믿고 한번만 다시 잘해보라고 했다.. 남자는 그럴수도 있다며.. 돈 주고 여자 사는 건 바람이 아니란 말도 하셨다..
난 완전히 번 아웃 된 채로 피폐해져 버렸다.
임신6주 중절 7주 중절 8주 중절......16주 까지..
임신 후 주차에 맞춰 낙태와 중절을 검색하지 않은 주가 없었다.
낙태를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주에 난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놓아달라고 말했다..
위자료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나 좀 제발 놔달라고... 같이 병원가서 애 지우고 갈라서자고...
이미 수술할 병원과 변호사까지 다 알아본 후였다...
그제서야 넌 처음으로 나에게 사과다운 사과를 했다.
잘 해보겠다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동안 변명으로 점철된, 사과를 위한 사과가 아닌 처음으로 느껴본 “진심의 미안함” 이었다...
그래서 다시 맘을 고쳐 먹었다. 부부상담을 받으러 다니기로 했다.
상담사가 자살 위험이 있으니 각서를 쓰라고 하더라. 속으로 비웃었다.
그깟 종이 한 장으로 뭘 어쩌겠다고. 상담사 본인 방어용인, 면피성 각서를 우습지만 적어서 냈다. 본인 ***는 상담 중 자.살.하.지. 않.겠.다. 라고.
어줍잖은 변명도 덧붙이시더라.
나중에 자살충동이 들 때 이 각서가 떠오르면 충동을 제지해 줄 거라고...
아니던데. 정작 진심으로 죽고싶을때 그런 종이 쪼가리 따윈, 전혀 생각나지 않던데?
매주 부부상담이 진행되었고, 뭔가 조금 나아졌다는 희망도 생겼었다..
하지만 중간에 설 명절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
25주차에 비행기까지 타고 명절을 쇠러 내려간다 할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가지 말라고. 가서 좋은 꼴 못 본다고.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결국 그곳에서 스트레스로 오밤중에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 신세를 져야했고, 만 하루를 꼬박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너는 골프를 치러 나가더라.. 그래..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시댁 식구들과 형수님네 가족까지 껴있는 모임에 시어머니까지 나서서 가야한다고 하니 빠지기 힘들었겠지...
힘이 없어 방에만 처박혀 있던 내게 당신 어머니는 남편짐을 싸라고 하셨고, 먹을 것도 하나 남겨놓지 않으셨더라.
네가 골프를 치고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돌아왔을 때 내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내가 거기서 원했던 건 딱 하나였다.
진심어린 미안한 감정..“괜찮아? 신경 못써줘서 미안해...” 그거였으면 됐다.
하지만.. 너는 엄마가 그런 걸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오해는 당사자들끼리 풀으라고.
“엄마 이리 와서 얘랑 오해 좀 풀어!!” 그러고 시어머니를 방으로 호출하더라....
그 후 시어머니의 모진 말말말....한마디 대꾸도 못한 채 난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런데, 너는 눈도 하나 깜짝 않고, 어머니를 말리지도 않고 날 빤히 쳐다보고 섯더라.
진심 너에게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위경련으로 난 또 응급실에 실려갔다....
좋아지고 있었던 부부사이는 다시 또 극악으로 치달았다.
난 자다가도 명절 생각에 호흡이 가빠왔고, 멀쩡하게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지난일들이 생각나면 눈이 돌아가면서 정신을 놓았으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집어던지고 짐승처럼 울부짖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렇게 정신병자가 되는구나...싶었다.....
그래..그렇게 발작하는 나를 달래고 토닥이느라 고생 많았다...
그 이후로 넌 나에게 선언을 했다. 성관계도 내가 원할 때 까지 요구하지 않겠으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그 당시엔 고마웠다.. 드디어 조금이나마 날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 이후로 너의 행동이 너무나 달라지더라...
성관계를 하지 않으니 더 이상 애정표현과 스킨쉽을 바라지 말라고..
책임과 의무란 주말에 하는 집안일들을 일컫는 말 이었고.. 아이와 와이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내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줬다..
매주 2박3일 출장은 기본이고 매주 기본 2회 이상 회식을 하는 남편..
억지로 술먹고 얼마나 힘들까 싶어 정말 단 한번도 바가지 긁고 쪼은 적 없었다.
늦게 들어올때마다 혹시 바람피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면 애써 무시했다..
주말마다 잡히는 골프약속.. 애 낳으면 힘드니 날씨 좋을 때 많이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내가 참으면 나중에 잘 해주겠지... 혼자 있을 때 만삭의 몸으로 뒤뚱뒤뚱 혼자 냉장고 파먹으며 계란후라이에 대충 밥 비벼먹고 그랬다..
