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낀점들

뚜루뚜루2018.05.23
조회137,406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네요.  이제 슬슬 지쳐갑니다.. 떠날때가 됐나봐요 ㅠ_ㅠ

3년간 일하면서 세상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종류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항상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너무 간절하게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던 것들만 간추려서 써볼게요.

 

1. [10명중 8명은 스피커폰으로 전화합니다.]

콜센터에서 사용하는 헤드셋의 기기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피커폰... 정말 정말 잘 안들리고 끊겨서 들립니다.

웅얼웅얼 거리는가 하면, 중간중간 뚝뚝 끊겨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기도 하고...

또는 너무 울려서 도무지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을때가 태반입니다.

물론, 운전중이거나 일하는 중에 도저히 귀에 대고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짬내어 전화주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ㅠㅠ

"고객님 죄송하지만 스피커 폰이시면 잠시 해제가능할까요?" 정중히 부탁했을때

"싫은데요?" 라고 하시거나.. 또는 무시한채 계속 똑같은 말 소리지르며 외치는 분들...

왜그러세요 정말 ㅜ

 

2. [불가한 요구는 무조건 상위자 요청 하는 고객들.]

상위자랑 여러번 통화 해보셨나봐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정책상 불가한 요구를 하셔서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 라고 정중히 안내하면 수긍하지 않고 바로 "높은사람" 소리가 나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이라면 바로 해드렸겠지요 ㅜㅜ 안되니까 안된다고 하는겁니다..

상위자라고 별 수 있나요. 지침과 정책이 그러한 것을...

그런데 이 분들은 이상하게도 상위자가 전화를 토스해서 받자마자 음성톤이 다정하게 변합니다.

저한테는 그렇게 소리지르고 악다구니 쓰시던 분이 ^^;;

일반 상담사라 하등하게 보이나 봅니다.

 

3. [복지할인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고객에 대해 편견이 생겼습니다.]

이 부분은 저를 욕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3년을 일해본 결과 저만이 아닌 대부분의 상담사들이 해당 유형의 고객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슨, 저소득층의 고객들은 대부분 성미가 급하며, 상담사의 안내를 전혀 듣질않고 본인 말만 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 안내를 했던 부분을 다시 되물어 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질 않으니 다시 물어 보는 거죠.. 서비스 변경을 할 때, 상담사는 필히 안내드려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고객들도 들어주셔야 후에 서비스 이용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연체고객이 굉장히 많으며.. 특히나 연체고객의 인성은 몇마디 대화를 해보면 절로 고개게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경험해본 바 대부분이 그렇다라는 것이죠...

 예를들면 상담사는 고객의 등록된 주소지가 보이는데, 강남구 논현동 또는 삼성동 등등 부유한 동네의 고객들은 급한거나 상대방의 말을 자르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상담사가 신입이어서 조금 미흡하거나 일처리가 늦더라도 충분히 기다려줍니다. 목소리에 늘 여유가 있습니다.

얼굴을 보지않고 목소리로만 고객과 만나지만 교양이 느껴진달까요..

 

4. [사소하지만 힘이되는 고객의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모든 상담이 끝나고 상담사들은 습관처럼 "좋은하루 되십시오~"라고 끝인사를 하게되는데,

몇몇 고객님들은 "친절하게 상담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라거나..

"상담사님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시고 감기조심하세요" 등등의 예상치 못한 말씀에 순간 순간 감동을 받게 되고 일의 성취감도 느낍니다.

그럴 땐 저도모르게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5. [콜센터에 욕설, 육두문자 이제 그만 쓸 때도 되지 않았나요?]

요즘은 고객센터 시스템이 예전보다는 많이 완화되어 욕설을 하게되면 먼저 끊을 권리나, 경고멘트를 할 수 가 있습니다. 상담사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당신과 같은 하나의 인격입니다.

상담사가 기업을 대표하여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맞지만, 욕설하는 고객의 기분에 공감을 하거나 배려표현이 쉽사리 나가지가 않습니다. AI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 있습니다.

화가 나는 상황을 상세히 말씀해주시면 같은 사람이기에 고객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이해를 할 수가 있고,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여러가지로 도움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테지만 소리지르고 욕설을 하거나.. 비아냥거리고 인신공격을 한다면 법적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6. [상담사도 해당 기업의 한 고객의 입장이기에, 이해하기 힘든 정책들이 많습니다.]

어느 콜센터이든지 "업무프로세스"라는게 있습니다.

프로세스대로 진행하다보면 빠르게 해결 할 수 있는 일도, 지연되어 고객의 화를 돋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경우.. 정말 내가 이 고객이라면 너무 화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다이렉트로 도움을 줄 수가 없습니다. 회사 방침이라는게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럴 땐 정말 진심으로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리곤 합니다.

상담사도 이해하기 힘든 정책을 고객에게 이해해 달라며 양해부탁드리는 것 조차 죄송합니다.

 

7.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연체" 고객이 정말정말 많습니다.]

신용카드사나 금융권처럼 한번 연체시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기 때문일까요.