남들은 이렇다더라.. 비교하면 화를 낼 것 같아 비슷한 얘기도 안하려 조심했다.
누구는 남편이 손 하나 까딱도 못하게 하더라.. 요가도 같이다니고 맛사지도 해주고 크림도 발라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양말도 신발도 신겨주고 발톱도 깎아주더라.. 병원갈 때 월차 반차내고 무조건 따라가더라.. 퇴근할 때 뭐 먹고 싶냐 물어보고 맛난거 사가더라..배 어루만지면서 매일 사랑스럽게 태담을 나누더라..먼저 나서서 산모용품 보정속옷들 챙기고, 산후조리원 투어도 따라다니며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와이프를 끔찍히 생각하더라...
이런 얘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참았고, 이런 행동을 기대하지말자 생각하는게 차라리 내 맘이 편했다.
다리가 붓고 저리면 세븐라이너 안마기에 다리를 넣었고, 지나가는 말로 병원에서 “남편이 다리 안 주물러 주냐”고 했다는 말을 슬쩍 하니 넌 대꾸도 안했었다..
내 몸은 계속 변해갔다.
배는 터질 것처럼 불러오고 가슴모양도 변했으며 여기저기 살도 붙고 온몸 관절이 저려왔다.
앉아도 누워도 기대도 힘들고 뱃속의 애는 시시때때로 발로 차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졌다..
주말 골프약속과 출장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고, 너는 약속한 날짜까지 줄기차게 밖으로 돌았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깥풍경은 푸르러져 가는데 내 속은 점점 더 썩어가고 있었다..
기대고 싶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내 옆에 없었다..
멍하니 하루를 보내다 나도 모르게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죽고싶다 라고 검색창에 치니 자살방지센터 번호가 주르륵 뜬다.
임산부 자살을 치니 만삭 임산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기사가 뜬다.
댓글에 애가 무슨 죄냐고 앞다투어 여자를 욕한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생명의 전화에 전화도 해봤다..
부른 배를 보면 남편이 미워질 때가 있다는 나의 말에 너는 애는 혼자 만들었냐고 했다.
그리고 내가 못한 게 뭐가 있냐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밤중에 애가 발로차서 끙끙거리는데 너는 “애새끼가..어휴..” 라고 했다.
지난날 서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다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다닌 부부상담은 뭐였나.. 단지 면피성 책임회피 방법을 알려준 건가 싶었다..
베란다 난간에 올라가봤다. 한끗이면 다 끝날 것 같다. 아래를 보며 내배가 터져서 애가 튀어나가는 상상을 한다..
베란다 빨래걸이에 목을 매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창문을 다 막고 연탄을 구해 피우는 계획을 세운다..자꾸 눈물만 나고 머릿속이 빙빙돈다.. 빠져나가고 싶지만 힘들다..
미친 여자처럼 울다 그쳤다만 반복한다. 뱃속에 아이도 힘든지 자꾸 발로 찬다..
너는 무슨 죄가 있어 하필 여기로 왔니..애가 너무 불쌍해서 또 눈물이 난다..
그러다가 이게 다 애 때문이란 생각이 들고.. 칼로 배를 쑤셔버리고 싶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러다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아 너를 불러 얘기를 했다.
나 우울증이 너무 심해진 것 같으니 정신과 병원에 좀 같이 가 달라고 했다.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우울증약이 있다는 검색도 끝마친 후였다.
돌아온 대답은..
설마 회사를 빼고 병원에 같이 가 달라는거냐. 스케줄 안되는거 알면서 이얘길 하냐.였다..... 뭔가 일부러 코너로 본인을 몰아가려고 그러냐는 듯한 발언을 하더라..
아 그래..화도 안난다. 그래 넌 이런놈이었지. 본인 방어가 먼저인....
그래. 내가 미친년이지...속으로 나를 욕한다. 내가 병신이지..뭘 바란거냐..
알았다 내가 알아서 갔다 오겠다고 하자 넌 다시 길길이 날뛴다.
소리를 지르고 벽을 두드리고..자기가 뭘 못한게 있어서 그러냐고..
사과도 하고 달래도 주고 할거 다했는데 뭐가 문제냐 도대체 왜 그러냐고.....너는 정말 억울한가보다..
출산이 2주 남았다..
너는 오늘 또 출장엘 갔다.. 난 하루종일 자살 충동에 휩싸여있다..
유서를 쓰려고 컴을 켜고 하소연을 하다보니 길어졌다.
내가 어떻게 되어있을지..애는 멀쩡하게 나오련지..아니 나올수는 있을지..잘 모르겠지만..
난 널 용서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