통신비 연체고객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정말로! 많습니다.

3년 이상 일하면서 가장 놀랬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10통의 전화를 받으면 5~6통의 고객은 연체상태 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연체 고객들의 인성이 좋지 못합니다...

사용을 했으면 지불하는것은 당연합니다.

들었던 말중 가장 어이가 없었던 말은 "사람이 사정이라는게 있는데 2달연체했다고 싸가지 없게 정지를시켜?"

이런분도 있습니다. "내가 XX를 몇년이나 썼는데!" 라고는 하시지만... 몇십만원의 연체자입니다.

통신사의 정책상 3개월 이상 연체가 되면 채권추심사로 이관하여 독촉이 진행됩니다.

"감히 멋대로 내 정보를 XX신용정보로 넘겨? 개인정보 유출로 깜방가고싶어?" 라는 고객도 생각보다 여럿 있습니다 ^^;

가입신청서 작성시 모두 동의하신 내용들입니다만......

 

8. ["계약"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약정은 곧 계약입니다. 약정을 지키지 못하면 위약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쉽게 말해 계약을 파기했으니 위약금을 지불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위약금이 나왔다며 통신사보고 도둑놈들이라네요 하하..

 

9. [자녀가 저지른 실수를 왜 통신사 탓을 하는지]

자녀(성인)가 신용불량자 이다보니, 부모의 명의로 휴대폰 개통을 진행해서 사용하게끔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악습의 반복인 것인지 대부분 이런고객들은 역시나 늘 연체 상태고.. 겨우 한달납부해서 정지 잠깐풀고 또 연체 정지가 되는 일이 대다수 입니다.

소액결제는 휴대폰 대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휴대폰에서 본인인증으로 차단or차단해제가 가능합니다. 영구적인 차단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본인의 명의를 자녀에게 빌려줬으면 소액결제 사용권까지 허락이 된 것입니다...

본인이 명의를 빌려줘놓고 소액결제를 사용하게 했다고 통신사에게 소리지르면.. 그것이 누워서 침뱉기 아닌가요?ㅜㅜ

 

10. [요금 조정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통신사의 실수거나, 상담사의 오안내로 인한 과다 청구된 부분은 당연히 사과를 드리고 조정을 하는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억지주장에 의한 요금 조정은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하게 요구하지 마세요 ㅜㅜ

대리점과 싸웠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요금 깍아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건 대리점에 직접 가셔서 요구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1. [고객중 같은 "콜센터" 근무중인 고객들이 더욱 갑질이 심합니다.]

위에서 말했든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나..

대부분 상담사직에 있는 분들이 사소한 것에 상위자를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콜센터의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소위말하는 갑질도 서슴치 않습니다.

고객과 몇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바로 압니다. 콜센터 근무를 했었거나 같은 업종의 직업이라는것을..

 

12. [고객센터는 얼굴을 마주보고 응대하는 것이 아니기에 제약이 많습니다.]

반드시 직접 접점에 내방해야지만 처리 가능한 업무들이 있습니다.

전화상으로만 대화를 하기에, 주민등록번호를 저에게 다 불러준다 한들... 본인인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민등록 번호를 절대로 불러줘서도 안됩니다.)

신분증을 그대로 복사하여 저에게 보내주신다 한들.. 보낸사람이 명의자 본인인지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고객을 의심하는게 아닙니다. 입증할 방법이 없는겁니다.

특히나 대리인이 전화와서 문의하는 경우, 추가적인 확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인정보 유출에는 그렇게 민감하시면서 왜 이런 절차에는 이해를 하지 않는 걸까요..

 

13 [기억한켠에 늘 남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명의자가 사망하게 되면 사망신고 이후 주민등록은 말소가 됩니다.

그리고 1~2년 전부터 미래부에서 말소된 사람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은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직권해지 시킵니다.

언젠가 울면서 전화온 중년의 여성 고객이 있습니다.

자녀명의의 휴대폰이 직권해지가 되었는데 제발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너무 서글프게 우셔서 제대로 알아들은 말이 많이 없지만..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학생 명의의 휴대폰이었고, 부모로써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데 해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너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움줄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전화를 끊으시던 고객의 마지막 말이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상담사님 미안해요.."

 

 

 

 

 

 

콜센터가 예전보다 점점 상담사 편에 서서 정책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콜센터 입사하기 전에 "상담사"라고 하면 사실 저조차도 무시를 했던 직업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상담사가 되고보니,

늘 꾸준하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며,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이라던지 스피치 스킬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해야하는 일이라는걸 알게됐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직업으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저도 어느새 직급이 올라서고, 리더는 아니지만 후배들을 가르쳐 주는 입장이 되다보니 퇴사율이 높고 누구나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꾸준히 오래 근무를 하고 있다는것에 저는 나름 자부심도 있습니다.

 

고객센터로 문의 해주시는 많은 고객님들....

조금만 더 언성을 낮춰주시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때 상세히 설명해주시면 상담사들은 반드시 고객의 불편한 마음에 공감하고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